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은 인류를 구원할까?

사람들은 검색엔진에 참 많은 것을 입력합니다. 알고 싶은 것들, 궁금했던 것들을 참지않고 입력합니다. 입력하는 단어들 중엔 연예인 이름이나 참고 자료들도 많지만, 자기가 앓고 있는 증상이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머리가 아플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질문 같은 거죠.

그리고 그때 입력되는 검색어의 흐름은,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보여주는 ‘증상’ 입니다. 어느 순간 ‘저렴한 대출’, ‘신용불량’, ‘개인파산’ 같은 검색어가 많이 입력되면, 세상살이가 뭔가 어려워져 가고 있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죠. 그럼 만약, ‘기침’, ‘근육통’, ‘콧물’ 같은 단어가 많이 검색된다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 감기입니다. 감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 거의 분명한 거죠. 그런데 여기에 만약, 지역 정보가 결합된다면 어떨까요? 갑자기 “부산지역”에서 감기에 관련된 검색어가 많이 입력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다면? 시간대별로 축적된 검색어 목록과 지역 정보가 결합한다면… 우리는, 어느 지역에서 감기가 시작해서 어느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지를 알 수 있는 ‘지도’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구글이, 이런 상상을 정말 실천해 버렸습니다. 지역별로 입력되는 독감 증상에 대한 단어들을 모아서, 독감 주의보를 알려주는 웹 서비스를 시험삼아 운영한 거죠. 결과는? 평균적으로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보다 열흘 정도 먼저, 빠르면 보름 정도먼저 독감을 예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CDC가 병원에 찾아온 사람들의 증상을 보고 받아 질병 예보를 하는 반면, 구글은 사람들이 직접 검색엔진에 입력하는 검색어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 야후!의 데이터로 이뤄진 연구결과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고 있으면서, 조금 무서워 지더군요. 🙂 기사에선 개인 식별 정도가 없는 데이터를 이용하기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기사의 댓글에 달린 많은 사람들도 어떤 ‘보이지 않는 감시의 시선’을 느끼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집단적으로’ 생각하는지 다 까발려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데이터 분석은 결국 유형별로 분류, 통계를 내는 작업이고, 통계를 잡는 작업 뒤에는 항상 ‘감시/관리/감독’의 시선이 깔려있습니다. 숫자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숫자로 관리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의 세계입니다. 저기 감기 걸린 사람 숫자가 많아요. 감기 예방 경보를 내고, 감기약 생산을 늘려야 겠어요-하는. … 아마, 심시티를 해본 사람은 아실거에요. 🙂

하지만 숫자는 ‘증상’일 뿐, ‘왜’ 그런 병이 생겼는 지를 말해주는 지는 못합니다. 숫자로 관리되는 세계의 헛점이지요. 결국 증상만 보고 원인을 찾지 못하면, 사건은 똑같이 되풀이 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숫자가 실제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유행성 질환의 경보를 빨리내고 대처할 수 있다면, 분명히 감염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구글의 이런 시도를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는 분명, 새로운 세계의 생활 방식을 알려주는 하나의 문을 연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구글은 사기업이란 사실입니다. 사기업은 기업의 이윤 추구가 목적입니다. 모든 검색 서비스의 뒤에는 검색 알고리즘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숨어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자들은 검색 사이트에 입력되는, 거대한 검색어의 물결과 항상 마주치며, 그 안에서 어떤 흐름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 숫자로 관리되는 세계에서, 그것은 거대한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은 검색을 통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나는 악해지진 않겠어!’라고 외쳐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구글이 아무리 기계적으로 검색 결과를 매긴다고 해도, 그 알고리즘을 짜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언젠가는, 내부적인 윤리기준과 함께, 시민들에 의한 공적 감시-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런데, 그런 일은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조만간 한국의 다음도, 네이버도, SKT도.. 그런 의문이 제시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사코 필요없다고 이야기하겠지요. 그리고 과연 그런 일을, 어떤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 하지만, 언젠가 분명히 이뤄져야 하는 일인 것만큼은분명합니다.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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