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주장-이라 신선했지만… 글쎄요. 🙂 조금 글을 읽다보니,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를 확인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아고라에 올라온 따뜻한 햇살님 주장의 핵심은 “전 제 딸이 나중에 자라서 엄마가 아파도 혹은 저를 딸처럼 여기고 예뻐해주는… 제가 받은 사랑만큼은 아니라도 조금쯤은 베풀줄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것이 잘못일까요???” 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핵심은 이부분, “그런 저에게 어떻게 남편이 그런말을 할수가있는지.. 너무나 많이 울었습니다… 요즈음 사는것이 너무나 많이 힘이 듭니다… 그래도 참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아이를 봐서 웃으며 살려고 참고 참고 있는데… 힘을 줘야할 남편의 말이 그야말로 비수처럼 날아들더군요…“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따뜻한 햇살님이 원하는 것은 ‘논쟁’이 아닙니다. ‘내가 정말 잘못한 거야?’라는 질문에 ‘아니야’라는 대답이 돌아오길 바란 거죠. 그러니까… 논쟁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공감-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 설마 어린 딸의 ‘가슴 아픈 대답’에 화가 나서 글을 올리셨겠어요 -_-;;;
반면, 콜드님의 이야기는 다른 쪽으로 풀어집니다. “세상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데, 부모 봉양까지 당연한 의무로 해야만 하냐”라는 주장입니다. 따뜻한 햇살님은 ‘섭섭함’을 토로하는데 콜드님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맞받아칩니다. 거기에 덧붙여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데에서 그쳐야 한다”라고 일반화를 시도합니다. 에휴휴…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따뜻한 햇살님은 그런 이야기는 아고라가 아니라 미즈네-같은 곳에서 하시는 것이 더 낳았다낫다는 것이고, 콜드님은 개인적 ‘의견’을,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로 포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대화가 안되요. “나 과제도 많고 교수님도 짜증나고 친구들도 이상해서 힘들어”라는 여자친구에게 “니가 칠칠치 못해서 그래”라고 대답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 커플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하듯 말이죠…;;;;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데에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뜻한 햇살님의 실수는 말을 걸 상대를 잘못 고르셨다는 것. 아고라-는, 뭐랄까, 참, 토론의 성지-라고 스스로 붙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논쟁을 위한 공간이거든요;;; 콜드님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를 ‘부모라면 이래야 한다’로 과도하게 몰고나가고 계십니다.
아 물론, ‘남자라면 호드!’지만… 그거야 웃자고 할때나 하는 이야기구요.
여기서, 자식-부모 봉양 문제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자식이 꼭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별라별 부모-자식 관계가 많기에,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는 문제네요. 하지만 ‘나는 부모를 돌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모시고 살지는 않아도, 돌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부모-자식 관계가 아니라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공동체가 유지되는 최저의 기준은 단 한가지입니다. “우리는 절대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것. 돌보지 않겠다는 것은 이 공동체 규칙의 파기를 선언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부모-자식 관계를 바랄 수가 없죠.
아무튼… 개인적으로, 공감을 바라고 올라온 글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이, 싸우면서 살 수만은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쫌 섭섭하긴 했겠구나- 라고 먼저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그래도 지적하고 싶다면,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요~” 정도면 적당할 것도 같구요. … 우리가 뭐, 이명박이랑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