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사진을 찍는 이유, 셀프 사진을 올리는 이유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요?
기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좋은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 아니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사진은 기본적으로 ‘이미지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그리고 개인에게 있어서는 기억의 한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북마크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한 순간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잊지 않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애와 결혼을, 졸업과 입학을, 해외여행을, 아가의 모습을, 생일과 모임 등을 기념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남겼습니다. 특별한 날에 찍는 특별한 기록이 사진이었지요. 그런데 그 ‘사진 찍기’의 의미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 이제 ‘사진 찍기’는 일상을 기록하는 메모와 일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진에 기억을 맡기기 시작합니다.


셀프 사진의 비밀

셀프 사진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말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나오도록 찍은 사진으로, 개인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가면 대부분 한두 장 씩은 꼭 있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셀프 사진이 왜 갑자기 유행이 된 것일까요. 사람들은 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고 그것을 블로그와 미니 홈피에 올려서 모두 볼 수 있게 하는 걸까요.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나르시즘일까요? 아니면 디지털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놀이일까요?

둘다 맞는 말입니다. 셀프 사진은 디카를 이용한, 나르시즘에 빠진 아이들의 놀이입니다. 조금이라도 예쁘고 멋있게 나온 사진을 가지고 자랑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놀이입니다. 그리고 셀프 사진은 일상의 기록입니다. 우울할 때는 우울한 표정으로, 즐거울 때는 즐거운 표정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찍어서 남기는 일상의 기록입니다. 실은, 셀프 사진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을 드러내는 과정

인터넷 시대의 아이들은 영악합니다. 그 아이들은 세상이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도, 하지만 그 왜곡된 진실이라도 반복되면 사실이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록은 기억이 가지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은 점점 잊혀지지만 기록은 같은 사실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킵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기록을 꾸미고 조작하고 이용합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용만 당한다면 이미지가 아니겠지요? 이미지가 하나의 의미만 가진다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지요. 그리고 그렇게 조작된 이미지의 세계 속에서만 산다는 것은 불행이기도 합니다.

셀프 사진의 진짜 비밀은 그 사진들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과정에서, 기록으로 일상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한장의 사진은 조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러 장의 셀프 사진에는 자신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드러낸 일상 – 여러 장으로 이어진 사진들의 아우라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갑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우리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셀프 사진을 통해 이야기로 만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렇게 드러난 일상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아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나 예쁘지? 예쁘지?” “사랑해줄꺼지? 꺅!”하는 느낌으로 올리는 사진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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