2016년, 올해 처음 적고 싶었던 이야기

그날 이후 누군가는 남은 전 생애로 그 바다를 견디고 있다

그것은 깊은 일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밤

아무래도 이번 생은 무책임해야겠다

오래 방치해두다 어느 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

오래 끌려다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쓸모없어진 어떤 미움처럼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나부터 죽고 봐야겠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삶을 살아야겠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혼자 밥 먹는, 혼자 우는, 혼자 죽는 사람으로 살다가 죽어야겠다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침묵해서는 안 되는

그것은 깊은 일

– 안현미, 깊은 일(출처)

살다보면 결국, 깨닫게 된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잘못 했을 때, 내 얼굴만 구기면 참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내가 잘못했을 때, 내 옆에서 내 어머니가 대신 고개 숙이며 용서를 구한다. 내 동생이 잘못하면, 그 옆에서 내가 대신 엎드려 사죄를 한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세상은 내 옆 사람들까지 같이 길바닥으로 패대기친다.

사람이 사람을 무리로 구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우리들을 구별하며 살아왔다. 연대와 연민은 거기에서 생긴다-라고 나는 믿는다. 싫든 좋든, 원하건 그렇지 않건, 당신과 나는 같이 으쓱해지고 같이 패대기쳐진다. 운명은 그렇게 얽혀있다.

오래 전 아버지의 죽음처럼, 몇년 전 아이들의 죽음도 여전히, 응어리처럼 가슴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것들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을게다. 기억하고 있다, 아직은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아이들 가족같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냥, 먹먹해지고는 한다. 가끔, 아직도.

더 좋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이다. 지금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행복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을 때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마음 속에 담아둔 아버지처럼, 아이들이 머물 곳도 비워두었다.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 올해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출처_Mark 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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