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맨, 바이킹에 눈 뜨게 만든 영화(The Northman, 2022)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먼저 본 탓일까. ‘발할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뜻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인지 웃긴 느낌이 먼저 든다. 처음 영화 ‘노스맨’을 봤을 때도 그랬다. 발할라에 가자고 하는데, 처음엔 그냥 웃겼다. 웃기는데 너무 진지하게 말하니, 내가 이상해졌다. 여긴 대체 무슨 세계인데 저 사람들이 저러는 걸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영화 ‘노스맨’. 넷플릭스에서 인기(?) 영화라며 들이밀지 않았다면, 안 봤을 영화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 안 됐다. 노스맨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으니까. 북쪽에서 온 사람을 가리키나 했는데, ‘바이킹’이라고 한다. 북쪽에서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건 맞지만. 그러니까 이 영화는, 10세기 바이킹이 활약하는, ‘암레스(Amleth)’라는 후일 ‘햄릿’에 영향을 준 주인공이 활약하는 옛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든 영화(라고 한)다.

바이킹 영화를 보면서도 바이킹인지 몰랐던 이유는, 내가 알던 바이킹과 너무 달라서다. 일단 뿔 달린 투구를 쓰지 않는다. 뚱뚱하거나 실컷 술을 들이켜는 사람도 없다. 중간에 영화가 좀 이해가 안 돼서 보다 말고 찾아보니, 그게 원래 바이킹 문화라고 한다(…). 내가 아는 이미지는 나중에 각색된 거라고.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니다. 반대다. 한 남자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결의하고, 큰 다음에 실행한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과연 이 복수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나레이션이 생각날 정도로 간단한 이야기. 어렵게 느껴진 건, 이야기가 이어지는 과정을 점이나 예언으로 많이 처리해서. 내 안의 내가 이런 걸 납득하지 못했다. 

내가 본 이야기는 차라리 게임에서 스토리 진행 장면만 모아놓은 거와 비슷했다. 도입부에서 살해되는 아버지, 도망가는 아들, 복수를 결의하고 (성장 과정 생략), 복수를 위해 옛 마을(…영화에선 꿋꿋하게 왕국이라 부른다)을 공격했지만, 복수할 상대가 없네? 

무슨 일인지 몰라 침울해 있는데 예언자를 만나, 특정 장소로 가서 예언을 이루기 위한 검을 찾고, 그 검으로 어디에서 복수한 다음, 넌 어떻게 될 거다-라고 듣는다. 그다음은 예언에 따라 주인공이 이런저런 일도 하고 싸움도 하고 고난도 겪는 내용. 중간에 액션 장면을 게임으로 넣으면 그냥 게임이다.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것도 그렇고.

액션도 액션이라기보다는 폭력씬에 가깝다. 느리고 힘이 세다. 빔을 쏘고 하늘을 날고 그러는 요즘 히어로물 액션(…)과는 당연히 다른데, 영상이 뿜어내는 파괴력은 히어로들보다 강하다. 로켓 같은 펀치에 맞아 건물 벽을 부수고 쓰러지는 영웅들보다, 주인공 암레스(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이 몽둥이에 한 대 맞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더 실감 난다.

재미있게도, 바이킹 문화 관련 검색을 좀 해보고서 다시 보면, 더 재밌게 느껴진다(…). 알면 아는 만큼 재미가 좀 는다고 해야 하나. 운명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간다!(백 투 더 퓨처)’ 같은 영화나 ‘아무리 애써도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거야?’ 하는 영화만 보다가, ‘역시 운명이 옳았다’(?)라는 영화를 보니까 나름 신성했다. 

영화를 보고 영화 예고편을 보니(…) 영화 줄거리가 다 떠오르는 경험도 했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예고편에 주요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 중세 이전 북구 문화… 그러니까 바이킹 문화에 관해 관심 갖게 해주기도 했다.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줬으니 감사해야 할까. 솔직히 추천하기는 어려운 데, 관심 있으면 한번 봐도 나쁘지 않다-라는 평가를 한 첫 영화.

…그리고 전 당연히, 이 게임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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