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인포 캐리, 프린터를 대체했던 정보 단말기

이젠 지나간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이 성공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은 움직이면서 인터넷을 쓰고 싶어했어!”라고 말하면, 그게 무슨 소리냐-하는 분을 종종 봤습니다. 카카오톡도 아니고 SNS도 아니고 동영상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을 하고 싶어서 스마트폰이 성공했다고? 예, 이젠 너무 당연해서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죽도록(응?) 바깥에서 인터넷을 하고 싶어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컴퓨터만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된 듯 느껴졌거든요.

소니 인포 캐리는 그런 시절에 나온, 정보 단말기입니다. 이거 참, 지금 소개해도 될까- 싶은 단말기이긴 한데요. 저도 얼마 전에야 이런 기기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기능은 단순합니다. 필요한 텍스트 정보를 저장해서, 들고 다니며 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PC가 없으면 기록을 추가할 수 없는, 읽기 기능만 있는 ‘에버노트’ 같다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그때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인쇄해서 보관하거나 들고 다니며 읽는 사람이 많…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그냥 간단히 읽을거리를 들고다니며 읽을 수 있는 단말기를 만들었습니다.

… 기능이 오직 그것 뿐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정보 단말기도 아니고, 정보 저장장치입니다. 폴더를 만들고, 텍스트 파일을 집어넣습니다. 그걸 선택해서 읽는다, 그런 개념입니다. 하아…

출시년도는 2005년, 출시 당시 가격은 약 20만원(2만엔). 이때 이미 클리에 같은 단말기를 만들고 있던 소니인데, 왜 이런 제품을 또 만들었는 지는 궁금하지만, 뭐, 저렴…하니까 그랬겠죠. 클리앙 같은 기기는 쉽게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비쌌으니까요. 당시 바이오 기어-라는 이름으로 이런 스마트 상품 시리즈를 내놨다고 합니다. Mp3플레이어, 41만 화소 PC캠, PC용 동영상 조그 콘트롤러…. 은근히 괴상한 상품을 많이 내놓는 소니다운 모습입니다. 아, 가격도 언제나 소니 프라이스니까, 잘 팔리진 않았을 거에요.

이미지도 집어넣을 수 있지만, 흑백 도트 그래픽으로 전환되어서 들어갑니다. 정보는 절대로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기 자체에서 추가나 수정 안됩니다. 정보 정리는 PC 폴더 같은 느낌으로 되어 있어서, 검색은 안되지만…;; 정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수십장의 출력물을 간단히 들고다니며 볼 수 있게해주는 궁극의 기기…였을리는 없겠죠. 아무튼 딱 기능 하나에만 집중한, 심플한 제품이었습니다. 아, 당연히 터치 같은 건 되지 않습니다. 옆에 조그 다이얼로 만지작 거려야 해요. 한 손 조작도 쉽고, 반응 속도는 쾌적했다고.

하지만 인터넷을 들고다니며 할 수 없던 시대, 전철을 타고 통근하는 직장인에겐 이 정도 기능을 가진 기기여도 감지덕지였을지도 모릅니다. 2만엔 정도면 소니 제품 치고는 비싸지도 않아요. 메모리는 2MB 정도지만, 텍스트 파일만 넣는다면 이 정도여도 충분. 뭐, 전화번호를 저장해 주소록으로 쓰는 사람도 있었다고. 네스케이프나 아웃룩, 로터스 오거나이저의 주소록이나 이메일등을 변환…해서 넣을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지 변환 소프트웨어도 있긴 있는데, 일본 전국 지도까지 지원합니다.

다만, 이제 와 사용하기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정보를 복사..하고 나면, 정보를 준 쪽에 있는 정보가 모두 사라집니다. 종이랑 똑같이 취급하는 건지… 데이터 동기화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이동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구하기도 어렵고, 이게 또 하드웨어 인증…이 되어야 쓸 수 있나 봅니다. 소니 배짱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이젠 완전히 사라져서 구하기도, 구해도 쓰기 어려운 기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뭐, 요즘 세상에 그리 필요하지도 않고요. 그나저나, 이런 물건을 낼 수 있었던 소니의 배짱은 참 대단하긴 하네요.

작동 영상은 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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