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7 이벤트 후기(Made by Google 2022)

메이드 바이 구글 2022(Made by Google 2022) 이벤트가 끝났습니다. 구글에서 새로운 하드웨어를 발표하는 행사로, 올해는 픽셀 7과 픽셀 7 프로 스마트폰과 픽셀 워치라는 스마트 워치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 막상 행사를 봐 놓고도, 쓸 게 없네요.

내용이 적은 건 아닙니다. 일단 소문만 무성했던 픽셀 워치에 관한 관심도 꽤 높은 편이고, 픽셀 7과 픽셀 7 프로도 나름 괜찮게 나왔습니다. 문제는, 지금 구글이 가려는 길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겉으로는 분명합니다. 구글은 자사의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는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태블릿, 스마트 워치, 스마트 가전 같은 제품들이 구글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거죠.

그럼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테고, 다른 회사에서도 더 많은 관련 제품을 만들테고, 그럼 구글 광고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 등 구글 매출이 올라갈테니까요. 언제나처럼 구글에게, 하드웨어는 떡밥입니다.

… 아무도 물지 않는, 그런 떡밥이라서 문제입니다만.

이 떡밥을 물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구글 AI를 이용해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말은 스마트폰을 소개한다면서, 그 안에 들어간 구글 AI로 뭘 할 수 있는지를 열심히 보여줬습니다.

개인정보도 지키고, 음성 명령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할 수 있고, 음성 통화도 깨끗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진을 끝내주게 보정해주죠. 사실 배터리도 아끼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일이 많지만, 뒤에서 돌아가는 AI를 보여주기엔 음성 입력과 사진 보정이 최고니까요.

구글 픽셀 7의 ‘독점’ 카메라 기능은, 일단 소개한 내용을 다 믿는다면, 정말 좋습니다. 흔들린 사진을 또렷하게 보정해주는 기능도 좋고, 클로즈업이나 확대를 해서 깨끗하게 찍어주는 기능도 맘에 들어요. 시네마틱 영상 촬영도 되지만 이건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고요. 배경을 쉽게 흐릿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얼굴 잠금 인식 해제를 비롯해, 편리한 여러 기능을 다시 제공합니다. 디자인도 조금 나아졌고요. 환율은 엉망이지만 일단 달러 가격도 나쁘지 않죠. 비싸지 않던 가격을 동결했으니까요. 구글 텐서 프로세서의 성능이 문제입니다만- 뭐, 그건 이제 벤치마크가 진행되겠죠. 픽셀폰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때문에 쓰는 폰이기도 하고요.

잘 나가던 웨어러블 회사 핏빗을 인수한 만큼, 픽셀 워치에는 하나를 더 했습니다. 바로 지속적인 심박수 측정입니다. 다른 회사는 못 따라오는 기능이죠. 거기에 디자인을 전보다 더 예쁘게 다듬고, 여러 구글 서비스 등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터페이스가 맘에 듭니다. 최소한의 작업으로, 원하는 정보를 보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꽤 오래 전, 구글이 웨어러블 시장에 처음 뛰어 들었을 때 가졌던 마인드가 아직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덕분에 느낌이 좋습니다.

이쯤 되면 아 괜찮다, 참 좋다- 이래야 하는데, 왜 그런 말이 안 나오는 걸까요? 사고 싶냐고 하면 사고 싶습니다. 카메라 기능 좋은 폰 참 좋아하고, 애플과 삼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에 안나오죠.

많은 AI 관련 기능이,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기도 합니다. 영어권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사실 AI가 한국어를 처리하는 것도 영어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기도 하고요. 자랑하는 많은 기능 중에, 일부만 쓸 수 있다는 말이죠.

무엇보다, 이젠 이 제품을 샀을 때, 구글이 계속 지원해 줄 거라고 믿기가 어렵습니다.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수 틀리면(…) 그냥 다 죽이고도 남을 회사라서요. 구글은 타 회사에게 모범이 되고 싶어하지만, 예측 가능한 믿음이 생기지 않아요.

실제로 픽셀 7도, 보안 업데이트는 5년간 지원하지만, OS 업데이트는 3년만 지원합니다. 세 번의 OS 업데이트가 아니라, 그냥 3년입니다. 구글에서 직접 만든 폰인데 말이죠.

구글 AI 기반 하드웨어 생태계, 참 좋은 떡밥입니다. 하지만 이 떡밥을 물기 전에, 먼저 구글이 신뢰할 수 있는 하드웨어 회사가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게 없다면, 앞으로도, 어떤 좋은 제품이 나와도, 쉽게 마음이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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