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내가 정말로 가지고 싶은 로봇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로봇은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팔로잉 로봇’이다. 이것저것 들고 다니기가 너무 버거워, 짐꾼처럼 내 짐을 들고 나를 쫓아다니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썼었다. 여행용 가방에 로봇 기능을 추가하면 좋겠다고.
그리고 2016년, 그런 로봇(?) 여행용 캐리어(?)가 정말로 나왔다. 카와로봇(Cawarobot) R1이다.
이랬던 내 상상이
이렇게 구현됐다.
먼저 기뻤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나 같은 생각을 혼자만 했던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이 캐리어가 어떻게 사람을 따라다니는지 궁금하다면, 먼저 아래 영상을 보자.
캐리어에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퀴와 센서가 추가로 달려있고, 사람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추적해 따라다니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팔찌’를 따라다닌다. 바퀴는 꽤 힘이 좋은 편이라 오르막길도 잘 오르고, 손목에 찬 장치를 두 번 두드리면 딴 곳에 있다가도 나를 찾아온다.
배터리는 분리형이라 충전하기도 쉽고, 필요하면 들고 비행기에 타면 된다. 이 배터리로 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7.2km(4.5마일) 정도로, 사람이 뛰는 속도와 비슷하다. 핸들을 손에 쥐면 알아서 자동 모드가 꺼지고, 평범한 캐리어로 변신한다.
크기는 20인치로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사이즈다. 다만 캐리어만 해도 4.8kg이라서, 좀 무겁다.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기내 탑승 수화물 허용 무게가 15kg 정도면 무리 없는데 10kg 정도인 저가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팔찌를 이용해 자동으로 캐리어를 잠그거나 풀 수도 있다. 무선 조작 같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GPS 정보를 이용해 이 캐리어가 있는 곳을 내게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현재 인디고고에서 펀딩(링크) 중이며, 가격은 429달러부터 시작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무게가 아쉽기는 하지만, 알아서 움직인다는 면에서 짧은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사람들에겐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꿈꿨던 것이 이런 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쩌다보니 내 꿈이 이뤄져 버렸다. 물론 첫 번째 모델이라, 이 녀석을 들고 여행하다가 어떤 에피소드가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