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투표율이 높아서 문재인이 이길줄 알았지만, 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표차는 약 3~4%(대충 100만표). 착찹하긴 합니다. 그래도 이런 투표율에서 당선됐다면, 인정할 수 밖에요. 그렇지만 앞으로, 그녀를 찍지 않았던 1280만표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희망사항.
3. 사실 이번 선거는 결과 나온 것만 보면, 상당히 특이합니다. 15대 대선이후 박근혜, 문재인 모두 역대 대통령 당선자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흔히 하는 말대로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 진보 vs 보수가 총결집한 선거였다면, 대한민국은 거의 반반으로 나눠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구도에선 중간충이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해지겠죠.
한편으론 과거의 지역 구도가 재현된 면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경우엔 지역적으론 충청과 경기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판세를 좌우합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 집권을 위해선 진보-보수 연합이 꼭 필요하기도 했었죠. 현재 결과만 나온 것을 보면, 그런 구도가 여전히 잔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15, 16대 대선 상황
▲ 18대 대선 상황
4. 개인적으론 세대 대결이 이번 대선의 주요 포인트라고 여겼습니다. 나이를 주요 변수로 놓을 경우 포인트는 60~70년대생. 이들의 유권자 비율은 약 45.3%로 다른 세대보다 많은 편입니다.
세대 대결로 볼 때, 여기서 문제는 40대. 40대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 그랬는 지는 정치권에서 분석할테고…
5. 인물에서 밀린 것. 민주당이 혁신하지 못한 것. 이 2가지가 결국 오늘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잦은 실수가 있었고, 저 역시 박근혜 후보가 좋은 대통령 후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에서 강한 지도력을 보여줬고, 이명박 정부와 자주 대립각을 세운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정말 박정희 딸이라서 뽑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유권자들중 많은 수는,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강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금 이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든 뚫고나갈, 변화를 만들어낼, 그런 정치인을.
전 문재인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던 것도 사실. 그럼 이를 민주당의 정치력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난 5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리 탐탁치는 않습니다. 그런 것들 역시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진 않았을까요?
6. 결론은 났습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녀가 내세운 공약을 잘 이행하기를 바랍니다. 어쨌든 4대강 같은 정책은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진보는, 다시 진보가 할 일을 하면 됩니다. 1200만명의 지지를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면한 민영화를 막는 것부터, 지금 문재인이 내세운 공약을, 안철수가 내세웠던 새 정치의 꿈을 현실에서 실천해 가는 것. MB 정권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도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착찹한 마음은 오래가지지 맙시다. 75.8%, 멋진 투표율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농부가 밭을 탓해봤자지. 그래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더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참여 정부의 한계를 다시 명백히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스스로 모든 것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됩니다.
7. 그래도 우울해지는 마음인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괜찮아요. 세상 안무너져요. 넘어졌으니 무릎이야 아프겠지만,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이제까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기대 반사 이익을 얻고 있었다면, 이젠 박원순 시장처럼, 스스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