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부터 노안이 왔다. 옛날 마녀사냥에서 다른 패널들이 신동엽 아저씨를 두고 놀리던, 가까이에 있는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는 노안이. 노안이 오니 큰 것이 좋아진다. 큰 글씨, 큰 화면, 큰 모니터. 글씨가 작으면 쉬이 피곤해 지는 데다, 가까이 들여다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맘을 알았을까. 동생이 자기가 새로산 모니터와 내가 쓰던 모니터를 바꾸자고 한다. 너무 커서 자기 방에 놓을 자리가 없단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생 모니터를 내 방에 들고 온 다음, 원래 쓰던 25인치 와이드 모니터(LG 25um65)를 가져다 셋팅해 줬다. 이럴 때는 원래 맘 바꾸기 전에 서비스 해주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내게 온 큰 모니터, LG 34um58 와이드 모니터를 사용해 본 후기다.
2. 전에 25인치 모니터를 썼던 이유가 원래 있었다. 원래는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방을 깔끔하게 놔두고 싶으니 큰 모니터가 2개나 있는 것이 싫었다. 컴퓨터를 안쓸때 까만 화면이 벽을 가득 잡아먹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와이드 모니터는 적당히 듀얼 모니터 효과를 내준다. 25인치로 결정하니 적당한 화면 크기에 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까만 화면이 평소 시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평소에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그만, 노안이 무너졌다(…라고 우겨본다.).
바꾼 34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좋은 모니터는 아니다. 적당한 보급형이랄까. 해상도도 25인치 와이드와 똑같은 2560×1080. DP 단자가 없어서 서피스 프로3에 미니DP단자-HDMI 단자 케이블을 사서 물렸다. 처음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확한 화면을 보여줬다.
… 솔직히 말하자면 저가형이라 해상도가 낮은 것이 글자가 크게 보여서, 눈 나쁜 사람들에겐 장점이 된다.
3. 바꾸고 나 좋은 것? 크다. 커서 컴퓨터로 뭔가 작업할 때, 작업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 보는데 상쾌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여행 다니면서 노트북 쓰다가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이 큰 화면을 쳐다봐야, 아- 내가 집에 왔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다. 큰게 좋아서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더 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큰 느낌이라 적응 못했데, 하루 지나니 바로 적응됐다. 확실히 모니터는 큰 것이 좋다. 화면이 꺼진 깜깜한 느낌을 싫어해서 왠만하면 그냥 켜져 있는 상태로 둔다. 윈도우 10으로 올리면서, 잠금 화면 사진을 자동으로 바꿔주는데 그것도 꽤 맘에 든다.
누군가 밝기가 어둡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두운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화면 밑에 달린 조그 다이얼로 이런 저런 셋팅을 변경하는 것은 항상 편하다. 지금은 ‘읽기 모드’로 놓고 쓴다. 처음엔 너무 노랗게 느껴져서 기겁했는데, 이 모드로 놓고 하루 정도 쓰다가 다른 모드로 바꿨더니 너무 밝은 느낌이 확 들어서(눈이 아프다), 다시 ‘읽기 모드’로 셋팅해 두고 쓰고 있다.
…이것도 노안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4. 요즘 팟캐스트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다시 한번 와이드 모니터의 장점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와이드 화면에서 엑셀 작업을 할 때 정말 편하다고 하는데, 음악 편집을 할 때도 꽤 편하다. 아무튼 옆으로 데이타가 길게 이어져 있는 뭔가를 작업할 때는, 그냥 와이드 모니터가 좋다.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좋은 모니터는 아니다. 달려 있는 스피커는 그냥 없으면 쓰기 좋은 수준이고, DVI 단자 하나 없이 HDMI 단자 2개만 지원한다. 스펙상 밝기가 낮기는 낮으니,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안맞을 지도 모르겠다(PC로 게임을 잘 안해서 게임 테스트는 안해봤다.). ‘
하지만 … 노안이 온 사람이 있다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이 모니터를 한번쯤 고려해 봐도 괜찮을 것이다. 블루레이로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도 좋고. 눈 나쁜 사람에게 큰 것은 좋다. 확실히 시원시원하게 보인다. 1-2년 쓸 것도 아닌 만큼, 충분히 투자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