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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니

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2023년 9월 애플 이벤트가 끝났다. 새로운 아이폰 15 시리즈와 새로운 애플 워치를 선보였지만, 애플워치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이번엔 정말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폰 발표에 심혈을 기울인 이벤트였다.  다른 제품 없이 아이폰만 가지고 90분중 60분. 애플워치 발표는 상당 시간 ‘완전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하는데 쓰였으니, 아이폰15 시리즈만을위한 이벤트를 진득하게 치뤄낸 셈이다. 솔직히 이렇게 아이폰에만 집중한 이벤트는정말 오랜만이었다. … 아 그런데, 그 아이폰 발표가 뭔가 좀 시원하지 않네.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서 그렇다. 작년엔 꽤 이슈였던 ‘다이나믹 아일랜드‘ 같은 기능이 없다. USB-C 단자로 바뀐 건 꽤 큰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진작 채택했어야 했다. 아이폰 프로 재질이 티타늄으로 바뀐 것? 좋지만 재미는 없다.  프로 맥스의 5배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몇 년전부터 채택한 카메라다. 사실 일상에서 잘 쓰지도 않는다. 더 좋아진 프로세서? 체감 성능 향상은 거의 없을 거다. AAA급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애플 비전 프로에서 볼 수 있는영상을 찍을 수 있다? 신경은 쓰이지만 글쎄(웃음). 사실 별 의미 없다. 나와야 해서 나왔을 뿐이니까. 많은 사람에게 아이폰은 때가 됐으니까 바꾸는 거지, 다른 제품과 비교하며 골라쓰는 제품이 아니다. 그걸 아니까 애플도, 작년부터 반스텝씩 나가는 전략을 쓴다. 작년 프로급 기능을일반 모델로 밀고, 신형 프로 모델에만 이런 저런 기능 향상을 꾀한다. 반스텝 전략이 가진 장점도 있다. 애플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그랬다. 달러 환율이 쎄지 않았다면, 가격을 올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달러다. 달러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모든나라에서 아이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서 더 올린다면? 무리수다. 그러니 보급형 모델은 재고 활용을 하고, 신모델에만 신기능을 몰빵한다. 대신 달러 가격은 유지한다. 윈-윈일까? 모르겠다. 살 사람은 사는 제품이 되면서, 이걸 정말 이 돈을 주고 꼭 사야하는 건지, 그런 질문이 사라졌다. 대체제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 대신 한번 사면 오래 쓰는 사람이 늘어나니, 애플도 매출을 지키려면 더 싸고좋은 아이폰을 만들 수 없다. 실제로 2023년, 애플은 아이폰 14 프로 맥스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을 방어했다.     현명한 선택이긴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그런 기능은 사치다. 그걸 위해 몇 십 만원을 더 내라는 것은, 정말 이 걸로돈을 벌 사람이 아니라면, 가치가 있을까?대신 눈에 띈 건, 아이폰 15 프로가 아니라 그냥 아이폰 15였다.  … 아이폰XR로 시작한 보급형 아이폰이, 이제야 겨우 괜찮은 제품이 됐다(기본형이라고 그러지 말자. 아이폰XR은 아이폰5c의 정신적 후계자다. 5c와 xr에서 쓴 맛을 보고, 아예 이름을 바꿔 버린 케이스.). 구형 프로세서를 쓰고 있지만, 충분히 강력하다. 다이내믹 아일랜드 같은 기능도 있고, 디자인도 예쁘고, 화면 크기차이도 없다. 가장 크게 갈렸던 ‘줌 카메라’에서, 4800만 화소 센서를 크롭한 유사 2배 광학줌을 지원함으로써드디어 면피에 성공했다. 속도가 느려도 USB-C를 탑재했다(특별한 일(실시간으로 사진을 외부에 저장하거나 하는) 없으면 좀 느려도 된다.).  디스플레이 주사율 차이?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프로 모델 쓰던 사람은 역체감이 있을 거라고? 눈은 간사해서 금방 적응한다. 사실 일상에서 5배줌을 쓸 일도 별로 없고. 아이폰 자체에서 손떨림을 제대로 잡아준다면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