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당신이 죽은 뒤 카카오톡은…

‘딩동’

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뭐해?’
“아, 그냥 산책중”
‘심심해?’
“아니, 심심해서 그런건 아니구. 그냥 좀 답답해서.”
‘요즘 맨날 답답하다고 그러더라’
“너 때문인거 몰라서 그러냐. ㅎ”
‘그러네. 미안 ^^~♡’

물론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2021년, 카톡은 이제 말로 주고 받는다. 문자가 오면 음성으로 바뀌어 이어셋에 들리고, 이어셋으로 말을 하면 문자가 되어 전송된다. 목소리도 그 사람의 목소리다. 자신의 음성을 등록해 놓으면, 그 음성 패턴을 파악해 저장해 뒀다가 자신의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너는 어때, 잘 지내?”
‘그냥 그렇지 뭐. 여긴 뭐 별로 다른 게 없어’
“그래. 여긴 많이 더워졌는데…”

문득, 생각난 김에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 본다. 이름 앞에 십자가 표시가 되어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살짝 쓴 웃음을 짓는다. 몇년 전부터 카톡은 사망한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사후 세계와 연결된 것은 아니고, 몇년간 축적된 대화 데이터를 이용해, 그 사람의 대화 패턴을 파악,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서버가 응답해 준다.

…이름하여, 헤븐 메신저 서비스.

처음엔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적응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사후 서비스 되는 것도 모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면, 굳이 아예 못쓰게 해야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도 있긴 있는 법이니까.

그러다보니 사후, 자신의 카톡아이디를 공개해 누구나 친구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도 생겼다.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 연예인들, 정치인들, 선생님들 같은 사람들이 주로 아이디를 공개해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타인에게 뭔가를 발신하기를 원했다.

…문제는 그 대화가 지나치게 리얼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일정한 패턴을 벗어나지 않고 대화를 하니까. 먼저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죽은 다음에도 친구들에게 자주 연락을 보내게 됐다. 답장이 늦는 사람은 똑같이 답장을 늦게 하도록 프로그래밍 됐다.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은 단답형으로,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는 사람은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문장으로.

그래서 그 대화에 깊이 빠지는 사람이 생겼고, 그 때문에 새로운 법이 생겼다.

“…너, 진짜가 아니지?”
‘알면서. 왜 자꾸 물어. ^^’
“아아, 아냐. 그냥, 가끔 진짜같은 생각이 들어서”
‘삐- 카.톡.아.이.디.m.e.m.e.n.t.o.의.이.용.자.수.지.님.은.2.0.1.9.년.6.월.1.4.일.세.상.과.이.별.하.셨.습.니.다.’

바로, 가상 인격법. 넷으로 연결된 세계든 어디이든, 누구라도 가상 인격을 남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인격은 살아있는 사람으로 행세해서는 안되며, 생존 유무를 묻는 질문에 절대로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가상 인격의 생존 유무를 묻는 질문에는 시스템에 의해 경고 메세지를 날리도록 프로그래밍했다.

의외로 이 법에 대한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가상으로라도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길 원했고 살아있음이 부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안되냐고, 이런 식으로라도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되냐고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정부와 회사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괜찮지만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그럼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기 힘들다고. 그 주장 역시 의외로 지지를 얻었고, 법은 결국 무사히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 법안에 숨겨진,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조항이 하나 있음은 다들 신경쓰지 않았다.

1년이상 살아있는 사람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경우, 그 사람의 가상 인격 데이터는 모두 소거되고, 아이디는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데이터가 소거되면, 더 이상 사람들은 그 사람과 가상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의외로 그런 법안이 있고, 실행이 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80% 이상의 가상 인격은 세상에서 소멸되어 갔다.

살았어도 죽었어도, 결국 잊혀질 사람은 잊혀지게 된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는 것도, 그렇게 잊혀지기 싫은 가상 인격의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잊혀질 것이다. 너도,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 생각 때문에 답답했던 거니까. 미치게 답답했던 거니까. 미안. 며칠 후면 너도 결국 사라져. 미안. 미안. 그래도 연락하지 않을거야. 미안.

갑자기 한 방울, 눈물이 흘러 내렸다.

* 갑자기 생각나, 대충 써본 소설입니다.

* 그러니까, 죽어도 솔로는 솔로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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