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권파와 카우치 성기 노출에 대한 잡상

며칠동안 살펴보다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서, 잠시 생각도 정리할 겸 글을 써봅니다.

1. 이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투표 논란. 핵심은 비례 대표 투표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결과를 통해 ‘투표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투표 결과도 신뢰할 수 없게됐으니, 비례대표들은 다 사퇴하고, 투표 과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도 사퇴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것이 ‘비당권파(?)’의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당권파(?)’는 투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 실제 당원들이 투표한거고, 다만 관리가 좀 소홀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비례대표 투표 결과는 인정하고, 그러니 그 사람들은 그냥 국회의원하라고 하고,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만 묻자’라고 하는 것.

2. 여기서 납득이 안되는 사실은 하나다. 상식적이라면,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니, 투표를 다시하거나, 투표 결과를 백지화한다“라는 것이 맞다. 그것이 부정이든 실수든,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결과의 정당성도 확보되지 않는다. 그게 절차적 민주주의다.

…만약 이런 일이 새누리당에서 일어났다면, 야권에서 어떻게 대응했을 지 생각해보면, 답은 뻔히 보인다.

과거에 당권파가 얼마나 패권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줬는 지는 잘 모른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번 사건만 놓고 봐도 그렇다. 요 며칠간 당권파의 주장을 보면서 뭔가를 잘못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학생회 선거도 아닌데, 당권파는 그냥 우기면 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치하자는 사람들 맞나, 싶을 정도였다.

3. “부정이 일어나지 않았으니(=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었으니) 선거 결과는 유효하다. 그걸 존중하지 않으면 당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라고? 그러니까 자꾸 ‘부정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부정 여부와 상관없이, ‘중대한 부실’로만 밝혀져도 ‘선거결과’가 크게 문제가 된다. 다른 이들도 말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결정된 결과를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꾸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된 사람은 그냥 두자고 한다. 결국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속내다. 그걸 어떤 누가 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당원들의 명예를 땅에 쳐박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당권파 당신들이다. 물론 그걸 모를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왜 이렇게까지 어깃장을 놓는지, 대체 알지를 못하겠다.

…대체 지키고 싶은 것이 진보인가, 아니면 비례대표가 된 몇명인가?

4. 2005년 7월, 그룹 카우치는 MBC 음악중심에 출연한 다른 밴드의 공연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사고를 저질렀다. 사실 이들이 큰 잘못을 했다 여기진 않는다. 그들의 말 그대로 ‘재미있는 짓’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일게다. 하지만 인디의 정서와 공중파의 규칙은 다르다. 이로 인해 밴드들이 공중파 무대에 서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말 그대로 그들은 인디를 엿먹였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보면서 자꾸 카우치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들이 진보를 말하면서, 자꾸 진보를 엿먹이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극단적으로 감정적이고 실력행사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되기는 커녕, 오히려 똥 뀐 놈이 성질낸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잘못을 한 게 없으면 떳떳해야지-라는, 별로 쓰기 싫은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5. 이 사람들, 참 지독하다. 이번 건이 별 문제가 없다면, 지난 총선때 이정희 후보는 대체 왜 사퇴했단 말인가.

이거, 지난 3월 21일 작성된 @capcold 님의 글이다. 왜 이 트윗이 아직도 유효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윗 트윗처럼 이미 대답은 나와있다. 그걸 못하겠다면, 이제 기대하는 것은 그냥 하나다. 노심유가 절대로 탈당하지 말기를. 끝까지 당을 지키기를. 아무래도 당권파가 가장 원하는 것이, 그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다 당을 나가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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