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아버지 기일과 같은 날이라, 성당에 기도 드리러 가는 김에 같이 기도하는데, 올해엔 성당도 열지 않아 산책하며 함께 생각합니다. 마침 어젯밤엔, 선거 결과 지켜보느라 밤을 새서 피곤하기도 하네요. 눈을 떠 달력을 넘겨보니, 텅빈 백지 위에 노란색 글씨.
작년엔 새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저도 이제 조카만 셋입니다. 지난 달엔 큰 이모가 돌아가시더니, 지난 주엔 또 큰사촌누나가 세상을 떴습니다. 나고 뜨는 것이 세상 이치지만, 하루하루, 기억할 이름이 늘어나는게, 때론 무겁습니다. 그래도 어쩔까요.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지 않으면, 그런 세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원하지 않았지만 짊어진 상처. 한번 짊어졌으니, 내려 놓을 수 없는 이름들. 가끔 생각나서, 돌아보게 만드는.
오늘 새벽, 페이스북에 적은 글을 옮겨봅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아직 모르겠다. 총선 결과가 대충 나왔다. 얄미운 사람 몇이 남긴 했지만, 적당히 만족스럽다. 심상정이 다행히 당선된 것도, 울산 북구 지킨 것도. 고민정 후보만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은, 어째야 할까. 아버지 기일이면서,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다. 웃으면서 신나고 싶지 않다. 뭐, 이낙연 아저씨는 워낙 신중한 사람이니, 잘 단도리 하실 거다.
정치의 도리는 정치의 도리. 오늘은 사람의 도리를 갖춰야 하는 날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미사도 못드리지만, 아직 할 일이 많고, 해야할 일이 많다. 선거 결과는 항상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어차피 사람 안바뀌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토닥여 주길 바란다. 두 개로 완전히 갈라진 꼴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승패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로 남는 거. 우리로 행복해 지는 거.
어려울 때라고 힘이 모였다. 그 힘을 바른 곳에 쓰자. 해야할 일을 하자. 지금 못하면, 앞으로 언제 하겠니. 먼저 떠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야지…
웃으면서 울고, 울면서 웃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