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용산과 종로를 왔다갔다 할 일이 있어서 지하철 타고 돌아다니다가, 용산에서 컴퓨터 본체를 받아들고 택시를 탔습니다. 졸려서 몽롱하게 누워있는데, 차가 막히자 마침 잘 됐다는 택시 기사 아저씨가 신나게 욕을 해대시기 시작합니다.
철도 파업해서… 사람들 힘들고… 택시에 사람도 없고… 그 나쁜 새끼들… 이 기회에 모조리 짜르고… 구속 시키고… 손해배상 물려야해… 우리 국민들이 단단히 맛 좀 보여줍시다… 어쩌구… 저쩌구…
대꾸할 생각도, 싸울 이유도 없어서 그냥 잤습니다. 그러니까, 너무너무 끔찍하고, 지겨운, 저 폭력적인 논리. 한번 맛 좀 보여주자, 어디 한번 당해봐라-라는 저 논리. 유럽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저런 사람들 가끔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예, 겉으로는 니네가 잘못했으니 혼내주겠다-지만, 실제로는 “폭력”과 “배제”의 논리. “왜”에 대한 호기심이 거세된, 일방적인 선동의 논리. … 스킨 헤드족이라 불리는, 극우 파시즘의 논리와 똑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와서… 우리 일자리도 없어지고… 거리에 더러운 놈들 투성이고… 그 나쁜 새끼들… 이 기회에 모조리 추방시키고…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혼 좀 내주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가져다 붙이는 “국민”이라는 이름. 우리 편과 적을 나누고, 적을 무찔러야 한다는 선전선동.
그런데요 아저씨… 그거 아세요?
철도가 파업하면, 시민이 불편하죠? 그건 철도가 시민을 상대로 사업한다는 것을 말하죠? 그게 공공기업이거든요. 현대차야 나오든 안나오든 우리 삶이랑 상관없지만, 철도가 멈추고 그러면 불편하죠? 그래서 공공기업은, 이익보다도 시민의 생활을 더 고려해야 하는 건데요, 지금 철도 운영진은 철도를 사기업처럼 만들려고 하거든요? 그게 상업화거든요? 수익 안난다고 사람 적은 노선 폐지하고,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할인혜택 폐지하고, 요금 올리려는 거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는, 그런 것이 좋으세요?
저도 오늘, 하루 종일 불편했어요.
사람도 많고, 기차도 늦게 오고. 운전하는 아저씨는 초보인지 중간에 끽끽 거리며 불안하게 운전하고.
그런데요, 그런데도요, 전요,
도저히 철도 파업이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이대로 철도 노조가 져버리면, 파업이 마무리 되면, 우리가 더 불편해 지거든요.
철도 파업을 해도 못막았는데, 이제 장애인/노인 할인 혜택 폐지에 누가 이야기할 수 있고, 비싼 기차 요금에 대해 누가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람이 조금 사는 마을에 기차를 끊어버려도,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빚 갚아야 한다고 기차 요금 10%씩 올려버려도, 이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나는 오히려, 철도 경영진에게 한푼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 KTX로 떼거리로 바뀌면서 실질적으로 올라버린 철도 요금 때문에 할 말이 더 많을 사람들이, 왜 갑자기 자기가 뭐라도 된양 ‘철도 경영진’을 두둔해 주는지, 그게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구요.
아시겠어요?
철도 노조 파업이 무위로 돌아가면, 앞으로 불편해질것은 바로,
우리들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