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유명한 헬스클럽 체인점인 켈리포니아 피트니스에서는 보통 2년의 회비를 한꺼번에 받는다(약 백만원).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해마다 만원정도씩만 내면 회원 기간을 연장할 수가 있다. 최근 온라인 영어강좌 사이트인 이티하우스에서는 20만원에 삼성 옙 T9 엠피3 플레이어(1G)를 무료로 주고, 백일동안 95일을 빠지지 않고 수업 들으면 수업료 전액까지 환불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몇달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높은 할인률이나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영어등 외국어를 배우거나 몸을 단련하기로 마음을 먹고 관련 학원(피트니스 포함)에 알아보러 들렸다가, 이렇게 장기 수강 할인 프로그램을 끊는 사람들은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왕할거면 단단히 마음 먹고 제대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도 있을테고, 장기 수강 할인 프로그램은 한달 끊을 바에야 세달 끊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될 만큼 (대부분) 확실하게 싸다.
왜 그럴까? 학원에서는 보통 “안정적인 수강생”들의 확보와 “효과적인 교육”을 내세운다. 수강생들이 한두달 해봤자 효과도 못보니 장기가 낫고, 학원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강생의 숫자를 확보할 수 있으니 충분히 할인을 해 줄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들 말하지 않는 것, 그리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인간의 의지는 그렇게 굳지 못하다.
영어, 헬쓰, 그리고 다른 몇가지 교육 프로그램들. 왜 그렇게 다들 ‘배워야지’하면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남들이 해야한다고 말해서 배우긴 하지만, 해보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은 인간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인간은 유혹에 약하다. 우리는 먼 미래보다 눈 앞의 빵 한조각에 더 정신이 팔린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은 생각 이상으로 바쁘다. 하나의 배움이나 단련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보통은 일상의 약속을 위해 하루 이틀 정도 출석을 포기하게 되고 그러다 계속 나가지 않게 된다.
학원에서 장기 수강 프로그램을 ‘대폭 할인’하면서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6개월짜리 헬쓰 회원권을 끊어놓고도 처음 한두주만 나오고 안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영어 학원을 다녀본 사람은 알것이다. 매달말이 되면 수강생의 1/3에서 심하면 2/3의 사람들이 출석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의 2년 회원권이 따지면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 회원권을 끊은 사람중에 몇년동안 꾸준하게 다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티 하우스의 수강료 환급 프로그램이 아무리 파격적인 조건이어도, 100일동안 매일 한시간씩 인터넷 강좌를 꾸준히 수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그럴 사람들이 많다면, 학원들에선 절대 그런 조건으로 수강권을 팔지도 않겠지만.
그렇다면, 독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도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배움을 위해서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일상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솔직히 말해 ‘독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배움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는 마음이나 결심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에 적용시켜야 한다. 연애의 마음가짐과도 비슷하다. “아무리 바쁜 시간에도 만날 시간은 내게 되”는 것이 연애라면,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헬쓰클럽에서 운동을 하거나, 퇴근할 때 학원에 들려서 수업을 들은 다음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배움이다. 배움에 맞춰서 일상은 변한다.
…나는 지금, 이티하우스의 파격적인 할인 프로그램을 수강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수강료 전액 환불은 분명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1시간씩, 100일 연속으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그에 맞게 내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욕망은 할 수 있다고 외치는데, 이성은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나를 꾸짖는다. …O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