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여전히 ‘캐릭터’ 장난감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나온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장난감은 가장 많이 팔리는 종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은 신경 쓰지 말자. 우리가 주목해서 볼 것은 다른 쪽에 있다. 캐릭터 장난감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테크 토이’와 ‘STEM 토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좀 비껴가 있지만.
놀면서 공부하는 장난감, STEM 토이
STEM은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 매쓰매틱스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여기에 아트(ART)를 추가해서 STEAM이라 부르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과학기술 분야를 놀면서 배울 수 있는 장난감이다.
예를 들어 이번 CES 2017에서 공개된 레고 부스트(LEGO Boost) 같은 장난감이 STEM 토이다. 아이들은 레고 부스트를 이용해서 직접 로봇이나 고양이, 자동차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들을,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조작할 수가 있다.
만 3살부터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개념을 알려주는 장난감도 등장했다. 큐베토란 이름의 이 장난감은, 일종의 미로 찾기 게임이다. 로봇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명령해서,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난감이니까.
내용은 간단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 글자를 알 필요도 없고, 어려운 규칙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명령을 내리는 과정이 바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기본적인 규칙과 비슷하다. 덕분에 로봇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배우게 된다.
부모와 함께 노는 STEM 장난감
이런 STEM 장난감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 지금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전자 키트’나 ‘과학 상자’를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미래 기술에 대한 감각(리터러시)을 미리 키워주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기 좋아서 그렇다.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스타일의 장난감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른 세대 부모들에 비해 STEM과 친숙한 세대이기도 하고.
뭔가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3D 프린터를 가지고 함께 놀 수도 있다.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 마텔에서 발표한 ‘씽메이커 3D’라는 제품이 어린이를 위한 3D 프린터다. 3D 프린터 치고는 값도 저렴한 데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바로 3D 프린팅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는 작년에 나올 제품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아직 판매를 하진 못하고 있다.
직접 비디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도 등장했다. 컨셉이 상당히 독특하다. 네모난 상자 안에 픽셀 블록으로 그림을 만들고 그걸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자기만의 비디오 게임이 만들어지게 된다. 픽셀 아트라고 부르는 것을 장난감으로 재현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STEM 토이 중에서는 카미봇이 유명한 편이다. 원통형 소형 로봇에 종이로 만든 옷을 입혀서 가지고 노는 로봇으로, 적외선 센서, 초음파 센터, 모터 등을 내장하고 있어서 다양하게 프로그래밍하며 가지고 놀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은 ‘메카닉 메카소어’라는 공룡 로봇 장난감이었다. 일단 완성한 다음, 내장된 컴퓨터를 이용해 ‘아주 간단한’ 로봇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 할 수가 있다. 아마존 실 판매가가 50달러 정도니, 다른 제품에 비해 비싸지도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 크다!
소녀들에게 STEM 토이를 허하라
물론 모든 STEM을 내세운 장난감들이 재밌고, 교육적이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난감은 일단 재밌고, 이해하기 쉽고, 여러 번 가지고 놀기 좋아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은 더 암담하다. 일단 국내에 출시된 STEM 장난감 숫자가 많지 않다. 미 아마존에선 월 20달러 정도를 내면 매달 새로운 STEM 장난감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한 마당에, 우리는 이쪽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뽀로로, 터닝 메 카드, 또봇 등이 우리 장난감 시장의 전부라면, 솔직히 슬프다. 거기에 덧붙여 인기 유튜브 동영상에서 리뷰된 장난감만 팔리는 현실도. 거기에 한국에선 이 STEM 장난감을 남자아이용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미래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어릴 때 만들어진 취향은 은근히 어른까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공대나 컴퓨터 학과에 들어간 여학생이, 남학생들은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데 자신은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숱하게 들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대, 요즘 말하는 인공 지능 시대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다음 세대에게 과학 기술, 또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 만큼, 남자 여자 구분 없이 STEM 토이를 통해 이 분야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