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15년은, 개인용 로봇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미래예측센터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분야의 기술 발전과 소비자들의 로봇 수요가 어우러져서, 이제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 소비자들이 개인용 로봇을 사기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됐다는 것. 문제는… 개인용 로봇을 대체 어디서 사나요? 뭐가 있어야 돈을 쓰던지 말던지를 하지…
아직 인간을 닮지 않은 개인용 로봇
물론 거짓말입니다. 정말 로봇을 구하기 어려울까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떤 정형화된 로봇이라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간형 을 닮은 로봇.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흔히 쓰고 사용하고 있는 로봇은 이런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가장 좋은 예라면 역시 … 로봇 청소리.
예, 인간을 닮은 로봇의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는 있지만, 실제 쓰이는 로봇은 인간을 닮지 않은 로봇들이 대부분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위 영상에 담겨있는 것은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인 유니메이트. 무려 1961년에 판매가 시작된 모델입니다. 이런 산업용 로봇은 지금도 자동차 조립 작업등 공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셈이죠.
그러다 1990년대말부터, 서비스 로봇, 그러니까 의료용, 군사용, 농업용등 제조업이 아닌 분야의 로봇 시장이 급성장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서비스 로봇 시장이 산업용 로봇 시장보다 커진 것은 2006년으로, 이때를 전후로 로봇 산업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04년, 지금은 사라진 정보통신부의 URC(유비쿼터스 로봇 컴패니언)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는 2011년까지 알아서 찾아와 서비스해주는 로봇을, 2015년까지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만들 계획이었습니..
하지만 우리에게 로봇이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2가지 제품들 때문입니다. 하나는 1999년에 발표되어 2005년까지 여러가지 모델이 판매된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구요. 다른 하나는 2002년에 발표된 로봇 청소기 룸바입니다. 가장 유명한 개인용 로봇이죠. 이때부터 개인용 로봇 시장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간단히 말해 현재 개인용 로봇은 취미 생활 or 인공지능 가전제품- 이런 용도로 이미 팔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착과 따라하기, 개인용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그럼 이미 개인용 로봇 시대가 열린 것 아니냐구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들은 많이 있었지만, 제품이 있었다고 해서 스마트폰의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올해부터 개인용 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의 성숙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할 몇몇 제품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제까진 취미 정도, 또는 똑똑한 가전 제품에 불과했다면, 올해부턴 정말 우리가 ‘로봇’이라고 인지 가능한 제품들이 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2가지 로봇을 보시겠습니다. 위 영상에 나오는 제품은 애완용 로봇인 파로(PARO)입니다. 물개를 닮은 로봇인데요. 현재 일본 요양원에 설치되어, 노인분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 제품입니다. 인형 로봇이 무슨 벗이 되어주겠냐- 싶으시겠지만, 로봇 청소기도 강아지처럼 대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실제로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고, 노인분들이 정을 많이 주신다고들 하네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난 10여년간 여러 형태의 로봇을 출시하면서, 연구자들이 “인간이 로봇에게도 애착을 느낀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애착을 느낀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용 로봇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아지는 거죠.
다른 하나는 지난 12일 산업 박람회 하노버 메세에서 선보인 로봇 셰프입니다. 영국의 몰리 로봇사에서 만든 이 로봇은, 이름 그대로 요리를 하는 로봇인데요. 인간의 동작을 카피해서 흉내낼 수도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 주어진 레시피를 이용해 30분안에 프랑스식 게살 스프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로봇 자체는 인간을 대신할 수 없을지 몰라도, 굳이 로봇의 행동을 미리 규정할 필요없이, 이제 인간의 행동을 카피해 어떤 동작을 취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역시 로봇이 활용될 많은 가능성이 열립니다.
2015년, 우리가 진짜로 만날 개인용 로봇들
하지만 진짜로 판매가 될 로봇들은.. 이런 제품들입니다. 작년/재작년부터 선보였고, 올해부터 실제 구입이 가능해질 로봇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역시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입니다. 개발자용 모델은 2월달에 판매를 시작했고, 일반 소비자용 모델은 올해 여름쯤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가격은 약 200만원 정도가 될 예정입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역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데요. 페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여부가 향후 개인용 로봇 시장 전망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여러번 소개했던 지보 역시 중요한 로봇중 하나입니다. 개발자들이 스마트 기기들처럼 다양한 기능을 개발해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지보가 가진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음, 아직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진만요. 아무튼 소비자 버전은 600달러 정도에 내년부터 판매될 예정이지만, 개발자용 버전은 올해 9월쯤에 공급될 예정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만든 작은 인간형 로봇인 나오(NAO) 역시 점점 그 쓰임새가 넓어져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의 문의를 처리하는 역할로 도입되었다고도 하는데요. 아이들 교육을 돕거나 ‘맥주를 배달’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1~2년안에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할 예정인데요. 지금까진 가격이 800만원 정도로 비싸고, 한번 충전해서 1시간 30분 정도밖에 활동하지 못하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한국이요? 한국에서도 계속 로봇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 그러니까 한국은 산업용 로봇 제조에서는 꽤 강한 나라였다가, 90년대말 시장이 서비스 로봇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몇몇 전시회에 로봇을 전시하고는 있는데요- 현재 판매 예정인 로봇들은 제가 보기엔… 아직 이 자리에 소개하기는 조금… 그렇습니다. ^^; (소개할만한 좋은 한국형 로봇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뭐 아직은 낯선 존재입니다. 개인용 로봇이란 것이요. 전동 휠체어도 흔히 보기 힘든 나라에서, 개인용 로봇이라니,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와 ‘고령화’로 대표되는 시대에, 앞으로 로봇이 가족을 대신해줄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한번 이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면, 그땐 정말 겉잡을 수 없이 성장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미 흐름은, 다시 제조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거든요.
…물론 여기에 ‘불황’이란 키워드까지 적용한다면, 더 알 수 없게 되버리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