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해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전에 읽었던 어떤 만화-_-에서 나온 대사였습니다. 사실 머릿속은 손쉽게 아스트랄계까지 날아갈 수 있는 곳이라, 같은 일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떠돌게 됩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조금 더 생각해서 내뱉는 것들이 ‘자신의 입장’이 되는 것이겠죠.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힘을 가지게 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무례하고 천박한 행동이며, 결국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언령이 되고 맙니다.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사망에 대한 기사와, 그 기사 리플에 관한 글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도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빨빤님의 사람이 죽었다는 데도 욕이나 하고 있을래? 라는 포스트는 글이 거칠기는 하지만, 일면 타당한 이야기입니다(개인적으로 재벌 총수의 딸이 죽었는데 이 정도로 작게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이 대단하다는 관점에는 동의가 안되지만- 말입니다. 그녀가 다이애나 황태자비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요즘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망쳐버리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보통 한 사람에게 관혼상제같은 일이 닥치면 어지간한 일에 대해서는 잠시 침묵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이 입장은 제게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녀가 여성 서열 3위의 부자였고, 검찰의 수사대상에 있었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재벌 총수의 딸이었다고 해도, 장례식 기간 정도는 침묵하는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어찌되었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 물론 그들이 우리들에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예의를 보여준 적이 없는 사람들이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삼성그룹을 옹호하시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생명이 소중한 것이고, 죽음이 경원시 되어서 안되는 것이라면, 제발, 얼마전에 개에 물려 죽은 소년과, 촛불을 켜고 자다가 불타죽은 소녀와, 어제 불 속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농민과, 돈이 없어 아이들을 차례로 내던지고 자신도 몸을 던진 어머니와, 이라크에서 죽어간 수만의 생명들에 대해서도, 가끔씩은 생각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죽음이 가볍게 여겨져서 안된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막내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