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아버지, 세월호, 영화

봐야지 하면서도 보기 힘든 영화가 있다. 내겐 영화 ‘생일’이 그렇다. 그러니까, 무섭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어서 그렇다. 이건 힘든 영화가 될 거야. 내 안의 내가 그렇게 속삭인다. 아무렇지 않은 영화일수도 있는데, 아무렇지 않은 영화가 될 수가 없다. 누구든,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럴거다.

4월 16일, 앞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밖에 없는 날, 그리고 내 아버지의 기일. 좋은 기억만 가지고 싶은데, 마지막에 간성 혼수에 걸려 몸부림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나도 꼭 그렇게 죽을 것만 같아 무섭기도 하다. 다행히 나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좋은 기억은 힘이 쎄서, 안좋은 기억을 잠시 밀쳐둔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도 무심한듯 나를 쳐다보며 밥 먹으러 가자고 하던 사람도 내 사진이 실린 잡지를 몰래 사보던 사람도 때론 매몰차게 혼을 내던 사람도 다 같은 내 아버지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김에 다른 이들을 위해 또 기도한다. 당신, 참 좋은 사람이다. 당신 덕분에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오늘 동생은 출장을 떠났다. 요즘 잘 나가는지 투덜거리면서 해외 출장도 많이 간다. 당신 손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처음엔 수줍어 하더니 요즘은 남들이 뭐래도 너무 까불어서 골치 아프다고 한다. 아, 당신 손녀도 올해 유치원에 들어갔다. 난 다른 조카바보들처럼 이 어린 꼬맹이가 세상에서 정말 이쁘다.

나는 여전히 그저 그렇다. 조금 있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에 나간다. 여전히 글을 쓰고, 방송하고, 춤추고, 여행 다닌다. 세상은 힘들고, 모르는게 너무 많고, 어려운 일도 참 많이 쌓여있다. 그래도 당신 아들이니까. 부끄럽진 않게 살고 있으니까. 걱정말고, 거기서도, 잘 사시길. 난 언제 어디서나, 잘 사니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당신, 잊지 않으니까.

아버지, 당신은, 내겐, 참 보고 싶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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