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 종이질감 보호필름? 권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를 사면, 보통 강화유리나 보호 필름을 붙입니다. 아이패드 화면이 스마트폰과 훨씬 크기 때문에, 흠집도 잘 나서 그렇습니다. 애플 펜슬을 쓰는 사람은 종이질감 필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사각사각? 강화유리나 맨유리에 쓰는 것보단 느낌이 더 좋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2017년에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 바로 종이질감 필름을 붙이고 쓰고 있었죠. 그러다 며칠 전, 아이패드 미니를 산 김에 두 아이패드 화면을 비교해보고 있는 데, 아이패드 프로 화면이 너무 낡아 보이는 겁니다. 이제 쓸 만큼 썼겠다. 떼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떼고 보니, 이게 웬일.

… 새 거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 사진이 종이질감 필름을 붙인, 과거 상태 사진입니다. 장점은 분명해요. 빛 반사가 적고, 그래서 눈부시지 않고, 유리 특유의 딱딱거리는 느낌도 없습니다. 지문도 잘 안 묻죠. 사실 5년간 제대로 닦아준 기억도 별로 없네요. 필름 역할도 하기에, 스크래치가 날 걱정도 없습니다.

대신 화면이… 뭐랄까요. 낡아 보여요. 저절로 영상을 안 보게 될 정도로.

위는 떼고 찍은 사진입니다. 갑자기 화질이 화사해져서, 깜짝 놀랐네요. 없다가 붙였을 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쓰다가 떼니 화질이 좋아진 게 확 체감 됩니다. 으아아. 대체 지난 5년간 전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덕분에 아이패드 화면에 흠집 하나 없는 게 참 좋긴 한데 말입니다…

떼고 나서 보니, 안에 스크래치가 하나 있습니다. 필름에 없는 걸 보니, 필름 부착 과정에서 생긴 모양인데… 5년 지나 이제 와서 항의할 수도 없고요(부착 대행 의뢰). 으하하하. 사실 쓸 때는 안 보이니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묘하게 속 쓰리네요…

종이질감 필름은, 확실히 투명도가 떨어지는 필름입니다. 빛을 난반사 시켜서 광을 죽이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투명하기 어렵죠.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근데 이 정도 차이면, 많이 불편한 게 아니면 안 붙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우선, 본인이 정말 아이패드로 그림을 많이 그리거나 필기를 많이 하는 지 확인해 보세요. 그러라고 나온 프로이긴 하지만, 솔직히 저도 게임이나 책 읽기 등, 콘텐츠 소비용으로 훨씬 더 많이 썼습니다. 콘텐츠 소비 핵심은 역시 화질이고요. 그런데 종이 질감 필름으로 스스로 화질을 떨어뜨린다? 이상하죠-

설령 그림 그리길 좋아해도 그렇습니다. 스케치 정도만 하는 거라면 모르지만, 이 정도면 내가 그리는 그림을 못 생기게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디 행사 같은 곳에서 아이패드 프로로 그림 그려 주시는 분 중에, 종이질감 필름을 쓰신 분은 본 기억이 없네요.

분명히 장점이 있으니까 팔리는 걸 겁니다. 하지만 화질 저하 문제는 꽤 심각합니다. 이 정도 차이면, 도저히 권하지 못하겠습니다. 혹시 아이패드를 사서 종이질감 필름을 붙이려는 분들은, 많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보호 필름도 흠집 생기면 자주 갈아주라고 권하는 마당에, 이건 정말 권할 수 없는 액세서리…같아요.

5년 동안 쓰다가 이제야 화질이 이렇게 다른 걸 깨닫고, 후회하면서 쓰는 글입니다(…).
전 그냥 이제 쌩 아이패드로 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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