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 가네시로 가즈키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분류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 p232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훗카이도에 맹인 안내견 양로원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는 나이가 너무 들어 맹인 안내견 역할을 제대로 할수없는 개가 여생을 보내는 장소래. 나, 그런 컨셉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동했거든. 그래서 화면으로 기어들어갈 것처럼 열심히 봤는데, 10년이나 같이 생활한 어떤 할머니 하고 개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야.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골든 리트리버 수놈이었는데, 할머니하고 개는 한 시간쯤 꼭 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어. 간신히 담당 직원이 떼어놓아 작별을 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고 양로원을 떠나는 할머니가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면서 ‘잘 있어, 안녕’ 하고 개의 이름을 외치는데, 개는 꼼짝 않고 앉은 채 멀어지는 차 쪽을 쳐다만 보고 있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맹인 안내견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니까.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 표현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짖어서도 안 되니까. 차가 양로원 문을 나서서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데도 개는 헤어진 장소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가 사라진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거야. 몇 시간 동안이나. 10년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곁에서 없어진 거잖아. 충격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도 못했을 거야, 아마. 할머니하고 한낮에 헤어졌는데, 해가 기울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무지하게 세찬 비가. 그런데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고개를 들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웡, 하고 짖기 시작하는거야. 웡-웡-, 하고 몇번이고 말이야. 그런대도 그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거나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거야. 개는 등과 가슴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을 꼿꼿하게 펴고 마치 완벽한 조각상 같았어.

나,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어버렸어.
개가 짖는 소리에 맞춰서 엉~엉 하구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개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는거.
그 개울음 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웠어.
나,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만약 그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 개처럼 울수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니?

-GO,  가네시로 가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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