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해 처음 적고 싶었던 이야기

떠드는 말이 부딪쳐 상처와 이별을 만들고
따뜻한 수증기로 스미면 마음의 키스가 되지
키스, 키스, 키스 ! 번역해서 뽀뽀는 얼마나 이쁜 말이니
삶이 아프지 않게 시원하게
말은 사려깊은 타월이 돼야지

매순간 모든 이로부터 버려질 쓰레기까지
뽀뽀하는 마음으로
“네 일은 잘 될 거야 네 가슴은 봄바다니까”
인사하는 바로 그것,
삶이 꽃다발처럼 환한 시작이야

– 키스, 키스, 키스!, 신현림, 『세기말 블루스』

1년이 지났네요. 예, 1년이 지났습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나, 정신 없었던, 그런 한 해였습니다. 마음은 그래도 조금, 평온하네요. 얼마 전,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였던 학생의 이야기를 봤어요. 다시 한참을 울었네요. 잘됐다, 이제 잘되겠지-하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엔 지난 세월이 새긴 상채기가 가득 했나 봅니다.

… 새겨진 상처는 어쩔 수 없으니 끌어안고 가야지-하고 말하면서도, 상처가 주는 것은 여전히 아파서 그렇게 됩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기억.

이젠 이를 악물고 살아가지 않아도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아까는 폐휴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봤습니다. 이 날 이 시간에도 여전히, 움직이고 계시더군요. 아아, 지금이 종이 박스가 조금 많이 나올 때이긴 하죠. 삶은 여전히 그렇습니다. 뭐라하지 않아도, 그냥 그래요. 우린 그저 그냥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죠. 마법 열쇠는 존재하지 않아요. 하나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다 바뀌는 것은 아니죠.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이 두려워집니다. 아버지 형제 분들은 모두 환갑쯤에 돌아가셨어요. 제 유전자에는 어떤 것이 새겨져 있을까요. 깔끔하게 그때 세상을 떠도 괜찮겠다-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끔 많이 무섭습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야해요? 뭐 한 것도 없는데, 유전자가 그렇게 말하면, 끝나야 해요?

뭐 … 생각을 바꿉니다. 그러면 어때요. 생각해보니, 내가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제 조금은 나이를 먹었으니, 사람 마음을 도닥이며 살고 싶다는 생각뿐.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어린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만가만, 토닥이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세상에 대한 부끄러움은 묻어두고, 내 헛 바램들은 묻어두고, 그저 그냥 싱긋-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지금까지 어떻게 잘 살까를 걱정하며 살았으니,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를 걱정하며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로나마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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