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 성공했네. 성공했어요. 진짜 이 시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은데,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특합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기본적인 기능 말고 딴 건 못하게 만든 미니멀폰, 라이트폰(Light Phone) 이야기입니다. 1 내놓고 잘 버티더니, 2는 꽤 팔렸고, 이제 드디어 3가 나온다고 합니다.
어? 그런데 이번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런 틈새 모델이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없으면 팔아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OS는 남이 만든 거 빌려와서, 스마트폰도 대충 남이 만든 것에 브랜드 마크만 붙여서 내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같은 것도 기대 못하죠.
같은 가격이면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사고, 싼 거를 사도 샤오미나 원플러스 등등 폰 잘 만드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런 회사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한다는 건 어렵죠. 그동안 새로운 개념을 가진 폰을 만들겠다고 나선 회사들이, 죄다 무너진 이유입니다(예를 들어 LG라던가…).
반대로 라이트 폰은 그래서 살아남았습니다. 뭐할 것이 없으니 돈이 많이 들어갈 필요도 없었고, 이런 컨셉의 폰은 드무니 필요한 수요를 어쨌든 잡았습니다. 라이트폰 1이 2017년에, 라이트폰2가 2019년에 나온 걸 생각하면, 진짜 잘 버틴거죠. 그리고 이번엔 라이트폰 3입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대신 흑백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3.92인치 흑백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이유는 반응 속도 때문. 절반이상의 라이트폰 이용자들이, 느린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택한 고난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예전 고집과는 달리, 카메라를 비롯해 몇 가지, 사람들이 이건 꼭 좀 넣어달라는 기능은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이전에는 없었음) 카메라는 후면 50M, 전면 8M 픽셀로, 전용 셔터 버튼을 지원합니다. 주된 용도는 화상 채팅과 QR 코드 스캔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자료 수집 같은 역할이겠죠. NFC 칩도 들어갑니다. 당연히 스마트폰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언제 지원할 지는 미정). 직접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와 USB-C포트(…)도 있습니다.
지문 인식이 가능하며(전원 버튼에 통합), 프로세서는 Qualcomm SM 4450, 램은 6GB, 저장 공간은 128GB 입니다. 무게는 124g. 옆에 달린 스크롤 휠은 화면 밝기를 조정합니다. 기존 이용자 다수가, 스크린에서 빛이 나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넣었다고. 그 밖에 스포티파이나 우버 등을 쓸 수 있게 만드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요즘 유행하는 AI 같은 기능은 실험해 봤지만, 빼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걸 테스트 하면서,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 주의를 뺏기지 않도록 명확한 경계를 설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고. 사람들이 이 폰을 쓰는 건, 삶에서 더 소중한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인데, 그걸 방해할 수는 없잖아요?
아무튼 이번 라이트폰3는, 5년만에 발매되는 후속 기종인만큼 변화폭이 꽤 큽니다. 그냥 이용자를 구식 시스템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기능은 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유혹을 버릴 수 있는, 그런 폰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반갑기는 합니다. 농담이 아니고,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보다 흑백 OLED 가 훨씬 쾌적할 거에요.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고, 가격은 399달러입니다. 배송은 2025년 1월 예정인데, 늦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초기 선주문 이후에는 799 달러로 가격을 올릴 거란 이야기가 있는데, 농담이겠죠(…). 그 돈 주고 미니멀 폰을 살 사람은 꽤 적을 테니까요. 부디 선주문을 많이 받아서, 보다 저렴한 미니멀폰(+한국어도 잘 지원되는. 지금은 한글은 읽을 수는 있지만 입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을 계속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라이트폰 3’ 글 잘 읽었습니다.
신기합니다!
얼른 한글이 지원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