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신 후 지난 글 ‘스마트폰은 어떻게 디지털 카메라를 죽였나‘를 보시면 좋습니다. 지난 글에 실린 그래프를 좀 더 자세하게 보여주는 그림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래는 CIPA 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지난 40년간 필름 +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필름 카메라 출시 이후 서서히 성장하던 카메라 시장은, 디지털로 바뀌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J자 커브를 그리면서 올라가고 있었죠. 그러다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폭락합니다.
이걸 ‘카메라’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마트폰이 카메라 사용자수를 진짜 극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늘려버린 일이긴 합니다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카메라를 파는 회사가 카메라 회사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로 바뀐 거라서, 망한 셈이죠.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카메라를 파는 회사는 삼성과 애플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고요.
슬퍼할 일은 아닙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만큼 더 늘어났고, 사진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폭증했으니까요. 그저 카메라 회사가 위태로워진 것일 뿐. 이 와중에 후지는 문서솔류션 및 필름 같은 소재 산업 회사로 전환했고,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및 게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됐으며, 캐논은 산업의료 장비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코닥은… 패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코닥 스토어 우리 동네에 생겼는데, 지나가다 보고 이게 뭐? 멍- 한 기분이 들었다는. 물론 코닥의 노란색을 참 좋아하긴 합니다. 이거보다 밝은 노란색(일루미네이팅)이, 펜톤이 정한 2021년 컬러가 되기도 했죠. 그래도 진짜 뜬금없긴 했다는. 처음엔 한시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국내 한정으로) 진심이라 더 놀랐다는(브랜드 대여).
여전히 전문 카메라는 살아있습니다. 다만 저기, 디카가 도입되기 전 쯤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정도가 원래 존재하던 전문가 시장이고, 스마트폰으로 그런 전문적인 일을 대체하기엔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이 시장은 스마트폰이 사라져도 남아있겠지만, 더 커지긴 어려울 겁니다. 출하량 기준으로는요.
스마트폰은 DSLR 시장을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그보다 많은 사진 애호가가 태어나게 해줬습니다. 그럼 고마워해야지요. 진짜 사진이 판치는 세상, 어딜가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세상을 만든 건, 스마트폰이니까요. 이게 고마워해야할 일인지는, 좀 알쏭달쏭하긴 하지만요. 물론 저는, 이젠 없으면 못 살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