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타올랐던 트렌드 하나가 꺼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저가형 스마트폰과 알뜰폰이 그 주인공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지만 말 뜻은 다릅니다. 저가형 스마트폰은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공짜나 공짜에 가깝게 구입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말하는 거구요.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를 부르는 말입니다.
따지자면 저렴한 폰 대 저렴한 요금제의 대결이라고나 할까요?
저가폰, 저가 요금제가 사랑받는 이유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코 싸기 때문입니다. 일단 알뜰폰 돌풍의 핵심에는 기본료 0원 요금제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기본료가 0원이고요. 거기에 음성 통화 50분이 무료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통신사가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요금제인데요.
이를 반기듯 가입자 폭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정사업본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체국 알뜰폰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12만 9962명에 달합니다. 작년까지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 수가 대략 한달에 1만 2000명 정도였고요. 전체 가입자 수가 30만 명 조금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거죠.
저가형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지난 2014년 10월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보조금이 줄자 저가형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들 수가 확 늘어났습니다. 2015년의 경우 평균 33.4%, 그러니까 세 사람 중 한 명은 50만원 미만의 중저가형 단말기를 택했거든요. 요금제 역시 2015년 12월 기준으로 봤을 때, 3만원대 이하 요금제 가입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고요. 5만원대 이하 요금제 가입자가 무려 97%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을 끌어오거나, 기변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담없는 저가형 스마트폰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저가 단말기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이통사에서 이익이 안 남는다고 별로 밀어주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니, 이통사에서 먼저 나서서 저가형 단말기들을 팍팍 밀어주고 있는 거죠.
아무튼 크게 봤을 때는,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점점 검소한 삶을 살게 되고요, 그 때문에 저렴한 요금제나 저가형 단말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이런 것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가형 스마트폰, 과연 쓸만할까?
그렇다면 저가형 스마트폰, 과연 쓸만할까요? 일단 스마트폰들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다 쓸만하다, 그렇게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먼저 3대 이동 통신사들은 각각 저가형 스마트폰 하나씩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SKT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알카텔 원터치의 쏠-입니다. 알카텔 원터치는 원래 프랑스 회사였다가, 중국 TLC 가 인수한 업체입니다. 출고가 40만원 정도의 저가형 폰인데요.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악세사리를 함께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무난한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KT에서는 삼성의 갤럭시 J7을 내놨습니다. 작년 중반쯤에 공개된 모델인데요. 출고가는 38만원 정도입니다. 5.5인치로 화면은 크지만 해상도나 AP 성능은 다른 제품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다만 국내 회사에서 만들었기에 사후 지원이나 고장 수리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LGU플러스에서는 화웨이 Y6라는, 출고가 16만원 조금 못 되는 스마트폰을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놨습니다. 역시 작년 중반쯤에 해외에서 공개된 모델입니다. 5인치 디스플레이에 성능은 다른 저가형 스마트폰들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지만, 가장 가격이 싼 제품입니다. …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실 분들에게 적당하죠.
그 밖에 저가형 스마트폰 중 카메라가 그나마 나은 LG K10이 28만원대에 출시되었고, 최근 9만 9000원에 판매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샤오미의 홍미3 도 있습니다. 또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기대를 받고 있는 저가형 스마트폰도 있는데요. 애플에서도 다소 비싸긴 하지만 기존의 아이폰보다는 저렴한 아이폰5se(가칭)를 3월에 공개할 예정이고, 이르면 6월에는 팬택의 새로운 중저가형 스마트폰 V950도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저가형 스마트폰을 구입하시기 전에 꼭 고려하셔야할 점이 있는데요. 겉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제품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몇 가지 부가 기능을 제외하고 내놓는 경우도 많고요. 물론 전화랑 카톡 같은 메신저 앱만 쓰면 된다-라고 하면 어떤 제품이든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도 싸더라도 조금 오래 쓰고 싶다, 성능이 느리면 못참는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가급적 램은 2Gb이상, 저장 공간은 16Gb 이상, AP는 보통 퀄컴 스냅드래곤 제품을 많이 쓰는데요, 스냅드래곤 600 이상 제품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외산 제품들은 고장 수리 시 조금 불리하다는 것도 꼭 염두에 두셔야 하고요.
알뜰폰과 어울리는 저가 스마트폰은?
유감스럽지만, 위에서 소개한 폰 가운데 LG K10이나 샤오미 홍미3를 빼면 알뜰폰에서는 쉽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기 변경을 원하는 분들은 쉽사리 알뜰폰으로 옮겨오기가 쉽지 않죠. 스마트폰을 함께 팔지 않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 철 지난 모델들입니다.
그래도 잘 찾아보시면 쓸만한 제품들이 더러 있습니다.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플래그쉽 모델들은 지금도 쓸만하거든요. 갤럭시 노트3나 갤럭시 S5를 할부원금 30만원 이하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아이폰5s를 공짜에 가깝게 제공하는 알뜰폰도 있습니다. 그 밖에 중고폰이나 해외 직구로 저가형 스마트폰을 구입해 가입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알뜰폰의 백미는 역시 요금제죠. 앞서 말한대로 우체국 알뜰폰 가운데 에넥스 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는 기본료가 0원입니다. 음성 50분에 문자, 데이터 요금은 별도인데요. 물론 기본 통화료나 데이터 이용료가 다른 요금제에 비해 조금 높긴 높습니다. 그래도 휴대폰을 거의 전화 받는 용도로 쓰시는 분들이나, 세컨드폰을 쓰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요금제죠.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A6000 요금제와 EG 399 요금제입니다. EG 399는 3만 9900원에 음성 문자 무제한이고, 데이터 역시 실질적으로 무제한입니다. 무제한 요금제 가운데에 가장 저렴한 편인데요. 그 밖에도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던가, 데이터 요금이 다른 회사의 절반이라던가 등등 찾아보시면 참 다양한 요금제가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다양해서 찾기 힘들다는 점이겠죠? 일단 알뜰폰 회사가 모두 합치면 20여개가 넘으니 복잡하긴 복잡합니다. 대형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포인트 서비스라던가 인터넷 결합 상품이나 장기 이용 할인, 가족간 할인 등도 제공하지 않고요. 하지만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들은 점점 해결되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본인 인증이나 소액 결제가 되지 않았던 것도 해결됐고, 해외 로밍시 무제한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것도 곧 가능해질 전망입니다(아직 미정).
최신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거나 여러 명이 같이 쓸거면 기존 이통사 vs 전화를 받기만 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할부가 끝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나 주로 혼자서 통신비를 낸다면 알뜰폰…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이런 저런 자잘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마우스 품을 파시면, 지금 보다 저렴하게 스마트폰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스마트폰, 요금 총액을 생각하자
끝으로,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시는 분들께, ‘연간 요금 총액’을 꼭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니까 한달에 내가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1년이나 2년에 모두 얼마를 내야 하느냐-인데요. 뭐든지 잘게 나누면 작아 보이지만, 한데 뭉쳐 놓으면 많아 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90만원짜리 최신 스마트폰을 6만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최대 지원금을 받으면, 월 8만원 정도를 내게 됩니다. 이게 1년이면 96만원, 2년이면 192만원이거든요. 이렇게 1~2년치 요금을 한꺼번에 모아 놓으면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내고 있는 지가 보입니다. 한달 8만원이야 어떻게든 아끼면 좀 되겠지 싶다가도, 1년에 100만원 내야 하면 부담이 확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좀 더 합리적인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선택하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지난 3개월에서 6개월의 평균 통화량, 평균 데이터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이렇게 자기 자신의 사용 패턴에 대한 기본 정보가 있으면, 요금제를 선택할 때 확실한 기준을 정할 수가 있습니다.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그러는 것에는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특별한 약정에 묶여 있지 않으면, 그때 그때 필요한 요금제로 변경해 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