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지구 궤도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체(2020 SO)가 있습니다. 소행성도 아니고 혜성도 아닌 이 물체의 정체는, 1966년에 발사된 달탐사선 서베이어 2호을 위해 쓰고 버려진 로켓 부스터. 탐사선은 착륙에 실패했고, 쓰임이 끝난 로켓 부스터는 우주에 버려져 헤매다, 54년 만에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정체 모를 물체 출현에 당황한 과학자들은 연구에 들어갔고, 크기가 1966년에 버려진 로켓 부스터와 유사하단 걸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측정된 파장은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로켓 부스터의 재료-301 스테인레스 강과 조금 달랐고, 따라서 이게 그 로켓 부스터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십 년간 우주를 떠돌았는데 멀쩡할 리가 없으니까요.
다행히 지구 궤도에는, 1971년에 발사됐다가 버려진 같은 종류의 로켓 부스터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로켓 부스터의 파장과 비교하니 괴물체의 파장이 일치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단 얘기죠. 그리고 이 물체가, 1966년에 버려진 로켓 부스터란 걸 확인하게 됩니다.
남을 위해 힘껏 힘을 쓰다 자기 힘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그 달 탐사선은 임무에 실패하고 추락해 버렸습니다. 힘을 잃은 로켓 부스터는 자기가 살 궤도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54년만에 지구에 돌아왔지만, 3개월 후에는 다시 지구를 떠나야 합니다.
우주 쓰레기라지만 … 뭔가 참, 애달픕니다. 54년 후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그때 우리가 여전히 살아, 안녕-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을 사람 태반은, 아마, 이 우주 쓰레기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음, 요즘은 평균 수명이 많이 늘었으니,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요.
맡은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남의 중력에 이끌려 떠돌고 있습니다. 끝내는 우주 쓰레기 취급이고, 언젠가 돌아와도 쓰레기로 수거-될겁니다. 아니면 연구 재료가 되려나요. 쓰레기라 다행이지, 사람이라면 참 처참한 생입니다. 그래서 빌어봅니다. 끝까지 의지와 상관없이 떠돌 수 밖에 없어도, 안녕하기를, 안녕한 우주 쓰레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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