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맥스, 당신의 지름에 반대합니다

에어팟 맥스가 한국에 곧 출시된다. 애플에서 내놓은 고급지고 비싼 헤드폰이다. 대체 왜 이런 제품이 나온 거지?-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이걸 누가 어디에서 쓰라고 내놓은 거지?라고 물을 때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

 

… 뭐, 묻고 따지지도 말고 애플에서 만든 거니까 그냥 쓰면 되지-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다면 상관없긴 하지만.

 

먼저 언론에서, 이게 잘 팔린다는 이야기는 믿지 말자. 해외 언론엔 제품 생산 업체에서도 많이 팔릴 거라 여기지 않는, 그런 제품이란 기사도 올라왔다. 애당초 생산량 자체가 적다. 생산량이 적은데, 생산 라인을 늘리겠다는 얘기도 전혀 없다. 이 가격대의 헤드폰이, 원래 대량으로 팔리는 제품도 아니다.

팔린 숫자를 말할 수 없다면, 1분 매진! 이런 건 그냥 들여온 물량이 적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 클라우드 펀딩 같은 데서 얼리버드 물량이나 펀딩 성공 물량 적게 잡아놓고, 1분 만에 펀딩 성공! 이러는 거와 비슷하다. 잘 팔릴 거라 생각했으면 몇 달 전부터 미리 생산해서 재고 쌓아뒀을 거다. 수요 예측 실패는 판매자 입장에선 최악이니까.

 

 

 

에어팟 맥스는 다른 제품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① 비싸고 무겁지만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② 가상공간 오디오는 끝내준다. 헤드폰 스타일로 나온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이다.

③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조작은 편하다. 전원을 끌 수 없는 건 아쉽다.

④ 브래지어, 엉덩이처럼 보이는 케이스는 없다고 생각하자.

 

리뷰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리뷰에선 일관되게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만 비싸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가격만큼의 오디오 품질이라고는 할 수 없고, 가만히 있으면 무게감을 느낄 수 없지만 움직이면 바로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당연히 애플 생태계에서만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고.

이런 특징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용법은? 실내에서 애플 TV로 혼자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상을 볼 때다. 그런데 애플 TV는 이 제품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니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영상을 볼 때인데, 이건 좀 우습다. 작은 화면에서 영상을 즐기자고 80만 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셈이니까.

 

한국에서 쓸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애플이 영상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 오디오를 즐기고 싶다면 그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없다. 가장 많이 쓰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앱에선 공간 오디오를 쓸 수 없다. 디즈니 플러스가 들어오면 문제가 해결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콘텐츠가 적다는 건 다르지 않다.

사실 이 제품은, 신형 애플 TV를 내놓으면서 같이 내놨어야 한다. 동영상 감상은 큰 화면으로 볼 수록 좋으니까(구형 애플 TV는 하드웨어 한계로 지원하지 못한다.). 신형 애플 TV와 함께 내놓았다면, 킬러 기능이 됐을 거다. 제대로 작동하는 5.1 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80만 원에 장만하는 셈이니까.

 

그게 안되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주로 비교를 하고 있지만, 애당초 다른 용도를 가진 제품이다. 고급형 오디오 이어폰이라면 이런 사양으로 나오면 안 된다. 고음질 코덱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유선 연결도 추가 케이블을 구입해야만 한다. 재질도 무겁고 상처가 잘 나는 알루미늄을 썼다.

 

에어팟 맥스는 오디오용이 아니라, 오디오도 되는 비디오용이라 생각하는 게 맞다. 그런 제품을 왜 지금?이라고 생각하니- 답이 안 나온 거다. 유일한 답은, 애플이 4분기 매출(애플 1/4분기)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면서도, 슬퍼지지만…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에어팟도 적응된 사람들이 뭐든 적응을 못할까(지금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빔포밍 마이크를 위한 기능적 디자인이다.). 다만 음악 감상이나 노캔 헤드폰 생각하고 사려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리고 싶다. 음악 듣기를 원하면 더 저렴하고 좋은 헤드폰 많고, 이동 시간이 많아서 노캔을 원하면 별로 들고 다니기 좋은 제품이 아니라서 그렇다.

 

가격도 비싸고, 이어 컵 교체 비용도 비싸고, 배터리 교체 비용도 비싸다. 저런 디자인은 오염에도 취약하고, 알루미늄 재질에 언제 흠집이 생길지도 두고 봐야 한다. 이건 기본적으로 액세서리라, 배터리를 제외하면 수리나 교체가 아닌 리퍼 교환 밖에 안될 걸로 보인다. 올해 플라스틱 재질을 가진 좀 더 저렴한 제품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다른 리뷰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애플 제품을 쓰면서, 비싼 비용을 감당할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살만하다-라는 정도로 결론을 내린다. 일단 겨울이면 알루미늄 재질은 만지기도 싫을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사고 싶어도 좀 따뜻해진 다음에 생각해 보자. 3월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개인적으론 애플 TV 출시 + 넷플릭스 앱 지원이 최소 조건이다).

 

무엇보다, 음악 관련 제품은 들어보고 사야 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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