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20년 만에, 아이팟을 단종 시키겠다고 공식 발표 했습니다. 사실 지금 판매되는 아이팟 터치도 재고 부품 처리나 마찬가지라서, 이게 아직 판매되고 있었단 말야?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젠 한물 간, 떨이 취급 받는 아이팟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애플을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아이폰이란 물건 자체가, 전화가 되는 아이팟을 만들다가 나왔으니까요. 나왔을 때도 굉장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죠. 정말 붐-이 불었어요. 음악 산업을 아예 바꿔버리기도 했고요,
… 아이팟 판매 이후, 음반 시장은 쭈욱 내리막 길을 걸었다죠.
그게 아이팟 잘못은 아닙니다. 음반 시장은 그 이전부터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었거든요. 인터넷 보급과 냅스터라는 P2P 서비스가 광풍을 불러일으키면서, 대세는 Mp3 플레이어쪽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리버가 히트한 시기이기도 하죠.
음반 회사들도 자기네가 직접 Mp3 파일을 파는 사업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음악 산업과 관계가 좋았던 잡스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잡스가 음반사들을 설득해 아이튠즈 마켓을 열었던 건, 꽤 큰 일이긴 했습니다.
이상하게 아이팟 셔플은 사진이 없네요.
사실 있을 겁니다. 있을 텐데, 구글 포토에서 아이팟이라고 검색했을 때 안 잡힐 뿐이겠죠.
어쨌든, 그동안 수많은 스마트 기기를 써봤지만, 감정적 애착은 Mp3 플레이어에게 듭니다. 항상 음악과 함께 했던 기기라서 그랬던 걸까요? 뭐랄까, 스마트폰이 어떤 도구 같다면, Mp3 플레이어는 날 위로해주는 친구 같다는 느낌. 쓰는 역할이 정해진 기기라서, 더 그런 탓도 있겠죠.
아이팟 자체에 이용자를 락인하는 요소도 많았습니다. 며칠 시간 내서 아이튠즈에 음원을 정리했더니, 아이튠즈 때문에라도 계속 아이팟을 쓰게 됐거든요. 심지어 지금 컴퓨터에서 이용하는 Mp3 재생 소프트웨어도, 이젠 정리된(…) 아이튠즈입니다. 아하하하하.
아무튼, 사라질 거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끝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쉽네요. 제 청춘과 함께해준 기기니까요. 다시 올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냥 조금 그리운 그런 감정? 요즘엔 가끔, 이런 단순한 기기들이 꽤 그립습니다. 스마트 기기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지면서, 정신 사나워져서 더 그럽니다.
그래도 새로운 아이팟이 나올 거란 기대는 안했습니다. 애플 성격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팀 쿡의 애플은 음악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음악 사업을 하는 회사라 생각되니까요. 하, 지겨운 돈 욕심.
남은 아이팟은, 재고가 떨어질 때까지 살 수는 있다고 합니다. 근데 아이팟 터치 마지막 제품은 이제 추가 지원도 못 받을 제품이라, 안 사는 게 나아요. 누가, 아이팟 클래식 비슷한 기기나 다시 발매해주면 좋겠습니다.
음, 그냥 소니 워크맨을 사야하는 걸까요-
오 글고보니 저희집에도 아직 아이팟 비디오 있는데. 심지어 그 안엔 영화도 두편인가 들어있죠 ㅋㅋㅋ
다이소에서 액자 하나 사서 붙여줘… 생각보다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