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

지난 애플 이벤트에서 발표됐던 아이패드 프로. A4 한장 크기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12인치 화면에 키보드 커버도 살 수 있고 펜도 함께 나오고 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이패드 프로가 이번 애플 이벤트의 주연이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요.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구요. 이 아이패드 프로, 과연 당신을 위한… 또는 우리를 위한 제품일까요?

제 친구가 이 제품에 욕심을 냅니다. 화면도 크고 무게도 겨우 700g대! 자기가 진짜 원하던 제품이었다구요. 거기에 키보드와 펜까지 있으니, 그동안 서드파티 악세사리를 쓰면서 가지고 있었던 아쉬움을 다 만족시켜주는 제품이라는 거죠. 그때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799달러면 대충 95만원. 거기에 세금 10%. 애플 프라이스로 가격 오버 될테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최소 120만원. 애플 펜슬 아마 15만원(99달러), 스마트 키보드 25만원(169달러) = 합쳐서 160만원. 거기에 32G로는 만족못할테니 최소 20만원 더 추가(128G제품 949달러)… 살래?”

설마 그 정도까지 할까요? 라고 하고 싶겠지만… 여기서 빠져봐야 10~20만원인데다, 일본에서 언락 아이폰 가격을 2만엔씩 올려버린 것을 봤을때, 더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더 싸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_-;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여러분은, 사실 거에요?

가격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플이 이 제품으로 노리고 있는 것은 일반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태블릿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아시나요? 알고보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하기도 미묘합니다. 태블릿 출하량은 여전히 꽤 많거든요. 그 가운데 40% 이상이 저가형 제품이라서 문제지.

애시당초 콘텐츠 소비 보조용 기기인데다, 스마트폰처럼 꼭 가져야 하는 제품도 아니고, 와이파이 전용 제품이 많으니 통신사 보조금도 받을 수 없고, 그러니 당연히 무작정 싼 제품들이 많이 팔릴 수 밖에요.

100만원에 가까운 돈, 지구 어디에 가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날 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 아니라면 지구 어디에 가도 100만원 넘는 돈은 큰 돈이에요. 스마트폰은 많이 팔리지 않았냐구요? 통신사 보조금을 빙자한 할부판매…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다시 아이패드 프로로 돌아가서, 아무리 크고 아름다운 제품이라지만 저 가격은 이미 일반 소비자용 제품 가격이 아닙니다. 이건 비지니스용 제품입니다. 회사가 구입해서 나눠주던지, 아니면 그래픽이나 일러스트 작업처럼, 자기가 일 하는 용도에 알맞을 경우 구입하는 제품이란 말이죠.

애시당초 업계에서는(콕 찝어서 하나 에를 들자면 비지니스 인사이더에서 올초에 내놓은 보고서) 이제 태블릿 업계에서 남은 시장은 비지니스 시장밖에 없다고 대놓고 말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가격 앞에 장사 없다고, 누가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 내놔도 저가형 화이트 박스 태블릿만큼 많이 팔 수 없습니다. 고가형 시장은 이미 아이패드가 점령했구요.

하지만 비지니스 시장에선…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니 펜도 만들고 키보드도 붙이고 MS 오피스 잘 돌아가요~라고 외치면서 아이패드 프로가 나온거죠.

문제는 이 제품이 과연, 생산성 면에서 노트북보다 더 나을 수가 있겠느냐-하는 것. 아이패드가 아무리 생산성이 좋아도 왠만한 일에선 30만원짜리 노트북이 더 나을 겁니다. 이건 펜은 없어도 마우스가 있고, 키보드도 기본으로 달려 있거든요. 제가 쓰는 200달러짜리 에이수스 X205TA도 키보드 있고 배터리 10시간가고 MS오피스 작업, 사진 편집, 블로깅, 영화 감상, 음악, 기타 등등… 다 이걸로 처리합니다.

아이패드가 아무리 이런 저런 앱을 쓸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노트북이 가지고 있는 멀티태스킹 작업 환경을 따라가긴 멀멌습니다. 그렇다고 100만원짜리 A4 사이즈 뷰어로 쓰기엔 돈이 아깝죠… 음, 돈 많으신 분들이야 당연히 상관업겠습니다만(사실 물건 사서 어떻게 쓰든 자기 맘이지 그걸 누가 말리겠습니까…). 그렇다면 업무용으로도, 매우 좁은 층을 노린 제품이라는 것.

그래도 멋진 제품 아닌가요? 글쎄요. 무게가 700g 대입니다.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기엔 좀 버겁죠. 사용할 때도 버거울 겁니다. 소파에 앉거나 누워 사용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좋은 용도는 아녜요. 참고로 제 경험상, 300g안쪽으로 들어와야 그나마 부담 없습니다. 침대 머리맡에서 자기 전에 잠깐 볼 때도요.

300~400g 대만 해도 이해는 가지만, 솔직히 부담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건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뭐라 그럴 수는 없지만, 제 기준은 300g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는 무겁게 느껴지는데 소니 엑스페리아Z3 태블릿은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700g대라구요? 유후~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누가 뭐라든 사겠다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평범한… 저나 제 친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은 아닙니다. 솔직히 펜을 이용한 그래픽 작업을 제외하고, 생산성이 높아졌다라는 데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들고다니면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기엔 아이패드 프로 크기가 좋지만, 여전히 업무용으론 태블릿보다 노트북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다른 의견 있으신 분들은 강력히 환영합니다. 저도 이 제품을 어디에 더 쓸 수 있을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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