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는 것은 진부하다는 말과 같다.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해 실망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클래식이 좋을 때도 있고 파격이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폰 시장은 파격을 원하는 시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실망한다. 논란에서 잠깐 비껴가기 위해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던 파란색을 입혔지만, 그것만으로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갤럭시S3는 왜 이런 디자인을 갖췄을까? 사실 이번 갤럭시S3는 스펙상으로도 대단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래에 기존 모델과 비교해놓은 인포그래픽을 먼저 보자(출처).
놀랍게도, 쿼드코어 CPU를 썼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전 제품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화면 자체가 커진 것, 화면 해상도가 좋아진 것은 이미 올해초부터 트렌드를 타고 있던 일이고, 그밖에 색다르게 달라진 어떤 것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갤럭시S3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현재 봉착하고 있는 문제다.
…새로운 것을 팔려면 나날이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정말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간 중심이라거나, 감성이라거나, 사용 편의성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제 하드웨어 스펙만으론 큰 차별점을 이루기가 어렵다. 화면은 커질만큼 커졌고, 쿼드코어 CPU는 아직 LTE를 지원하지 않으며, 카메라도 그 작은 센서에서 800만 이상은 유의미한 차별점이 되기 어렵다. 다른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추구하려고 해도 잘팔린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OS는 그저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UI를 편집하는 것과 부가기능을 강화하는 것뿐.
결국 돌아갈 길은 다시 휴대폰-이다. 사람들이 쓰기 쉬운 폰을 만드는 것. 그래서 유선형 디자인이 다시 도입되고, UI를 쓰기 쉽게 만들고, 부가기능을 강화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드는 질문. 대체 4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휴대폰인가, 아니면 웹서핑 기기인가?
스마트폰은 태생적으로 컴퓨터와 휴대폰이 합쳐진 물건이다. 이때문에 사무실에선 컴퓨터를 사용해도 집에 돌아가면 컴퓨터를 아예 안켜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왠만한 건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대폰이냐 웹서핑 기기냐-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 가에 따라 각각 디자인의 장점과 단점이 나뉜다.
휴대폰에 충실하고 싶다면 화면은 그리 클 필요가 없다. 아니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경우, 오히려 휴대폰이 작은 쪽이 통화하기도, 휴대하기도 편하다. 실제로 싱가폴을 비롯한 많은 나라 사람들은, 일반 휴대폰으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별 불편함없이 이용하며 살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은 가볍다는 느낌을 배가 시킨다. 디자인은 최대한 손에 착 쥐어지는, 유선형 디자인이 손에 맞는다.
반면 웹서핑 기기에 충실하고 싶다면 반대가 된다. 너무 무겁지만 않다면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 뒷면은 평평한 것이 좋다. 유선형은 손에 잡고 있을 때 이 큰 기기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게된다. 휴대하기가 조금 불편한만큼 외형은 멋있어야 한다. 메탈릭이나 유리 같은 느낌은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배가 시킨다. 화면 네 귀퉁이의 곡선은 작게 둥그러지는 것이 훨씬 기품있는 느낌을 준다.
결국, 손바닥안에 들어오는 기기냐, 손가락으로 잡아야 하는 기기냐-에서 통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기냐 웹서핑이 중심이 되는 기기냐-에서 많은 것이 나뉘게 된다. 거기서 갤럭시S는, 조금 더 휴대폰으로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어느만큼 효과적인 방향이었는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 하지만 나는, 이런 글을 적을 정도로 실망했다. 평소라면 적지 않았을 갤럭시S3에 대한 글을 적을 정도로. 뭐, 어차피 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