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3 14:13:17
자료를 정리하다 우연히 다시 본 영화, 엽기적인 그녀.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구려 -_-;’였는데, 다시 보니 꽤 새로운 맛이 있다. 뭐랄까, 왜 이 영화가 히트 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다짜고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남자를 위한 로맨스 판타지물이다. 남성용 할리퀸 문고-라고 표현하면 될까나. 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네 아니네 말이 많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서 작가의 상상력이 꽤 많이 개입된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이 영화는 (마초물이 아닌) 남자들의 연애 판타지에서 자주 나타나는 ‘우유부단한 남성’과 겉으로는 적극적이지만 속으로는 여린, 그러면서도 재주많고 예쁜 그런 여성의 이야기다. ‘오 나의 여신님’으로 대표되는 이런 경향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①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리드 -_-하고, ② 남자는 소박하고 착하지만 여자는 그래도 괜찮게 살고(또는 고귀한 존재), ③ 여자가 먼저 남자를 좋아해 준다 -_-;; 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연애 판타지(로맨스)물에서 주인공이 먼저 좋아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 넘이 날 먼저 좋아해서 넘어가 주거나, 좋아해도 모른척하거나 -_-; 그 넘이 내게 목매달아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뭏든, 그래서 연애 판타지 물에서는 주인공이 연애권력의 피지배자가 되지 않는다. 하긴, 그래야 상상의 세계겠지?
솔직히 영화에서 전지현은 전지현 자체로 매력적이진 않았다. 얼굴은 예쁘다기 보다는 소년 같고, 영화 내내 대사도 엉망이었다. 연기도 거기서 거기 정도의 수준. 영화에서 표현된 그녀의 엽기성도 사회적인 룰을 깬다기 보다는 그저 조금 별난 정도.
하지만 그녀가 계속 주인공을 리드하면서도, 가끔 애교도 피우고 강단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_-;; 주인공을 위해 경찰서도 찾아가고 기타 등등의 모습을 보여줄때, 나는 그녀가 점점 좋아져갔다 *ㅡ_ㅡ*. 뭐,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것을 상상하지 않는가. 이쁘고 겉으로는 엽기적이라도 속은 착하고 재주도 좋은데다 나를 위해주는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리 모두는 사랑하기 보다는 사랑 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아무튼 이런 얘기야 몇년전에 실컷 나왔으니 그만하고, 오늘 다시 보면서 이 영화 괜찮은 구석이 있네-하고 느꼈던 것은, 이 영화에서는 연애의 과정이 (별로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보여진다는 것이다. 사실 연애의 과정-_-을 계속 보여주는 영화는 별로 없다. 사귀기 전까지의 과정이나, 이별후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되는 영화는 많아도. 모든 일상처럼 연애의 일상도 타인이 보기에는 꽤나 지루한 것들이라 제대로 표현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