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산 화장품, 일명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5년 생산액이 무려 10조 원이 넘는다. 세계 뷰티 시장이 2020년까지 매년 6.4%, 약 6750억 달러(한화 약 785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백색 가전과 마찬가지로 사양 산업으로 여겨지던 뷰티 산업이, 왜 갑자기 상승 곡선을 탄 것일까?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이런 변화 뒤에는 항상 IT 기술이 숨어있다. 사실상 지금, IT는 뷰티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 개발부터 시작해 생산, 유통, 홍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화장품, 유통 방법이 바뀌다
언제나처럼 뻔한 이야기 먼저 해보자. 먼저 개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사는 방법이 크게 변했다. 예전에는 광고나 아는 사람의 추천을 통해 화장품을 알게 되고, 그다음 매장 방문/ 통신 판매/ 방문 판매가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동영상이나 블로그 리뷰를 확인한 다음,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 그러니까 8~90년 대생들이 성장하면서 쇼핑 형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인기 화장품 리뷰어인 씬님 같은 경우엔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 중국에서는 왕흥이라 불리는 인터넷 스타들이 급부상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장 규모가 1000억 위안, 약 176조 규모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 업계의 마케팅도 인터넷, 그중에서도 동영상 리뷰에 집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뷰티 유튜버들과 협업을 진행하거나, 아예 이들의 이름을 내걸고 신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화장품 리뷰를 보여주는 앱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양한 화장품 정보를 접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글로우픽’과 ‘언니의 파우치’다.
먼저 글로우픽은 실제 화장품 소비자들의 리뷰를 모아서, 랭킹을 정해 보여주는 앱이다. 방대한 화장품 데이터베이스와 50만 건이 넘는 리뷰가 자랑거리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화장품을 잘 추천해 준다고 한다.
언니의 파우치는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앱이다. 지금은 일반인들의 화장품 리뷰와 화장 팁, 쇼핑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입 시 본인의 피부 타입과 나이, 선호 브랜드를 확인해 개인 맞춤형 뷰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장 경험을 바꾸는 IT 기술
포켓몬 고로 유명해진 증강현실 기술은 뷰티 업계에선 예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실제로 50여 개 이상의 화장품 회사가 이미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얼굴 사진을 찍어서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을 칠해본다거나, 아이섀도를 미리 발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머리 염색을 가상으로 해본다거나, 눈가 주름살이 14% 감소했을 경우 어떤 모습이 되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라크미(Lakme)라는 앱은 인도 지역을 중심으로 500만 명이 다운로드한 앱이다. 태블릿 PC 화면을 아무 화장이나 해 볼 수 있는 마법의 거울로 바꿔준다.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뷰티 앱은, 이렇게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여러 가지 화장 경험 들을 가상으로 해봄으로써, 자신에게 잘 맞는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하드웨어로는 심플 휴면사에서 나온 ‘센소 미러 프로’ 라는 제품이 있다. 8인치의 원형 화장 거울로, 다양한 센서가 달려 있어서 사람이 앞에 앉으면 자동으로 화장 조명을 켜주고, 원하는 상황, 예를 들면 사무실 불빛 같은 것에 맞춰서 조명 색을 바꿔준다. 아마존 에코와 연결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 얼굴 한 부분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달려 있다.
뷰티 테크는 웨어러블 기술의 미래인가
IT 기술이 뷰티 산업의 토대를 바꾸고 있다면, 거꾸로 화장품 산업이 IT 산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웨어러블 제품들은 아무래도 뷰티, 패션 산업의 노하우를 빌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신 형태로 스마트 기기 컨트롤러를 휴대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에서는 올해 CES에서 웨어러블 패치를 선보였다. ‘마이 UV 패치’라는 제품으로, 이 제품을 피부에 붙이면 스마트폰 앱으로 자외선 노출량을 체크할 수 있다.
얼마 전엔 듀오 스킨이라고 피부에 붙이는 형태의 스마트 타투가 발표되기도 했다. 페이크이긴 하지만, 재미있게 봤던 것 중 하나는 전자 잉크를 몸에 이식해서 사용하는 영상이다. 전자 잉크를 몸에 부착해서 스마트폰 보조 화면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실용화된다면 꽤 재밌을 것이다.
점점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다른 산업과 융합, 특히 IT 산업과의 융합은 당연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IT와 거리가 멀 것처럼 여겨지는 뷰티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IT 산업 역시, 적극적으로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