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된 갤럭시 S7은 확실히 잘 나왔다. 재미없는 모범생 답게 갤럭시 S6의 완전판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을 디자인이긴 하지만, 지난 S5와 S6에서 지적되었던 것들을 많이 업그레이드해서 나왔다. 가격에 상관없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하나만 추천해 달라면, 당연히 권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일단 발표된 내용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세상의 관심은 LG G5에 더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재미있는 컨셉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모듈식 스마트폰이라. 생각이야 했지만 실물을 갑작스럽게, 그것도 구글이 아닌 LG 전자가 내세우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상상과 실물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많은 사람들이 완성도에 의구심을 가지긴 하지만, 뭐 어떠랴. 중요한 것은 LG가 정말 오랫만에 사람들이 ‘와우’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는 것.
이번 MWC 2016이 재미있었는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조금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스마트폰 2세대 시장은 황혼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이 시장에서 벗어나 다음 시장으로 넘어가려고 애쓰는 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그때, 시장에는 가장 멋진 제품들이 등장한다. 노하우가 한껏 쌓여 농익기 시작한 제품들이.
스마트폰 1세대는 PDA폰이라 불렸다. 간단한 게임도 되고, 이메일도 할 수 있고, 어떤 폰은 하드 디스크까지 내장했다. 이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2세대는 아이폰3GS가 열어 제꼈다. 아이폰 1세대가 아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앱스토어도 없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앱을 깔아 쓰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이폰3GS는 달랐다. 인터넷 보급이 무르익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손 안에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인터넷을 하고, 게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한마디로 한뼘만한 작은 컴퓨터, 그게 2세대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스마트폰이 바뀌는 만큼 세상도 조금 바뀌었다.
갤럭시S7은 2세대의 농익음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메탈 바디에 외장 메모리 지원, 엣지 디스플레이(엣지 모델 한정), IP68에 이르는 방수 기능, 듀얼 픽셀 카메라 센서까지. 배터리를 빼면 그동안 사람들이 원하던 (거의) 모든 것들이 저 한 대에 다 담겨 있다. 반면 G5를 비롯해 소니 등 이 시대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던 다른 회사가 내놓는 제품들은, 이제 다음 시대로 빨리 도망치려고 한다.
MWC 2016 의문의 승자는 바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다. 갤럭시S7 행사장에 그가 등장했을 때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다음 ‘VR 헤드셋’을 쓴 사람들이 그가 지나가도 쳐다보지도 않는 사진을 업데이트함으로써, 가상 현실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자극, 계속 관련 기사를 쏟아내게 만들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스마트폰의 다음 세대는, 연결이다. 컴퓨터란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모든 것은 컴퓨터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그 연결을 더욱 확장시켜줬다.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이란 작은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게 된 지금, 이제 연결은 모든 사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계, 좋은 가 나쁜 가를 떠나서, 마크 주커버그는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새로운 스마트폰 시대가 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이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고 보고 즐기던 시대를 넘어서, 스마트폰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보고 즐기는 시대가 온 것 뿐이니까.
남은 것은 누가 다음 세대의 ‘아이폰’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