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4가지 것들

올해 들어 IT 업계는 두 번의 폭풍을 겪었다. 하나는 MWC 2016에서 터진 가상현실 폭풍이고, 다른 하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해 발생한 인공지능 폭풍이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바람에 다들 얼떨떨해져 있는 상태다.

아직 몰아닥칠 폭풍도 더 남아 있다. 로봇이나 자율 주행차, 드론 같은 움직이는 기기들을 비롯해 사물 인터넷 등 차세대 ICT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들이 올 한해 계속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다른 폭풍이 몰아닥치기 전에 잠깐, 가상현실(VR헤드셋)에 대해 이것만은 알아두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정리해 본다.

Photo by Kevin Simpson / 꼭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말자

 

1. 가상 현실(Virtual Reality)는 무슨 뜻일까?

‘가상 현실’이란 단어 하나만 쓰면 좋은데, 함께 쓰는 단어가 의외로 많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이고, 그 밖에 증강 가상, 공존 현실, 혼합 현실, 확장 현실 등 다양한 용어가 함께 쓰인다. 일단 모두 가상 현실이란 큰 카테고리 밑에 있는 말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상 현실의 기본적인 개념은 ‘꿈’이다. 영화 ‘토털 리콜’이나 ‘매트릭스’등을 떠올려 보자. 말 그대로 가짜 현실, 실제론 거기에 없지만 감각으로는 느낄 수는 있는 세계. 간단히 말하자면 보고 듣고 느낄 수는 있어도 밥은 먹을 수가 없는 세계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상현실에서 밥을 먹는 느낌은 가질 수 있겠지만 가상현실에서 먹는 밥이 우리 몸에 들어와 영양분이 되지는 않는다. 흔히 꿈인지 생시인지 알기 위해 꼬집어 본다-라고 말할 때의 꿈이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가상 현실과 비슷하다. 눈뜨고 꾸는 꿈이랄까.

반면 증강 현실이나 확장 현실, 증강 가상은 현실과 가상 현실이 결합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옛날에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 머리가 모두 당구공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것처럼, 현실의 풍경에 가상의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거나, 가상 세계에 현실의 정보를 함께 보여준다. 거리에 붙어있는 교통 표지판이 ‘가상 교통 표지판’으로 바뀌어 있는 세계를 상상해도 좋겠다.

가상현실이 이런 느낌이라면 / ⓒ Connie Arida

 

증강현실은 이런 느낌이다 / ⓒ Connie Arida

 

2. 올해가 가상현실 대중화 원년이라고 하는 이유는?

올해 수많은 가상현실 기기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그렇다.

수많은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것처럼, 가상 현실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비행 시뮬레이터가 개발된 것이 1940년대이고, 요즘 자주 보이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가 선보인 것이 1968년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이용되기엔 기술 발전이 그에 미치지 못했기에,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관심을 받을 수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1990년대라고 해서 기술이 엄청나게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가상현실 기술은 주로 산업/군사용 시뮬레이터나 테마파크 놀이기구… 다시 말해 B2B와 B2G 등 큰 돈을 쓸 수 있는 회사나 정부가 주된 고객인, 시스템 산업에 쓰이며 남아 있었다.

반전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 덕분에 일어났다. 이로 인해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성능의 부품들을 저렴하게 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능은, 예전에 체스 챔피언을 꺾은 인공지능 컴퓨터 성능보다 더 좋다.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고. 센서와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만큼 빠른 발전을 이뤘다.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성능을 가진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자, 개인용 VR 기기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 흐름의 선두에 섰던 회사가 바로 오큘러스와 삼성이다. 2013년에 공개된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독립형)와 2014년에 삼성과 오큘러스가 협력해서 내놓은 기어VR(스마트폰 장착형)이 바로 그 제품이다.

이후 오큘러스 리프트를 페이스북에서 인수하고, MS와 구글, 소니를 비롯한 다른 회사에서도 가상현실 기기들을 발표하면서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그동안 개발되고 있던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PS VR, HTC 바이브, MS 홀로 렌즈 등이 출시가 될 예정이다.

쉽게 말하자면,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IT 산업의 먹거리로 VR 헤드셋이 많이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출시되자마자 분해당한 오큘러스 리프트 CV1

 

 

3. 쓸만한 VR 콘텐츠가 있는가?

조금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미디어 양식이고, 그동안 가상현실이 주로 산업/군사용 시뮬레이터나 테마파크 같은 곳에서 쓰이다 보니 개인 소비자를 위해 준비된 콘텐츠가 많지는 않다.

덕분에 지금 만들어지는 기기들은 모두 게임용 VR 헤드셋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엑스박스 원과 손을 잡았고, PS VR은 플레이스테이션4, HTC 바이브는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 등과 연결되어 있다.

 

 

먼저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해서 내년과 올해, 수십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전투를 한다거나, 새처럼 날아다닌다거나, 3D 퍼즐을 푼다거나 하는 일들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임은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게임. 음 …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 렌즈를 이용한 다양한 앱들을 선보였다. NASA와 함께 개발한 화성 탐사 시뮬레이션과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거나, 사람의 실물 크기 모형을 보면서 신체 구조를 공부한다거나, 제품 카탈로그를 보면서 실물 크기의 제품 이미지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다만 개발자 버전 홀로 렌즈 가격이 3000달러다.

방송 연예 콘텐츠 역시 늘어나고 있다. 위 영상(http://tvcast.naver.com/v/727283)은 그룹 인피니트의 360도 뮤직비디오로, 한국의 가상현실 콘텐츠 스타트업이 무버에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를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뮤직비디오 반대편엔 당연히 카메라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중간에 거울을 배치한 것처럼 편집해서 잘 넘어갔던 것이 인상적이었달까.

그 밖에도 재난구조훈련/ 의료 훈련 등의 영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었고, 인테리어나 교육, 여행, SNS 콘텐츠 등으로도 계속 개발 중에 있다.

 

4. VR 헤드셋이 기대만큼 많이 보급될까?

2년을 버텨야 한다.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너무 급작스럽게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트렌드가 아니라, 회사들이 먼저 트렌드를 제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뭐가 생각나지 않는가? 맞다. 예전의 3D TV와 비슷하다. 그때도 곧 3D 영상 콘텐츠의 시대가 올 것처럼 떠들썩했다가 금방 사라졌었다. 가상현실도 그렇게 될 것이라 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반면 시장조사기관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작년에 영국 디지 캐피털에서 전망한 자료를 보면 2020년에 약 1500억 달러의 가상 현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고, 대만 트렌드포스에서는 2020년에 약 700억 달러 정도의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치는 서로 크게 다르지만,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의심을 품는 기관은 아직 없다. .

문제는 … 음, 솔직히 말하자면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시장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시장 조사 기관들을 아직까지 보지 못 했다. 장밋빛 전망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일 당장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 ⓒ David Gallagher

 

실제 VR 헤드셋을 사용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호불호가 나눈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미 난다고 오래 쓰고 있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VR 헤드셋의 가격이 높아진 것도 걸림돌이다.

… 그래서 2년을 버텨야 한다.

사실 새로운 기기,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날 때에는 이런 콘텐츠 지체 현상이 항상 보인다. 플랫폼이 먼저 존재한 다음에 콘텐츠가 따라가기 때문에 그렇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그 플랫폼에 기반을 둔 인기 콘텐츠/소프트웨어가 나오고- 그러면서 2년 정도를 버티면, 기기 가격도 떨어지고 소프트웨어도 많아지면서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올해 얼리 어댑터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마리오, 포켓몬스터, 카카오톡 같은 초기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올해 나올 기기들이 비싸도 살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이 흐름이 계속 유지된다. 그렇지 않다면… 두 번째 구글 글래스, 3D TV 도태의 재림이 될 것이다.

 

추신.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를 적지 못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왜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건지, 성인 콘텐츠가 VR 시장을 이끌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 다른 글로 쓰일 예정이다. 뒤 질문의 결론만 미리 말하자면, 이제까지 성인 콘텐츠가 테크 마켓을 이끌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진 말자. 안 만들어진다고는 안 했다.

About Author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