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 7 발화 원인 발표 뒤에 남은 생각들

2017년 1월 23일 오전,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7의 발화 원인을 발표했다. 작년에 했던 발표와 마찬가지로, ‘배터리’가 문제였다는 것. 향후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물렁하다. 이미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사건인데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호황으로 상당히 잘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월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발화 원인 발표와 상관없이 올랐다.

…그저 처음에 블랙 컨슈머 취급을 받았던 한국 소비자들만 쓴웃음을 지을 뿐.

▲ 초기 조사 결과 보고서


▲ 중국에서 나온 외부 손상이 아니라 배터리가 문제라는 보고서

소비자는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갤럭시노트 7 발화는 배터리가 문제였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세 번 들었다. 첫 번째는 초기 발화시, 삼성 전자가 발화 사건을 고발한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 마냥 몰고 갔을 때. 중국 쪽에서 이건 외부 압력 등에 의한 발화가 아니라 배터리 문제라는 고발이 나왔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리콜을 결정하면서 삼성 전자 사장 입으로, 그리고 오늘 또 사장 입으로. 사건의 전개 과정은 다르지만, 결론은 항상 ‘배터리’로 끝난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엔 대규모 재현 실험에도 성공했고, 외부 업체 조사 결과도 같다고 하니까.

▲ 외부 조사 기관의 갤럭시 노트 7 발화 원인 조사 결과
아 참, 여기서 ‘엑스포넌트’는 너무 믿지 마시길. 아마 작년에 삼성 전자와 함께 갤럭시 노트 7 발화는 외부 원인 때문이다-라고 조사 결과를 내놓은 곳이기도 하고, 소비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곳으로도 조금 이름 있는 기관이다. UL과 TUV는 나름 믿을만한 인증 기관이지만.

뭐 크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래서 앞으로 스마트폰 배터리를 믿고 쓸 수 있겠느냐-하는 것일 테니까. 투자자들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런다고 기존의 삼성 브랜드가 나락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배터리 발화 재발 방지 대책은 효과가 있을까?

그럼 삼성이 내놓은 배터리 발화 재발 방지 대책은 효과가 있을까? 일단 삼성이 내놓은 배터리 안전 대책 모두 5가지다. 배터리 검사 과정에 8가지를 추가하고, 배터리 안전 설계 기준을 높이고,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하며,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외부 자문단을 꾸리는 것.

관리의 삼성-다운 대책이다. 당연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애당초 설계 때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설계가 이뤄지고, 그런 안전 대책이 우선순위로 놓였다면, 이번 같은 발화 사건은 딱히 발생할 일이 없었다.

문제도 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적인 혁신은 여기서 잠시 멈춘다. 당분간 갤럭시 노트 7 급의 스마트폰은 보기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꿈은 야무지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지금 스마트폰들 보다 훨씬 더 높다.

그냥 일체형 메탈 바디, 베젤리스 화면 또는 양면 에지, 더 늘어난 저장 공간과 더 늘어난 램, 더 좋아진 카메라…. 뭐 그 정도의 ‘더 늘어난/나아진’ 스마트폰 스펙에서 당분간 큰 차별점 없이, 너도 나도 만족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인공 지능 스마트폰? 글쎄… 예~엣날 옛적 ‘음성으로 이름을 부르면 전화가 걸리던 휴대폰’과 첫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 광고는 심히 창대할 것이나 실 사용은….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일단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S 8 출시 시기를 늦췄다. MWC에서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빨라야 4월에나 실제 제품이 출시된다는 이야기다.

갤럭시 노트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면 사용한다고 해도 다음 모델 출시는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10월이나 가능할까? 개발팀은 숨 좀 돌릴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젠 너무 빡빡하게만 좀 굴지 말자.

아무튼 이번 사건은 하드웨어 개선을 여유 없이 밀어붙일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하지는 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덕분에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던 상반기/하반기 제품 발표 사이클이 앞으로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단 갤럭시 S 7을 1년 동안 팔았는데도(현실적으론 1년이 넘게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팔릴 예정이다.) 팔린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삼성 전자 스마트폰 전략이 완전히 새롭게 짜일지도 모른다. 사실 발화 사건도 크게 겪었고, 반도체 사업은 대 호황인 지금이 좋은 기회이긴 하다.

삼성은 정말 책임밖에 없을까?

이제 남은 질문들을 해보자.

* 배터리 문제 자체는 리튬 이온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의 배터리가 등장하기까지, 계속 재발할 문제다. 오래 쓰인 만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도 많이 확보되었지만, 소재 자체가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 정부 기관에선 이번 사건 초기에 맥도 못 추고 있다가 지금은 굉장히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데, 안전 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매뉴얼부터 재점검(…만약에 있다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번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원인 발표를 하면서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설계에 문제는 없지만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삼성전자에 문제가 없을까?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별다른 미스가 없었으면, 그냥 우리 잘못은 없고 배터리가 문제다-라고 퉁 칠 수 있는 사인일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근무환경 X 같다는 전직 사원의 폭로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라고 변명한 것과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빽빽한 설계와 무리한 배터리 주문을 하고, 그걸 배터리 업체가 할 수 있다고 하니 냉큼 물어버리고, 갑자기 사고 터지니 발주처를 돌리면서 품질 관리도 제대로 못한 것이… 정말, 그냥 책임만 통감하고 끝낼 수 있는 문제일까?

사건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글 하나에 많은 것을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갤럭시S7이 대히트하는 바람에, 당신들도 혹시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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