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맥스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애플에서 내놓은 고급지고 비싼 헤드폰입니다. 대체 왜 이런 제품이 나온거지?-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걸 누가 어디에서 쓰라고 내놓은 거지? 라고 물을 때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요. 뭐, 그냥 쓰면 되지-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다면 상관없긴 합니다만-
먼저, 언론에서, 그래도 이게 잘팔린다는 이야기는 믿지 마세요. 디지타임스에 제품 생산 업체에서도 많이 팔릴 거라 여기지 않는, 그런 제품이란 기사도 올라왔고- 애당초 생산량 자체가 적습니다. 생산량이 적은데, 생산 라인을 늘리겠다는 얘기도 전혀 없습니다. 이 가격대의 헤드폰이, 원래 대량으로 팔리는 제품도 아니고요.
팔린 숫자를 말할 수 없다면, 1분 매진! 이런 건 그냥 들여온 물량이 적구나-하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클라우드 펀딩 같은데서 얼리버드 물량이나 펀딩 성공 물량 적게 잡아놓고, 1분만에 펀딩 성공! 이러는 거와 비슷한 거에요. 잘 팔릴 거라 생각했으면 몇 달 전부터 미리 생산해서 재고 쌓아뒀을 거고요. 수요 예측 실패는 판매자 입장에선 최악이니까요.
다음, 제가 이 제품을 이해 못하는 이유는 일단 멍청해서라고 해둡시다. 에어팟 맥스가 가진 특징은 비싸고 무겁지만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특히 가상 공간 오디오를 잘 들려주는 헤드폰입니다. 헤드폰 스타일로 나온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해야하나요. 쓰레기, 브래지어, 엉덩이라 놀림 받는 케이스는 잊기로 하고요.
리뷰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리뷰에선 일관되게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만 비싸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가격 만큼의 오디오 품질이라고는 할 수 없고, 가만히 있으면 무게감을 느낄 수 없지만 움직이면 바로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애플 생태계에서만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고요.
이런 특징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용법은? 예, 실내에서 애플 TV로 혼자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상을 볼 때입니다. 그런데 애플TV는 이 제품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영상을 볼 때인데, 이건 좀 우스워요. 작은 화면에서 영상을 즐기자고 80만원짜리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셈이니까요. 과하죠.
한국에서 쓸 때는 문제가 더 걸립니다. 애플이 영상 서비스를 하지 않거든요. 공간 오디오를 즐기고 싶다면 그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가장 많이 쓰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선 아직 공간 오디오를 쓸 수 없습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들어오면 문제가 해결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콘텐츠가 적다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이 제품은, 신형 애플TV를 내놓으면서 같이 내놨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폰에서 디즈니 플러스 영상을 에어팟 맥스로 공간 오디오를 즐기면서 본다? 이걸 생각하건 아닐테니까요. 애플TV와 함께 내놓았다면 킬러 기능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5.1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80만원이면 어쨌든 장만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게 안되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주로 비교를 하고 있지만, 애당초 다른 용도를 가진 제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디오용이 아니라, 비디오용인거죠. 근데 왜 지금? 이라고 생각하니- 답이 안나오는 겁니다. 유일한 답은, 애플이 4분기 매출(애플 1/4분기)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면서도, 슬퍼지지만…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에어팟도 적응된 사람들이 뭐든 적응을 못할까요(전 지금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빔포밍 마이크를 위한 기능적 디자인이죠.). 다만 음악 감상이나 노캔 헤드폰 생각하고 사려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립니다. 음악 듣기를 원하면 더 저렴하고 좋은 헤드폰 많고, 이동 시간이 많아서 노캔을 원하면 별로 들고 다니기 좋은 제품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뭐, 지금 사면 돈 낭비랄까요.
가격도 비싸고, 이어컵 교체 비용도 비싸고, 배터리 교체 비용도 비쌉니다. 저런 디자인은 오염에도 취약하고, 알루미늄 재질에 언제 흠집이 생길지도 두고 봐야 합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액세서리라, 배터리를 제외하면 수리나 교체가 아닌 리퍼 교환 밖에 안될 걸로 보이거든요. 올해 플라스틱 재질을 가진 좀 더 저렴한 제품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고요.
뭐 다른 리뷰도 찾아보면, 여러가지 애플 제품을 쓰면서, 비싼 비용을 감당할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살만하다-라는 정도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요. 일단 겨울이면 알루미늄 재질은 만지기도 싫을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사고 싶어도 좀 따뜻해진 다음에 생각해 보세요. 3월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르니까요(애플TV 출시 + 넷플릭스앱 지원이 최소 조건?).
About Aut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