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고 싶다면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시간 관리법

잘살고 싶다면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시간 관리법

1.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얘기를 한 번 해보자.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한창 '자기계발'이나 '생산성' 관련 글들이 유행했을 때는 시간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어차피 그래봤자 인생에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는지, 이젠 흘러간 옛노래가 되어버렸다. 하기야 시간 관리 잘해서 일 잘한다고 회사에서 짜를 사람 안 짜르더냐, 일자리가 생기더냐....

시간 관리를 잘하면 성공 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기는 한다. 중요한 시험이 다가오면 갑자기 방 정리를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늘 눈 앞에 닥친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것을 외면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 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습관을 바꾸는 것은, 다른 습관이다. 시간 관리법은 이럴 때 새로 들이면 좋을 습관에 대한 조언이다.

 

 

2. 예전부터 진짜 CEO들의 시간 관리법이 궁금했다. 금수저들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해서 위로 올라간 사람들의 시간 관리법이. 그러다 오래 전, 이계안 (당시) 2.1 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사람은 전직 국회의원이자, 전 현대 자동차 사장, 현대카드 회장이었던 사람이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CEO까지 올라간, 어떤 면에선 샐러리맨의 전설 같은 사람.

시간 관리법에 묻기 위해 마련한 인터뷰는 당연히 아니었고, 사적인 자리에 가까웠는데, 이때다 싶어서 대뜸 물어봤다. 시간 관리 어떻게 하시냐고. 엉뚱한 질문에 당황하지도 않고, 셔츠 가슴 포켓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편다.

 

제가 이 종이 한 장을, 회사에 들어간 때부터 지금까지 써왔습니다…

...응?

 

이계안 전 현대카드 회장

 

3. 회사에 도착하면 먼저 이 종이에, 자신이 오늘 해야 할 일을 쭈욱 적어본다. 다음엔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일을 나눈다. 할 수 없는 일은 위임, 또는 도움을 청하고,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아주, 간단하다. 간단한데, 굉장히 큰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오히라 미쓰요가 '여성의 삶을 바꾸는 영어공부법'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소개한 것도 이와 같다.

 

0. 이것 저것 한 번에 하려고 하지 않는다.
1.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종이에 적는다.
2. 쓴 항목들에 우선 순위를 매긴다.
3.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면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 생각해서 종이에 적는다.
4.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 추린다.
5. 다른 것들은 무시한다.

 

에버노트의 조슈아 저컬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도 비슷하다.

 

1.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일을 쭉 적어보라.
2. 그 일에 관련된 자료를 한 군데에 모아라.
3. 일해라.

 

끝. 간단하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할 수 있는 것만 추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런 단순한 방법에서 도망가고는 한다. 일이 좋은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특히 남이 시킨 일이라면.

 

4. 단순한 방법의 핵심에는 '자기 주도적 태도'가 있다. 자기 주도적 태도가 이런 습관을 이끌어낸 것인지, 이런 습관이 자기 주도적 태도를 만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애당초 이계안 님이나 오히라 미쓰요나 모두 일과 사생활을 별로 구분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들이다.

사장 마인드로 생각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내 회사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나? 그건 사장이나 하라고 그러자. 그냥, 내가 맡은 일 정도는 깔끔하게 처리해 두고 싶다-라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그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기도 하고, 최소한 밥값은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 내가 맡은 일을 깔끔히 처리하기 위해 신경쓰는 동안, 내 안에는 일을 위한 기초 체력이 점점 쌓여간다. 그런 기초 체력이 쌓이면, 굳이 회사에 의지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길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의외로, 예전부터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의 상태로 살고 있었다. 회사를 때려치우면 써먹을 곳이 별로 없어서 문제였지.

 

자기주도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5. 쉽게 내 삶에도 응용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일을 주도적으로 찾아내는 타입의 사람들은 그래도 된다. 보통은 남이 하라고 주어준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쁘다. 그런 것이라도 좋다. 일단 쓰고, 필요한 것을 먼저 하고, 남이 떨궈주는 것은 적당히 조절하자.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주도성을, 자기에게로 되돌리는 일이다.

미안, 실은 이게 하기 어려운 일이라서 그동안 시간 관리니 뭐니 해도 다 소용없었던 겁니다. 죄송.

하지만 습관을 붙여 놓으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약한 사람들이니까, 일단 되든 안되든 아침에 적어보자. 거기에 더해 점심 먹고 한번 보고, 퇴근 하기 전에 한번 더 흝어 보면 좋겠다. 아예 보라고 알람을 설정해 놔도 된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일단 습관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달라지니까. 의외로 자주, 습관이 태도를 만들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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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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