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다시 읽어야 할 책, 블랙스완

 

블랙스완이란 책이 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어떤 극단적 상황, 세상이 바뀔듯한 그런 일이 항상 갑자기 벌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읽고나니,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속았다- 싶은 마음. 하아. 진짜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더니(…).

이 책을 보게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다른 일로 자료를 찾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인용하는 걸 봤습니다. 봤는데, 알고 있는 내용과 달랐거든요.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거 아닌가-하는. 그래서 읽기로 결심. 사실 읽기 시작했을 때쯤, 세계 정세가 좀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럼 블랙스완이란 대체 뭘까요? 흔히 하는 설명이라면 이런 겁니다. 블랙스완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사건’이고, ‘극단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저도 원랜 그런 걸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란 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이 말하는 건 하나입니다.

우린, 뭔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게 다 착각이라고.
실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경제학자나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분석, 믿지 말라고.

 

 

 

의외로 길어서 읽기 좀 힘들었습니다만- 블랙스완을 미디어 기사로만 접했다면,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특히 요즘같은 세상에는 더더욱. 막상 불안했던 중동 정세는 ‘그거 오발이었어요’로 순식간에 끝나버렸는데, 책을 읽고 있을 때(2020년 1월), 이미 코로나 19라는 블랙스완이 터져버린 상황이었거든요.

… 읽을 때는 남 얘기처럼 생각했지만요.
망할 31번 아줌마(응?).

 

 

어쨌든 읽다보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복잡하다. 현대는 더 복잡해졌다. 언제 어디서 어떤 대형 사고가 터질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사건을 블랙스완이라 불러보자.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가진 타고난 본성 때문에, 그 부분을 무시한다. 그걸 이용해 어떤 이들은 거짓 예측을 퍼트린다-라고.

다르게 말하면, 우린 뭔가를 예측/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고를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터질 일은 언젠가는 터진다는 자세로. 실제로 겪고 있잖아요? 외환위기, 전쟁, 전염병, 지진, 원자력 사고로 인한 위험 등.

… 물론 지나고 나면 신경쓰지 않습니다만.

예를 들어, 2020년 2월에 나온 코로나19 이후 전망 보고서를 보세요. 대부분 중국 얘기밖에 안합니다. 코로나 19가 중국과 그 주변 국가 정도에서 좀 쎄게 퍼졌다가 끝날 걸로 생각하고 쓰여진거죠. 지금도 우리는, 곧 V 반등이 올거다, 지금이 주식을 싸게 주울때다,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 기사를 접하죠.

근거는? 그저, 지금 상황에서 신뢰할 수 없는, 예전에도 이랬다-밖에 없으면서요.

 

 

사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성된 수많은 반박(?)을 빼면, 핵심은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블랙스완 다음에(금융위기 이후) 나온 짧은 글도 함께 붙어 있는데, 거기선 자연법칙(…)에 따라 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지금도 쓸모 있는 이유는, 이 책은 어떤 진리가 아니라 지식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종교나 신념, 예언을 따르지 말고 삶의 기술, 테크닉을 익히라고 주문합니다. 현학적 이론 놀음에 빠지지말고 현실을 관찰하며 배우라고 합니다. 항상 의심하고 고민하라고 요구합니다. 지식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스토아 학파인 셈입니다.

 

 

… 하지만 세상은 그걸 싫어하죠(…).
그러니 블랙스완은 이런거다! 블랙스완을 대비하라! 이런 말이나 하는 거고요.
그런 말에 완전히 속았던, 아- 블랙스완은 그런 거구나-하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나란 남자 알고 보면 되게 쉬운 남자(…)

 

 

블랙스완을 아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건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날벼락이지만, 저지른 입장에선 그냥 평범한 일이니까요. 코로나 19 자체는 예상 못한 사건이지만, 판데믹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고 경고했던 감염병 전문가는 정말 많았습니다. 심지어 빌게이츠가 TED에서 얘기했을 정도니까요. 구조와 조건을 보면, 시기는 모르지만 반드시 일어날 것들이 보이기는 합니다.

… 물론 눈 앞의 일밖에 신경쓰지 않는 우리가,
그런 ‘당장 닥치지 않은’ 일에 관심 가질리가 없지만요-

하아,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고 싶지만, 정말 그래요. 인간은 마치 인공위성에서 지구 기후를 살피듯, 뭔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진짜 믿는 동물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막상 진짜 예측을 들으면 또 무시한단 말이죠.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는 것처럼(사실입니다).

어쨌든 그래서 우린, 인공 위성이 아니라 그냥 항해사처럼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맞지 않는 일기예보를 신뢰하기 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근데 이것도 제대로 된 삶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우리가 또 자연에서 일어나는 어떤 패턴을 빨리 파악하는 동물이고, 그걸 알아채서 지식으로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아남은 걸 보면 더 그렇습니다만.

 

결국 우리 모두는, 원피스의 나미나 다름 없는 셈입니다. 운명이란 이름을 가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집 쎈 밀집 모자를 쓴 선장을 따라다니는, 그런 항해사 말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 알고는 있지만, 선장 고집(…)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온갖 고생은 다 하는.

뭐,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그렇게 살아야죠. 그럼 요즘 같은 때엔 어떻게 해야 하나고요? 별 것 있나요. 어디로 갈지 모르면, 바짝 엎드려야죠.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이걸 모른다-라는 걸 인정하는 거니까요. 최상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지도 모르는 그 상황을, 일단 버틸 준비를 해야합니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 풀처럼.

힘든 나날입니다. 다들, 무탈하시길. 그리고, 강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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