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런 머스크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날린 트윗을 보고, 예전에 쓴 글이 생각나 옮겨둡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일런 머스크가 이상해 보이지만, 실은 그러려고 트위터를 인수한 거라서요.
얼마 전 오픈AI CEO 샘 알트먼이 해고됐다가 복직한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데다, 이후 전개도 반전에 반전의 연속이라, 재밌게(?) 구경하신 분들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전 오픈AI가 쓰는 드라마도 드라마였지만, 은근히 다른 쪽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관련 기사를 찾아 읽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거든요.
어? 트위터 아직 살아 있네?
그도 그럴 것이, 샘 알트먼(오픈AI CEO)이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도, 그레그 브룩먼(오픈AI 공동 설립자)이 같이 오픈AI를 관둘 거란 얘기도, 사티아 나델라(MS CEO)가 그들을 MS로 데려오겠다는 얘기도 모두 트위터(현 X)에 올라왔으니까요.
트위터를 인용한 기사에 놀란 이유
이런 일이 예전에는 드물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많았죠. 트위터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 때문입니다. 트위터는 다른 SNS와 달리 지인과의 관계가 중심이 아닙니다. 타인의 의견을 듣고 전파하거나(리트윗), 댓글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실제로 트위터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SMS)로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으로 시작했습니다. 초기 140자 글자 제한 자체가 SMS로 전송할 수 있는 한계 용량에 맞춰 설계된 거였고요.
블로그처럼 복잡한 과정 거칠 필요 없이, 휴대폰(나중에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으니, 트위터는 관심사에 기반해 서로를 팔로잉하며 이야기나 정보를 주고받는 서비스로 성장했던 거고요.
그렇게 사람이 많아지자, 유명인도 계정을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유명인이 들어오면 미디어도(...) 당연히 따라옵니다. 한국 언론이 커뮤니티 게시판 뒤져서 기사를 쓴다고 비판받는 것처럼, 해외에선(특히 북미) 유명인 트위터를 취재해 쓰는 기사가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현재 인스타그램이 하는 일을 해외에선 트위터가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유명인들이 트위터를 떠나면서 인용할 기삿감이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막상 일이 닥치니, 여전히 트위터밖에 없었던 걸까요?
샘 알트먼이야 평소에도 트위터를 홍보 마케팅 장소로 활발하게 썼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사티아 나델라처럼 평소 거의 공적 계정처럼 운영하던 사람도 관련 트윗을 날리며 오픈AI 사태를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겁니다. 아직 트위터 살아 있었구나-하고요.
뭐, 샘 알트먼이 트위터 이용자라서 그렇게 된 것도 있습니다만. 확실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블로그 같은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서로가 의견을 어떻게 주고받는 지도 쉽게 안 보였을 테고, 언론에서 인용하기도 쉽지 않았겠죠.
이렇게 타래로 엮어서 반응을 볼 수 있는 SNS는 트위터뿐입니다.
물론 트위터는 죽었습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트위터를, 전 왜 죽었다고 생각했을까요? 심지어 매일 접속해서 쓰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실제로 죽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3년 7월, 머스크가 트위터의 이름을 X로 완전히 변경했거든요.
X라고 하면 어감도 이상하고, 너무 갑작스러운 변경이라 아직 다들 트위터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다른 나라에서도 Twitter/X라고 많이 표기합니다.), 죽긴 죽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열심히 쌓아놓은 브랜드가, 이렇게 허망하게 간 경우도 드물 텐데요.
단순히 브랜드만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직원들도 사라졌습니다. 인수 초기 절반을 자르고, 이후 돈 없다는 이유로 계속 잘라서, 지금은 예전 직원 70~80%를 잘랐다고 합니다. 7,500명 정도에서 1,300명 정도로 줄었다죠. 이 역시 쉽게 보기 힘든 대규모 해고입니다. 덕분에 ‘트위터 API 사용 제한 사태’ 같은, 예전에 보기 힘든 기술적 문제가 종종 터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즈니스 모델도 파괴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트위터는 광고로 돈을 버는 SNS잖아요?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광고주들이 다 떠나기 시작한 겁니다. 애플, 디즈니, IBM을 비롯해 3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트위터(X) 광고비를 줄였고, 이젠 아예 광고를 내지 않고 있다고.
Elon Musk's reality-distortion field is strong, but there are signs he may join those facing consequences for real or perceived antisemitism.
www.businessinsider.com
https://techrecipe.co.kr/posts/69181
엑스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 중 26%가 2025년에 엑스에 투자하는 광고비를 삭감할 예정이라는 것이 마케팅 회사 칸타르(Kantar) 조사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엑스 신뢰도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
techrecipe.co.kr
물론 한때 트위터/X의 신임 CEO 린다 야카리노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거의 손익 분기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다들 그럴리가? 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2023년 10월 버라이어티 닷컴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트위터 월간 사용자는 전년 대비 15%, 모바일 일간 활성 사용자는 16%, 주요 광고 대행사의 트위터 광고 지출은 (미국 기준) 54% 감소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알던 트위터는 확실히 죽었습니다. 브랜드도 사라지고, 직원도 잘리고, 비즈니스 모델도 망가졌죠. 이용자도 떠나고 있고요. 이렇게 된 이유는 아시죠? 이게 다 일론 머스크 때문입니다. 사람을 자른 것도, 브랜드를 바꾼 것도 다 일론 머스크 지시였고, 광고주들이 떠나게 된 것도 다 일론 머스크의 언행 때문이었죠.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왜 죽였을까?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대체 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해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망가뜨리고 있는 걸까요? 그냥 세계 최고 부자의 취미 생활? 아니 그러기엔 돈을 너무 많이 썼고, 머스크는 돈 아까운 걸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뭔가 좀 더 숭고한 동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약육강식과 무한경쟁, 신자유주의를 끔찍하게 선호하는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 전에, 그는 기본적으로 사업가입니다. 그러면 사업적으로 뭔가 할 것이 있어서? 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가 예전에 창업했던 오리지널 X닷컴(2000년 컨피니티와 합병해 페이팔이 된 회사)부터 핀테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실 거고, 그때 꿨던 꿈을 트위터/X를 통해 다시 펼치겠다는 이야기도 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위해 트위터를 죽였다? 이건 왠지 이상하잖아요.
그렇다면? 사실 일론 머스크가 하려던 거 다 하다 보니 죽었다-가 더 맞을 겁니다. 우선 인수 동기부터 살펴보죠. 머스크는 2022년 1월,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며 트위터를 인수했습니다. 트위터는 일종의 마을 광장 같은 곳인데, 이런저런 규칙을 설정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이용자를 억압하고 있다고 봤던 거죠.
이것만 보면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사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동 포르노는 소지만 해도 처벌되는 것처럼, 사회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콘텐츠 품질을 관리하는 것, 사람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해도 되면 누군가는 하는 것이 사람이라, 적절한 규칙을 설정하고 집행하지 않으면 금방 난장판이 됩니다. 온갖 유해하고 공격적인 콘텐츠가 범람하게 되고, 거기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 판을 떠나게 되죠. 이용자만 떠나나요? 광고주도 떠납니다. 불법 웹툰이나 포르노 사이트에 아이폰이나 에르메스 광고가 실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브랜드 가치가 박살 납니다. 그거랑 다를 바가 없게 되거든요.
그래도 일론 머스크가 ㅗ를 날리는 이유
사실 이런 상황이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법도 한데, 일론 머스크는 떠나간 광고주들에게 과감하게 ㅗ(go fuck yourself)를 날립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가 반유대주의를 지지하고, 온갖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행동을 함으로써 나타난 결과인데도, 그렇게 반응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하려고 트위터를 인수한 거라서 그렇습니다.
저는 일론 머스크가, 자기 자신이 안정적으로 발언할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직 미국 대통령 계정도 영구 정지시켜 버릴 정도인 트위터인데, 말 나쁘게 하면 일론 머스크 계정도 정지시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이번 반유대주의 사건 같은 경우 예전이었다면…). 트위터에서 쫓겨나는 순간 일론 머스크는 자기 영향력을 크게 잃어버리는 거라서(현재 트럼프가 그렇습니다.),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다른 용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인도 진출 같은 것 말이죠. 인수 이전 트위터는 인도 정부와 꽤 큰 마찰을 겪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규정한 IT 서비스 제재 규칙(정부의 법적 요청이 있으면 관련 콘텐츠를 36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하고, 불법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최초 작성자의 신원을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을 소극적으로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도 경찰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인도 트위터 직원 폭로가 나왔을 정도로요.
머스크가 인수한 다음엔 상황이 달라집니다. 무슬림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정지된 힌두 민족주의 계정을 복원하고, 인도 정부 요청에 따라 정부나 인도 총리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킵니다. 게시물 삭제는 뭐 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얻은 것은? 테슬라의 인도 시장 진출(예정).
실제로 현재 인도와 테슬라는, 테슬라의 인도 시장 진출과 공장 설립에 대해 논의하는 중입니다. 2024년부터 테슬라를 인도에서 판매하고, 2년 안에 테슬라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관세. 인도는 수입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그동안 테슬라는, 인도에 직접 판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제대로 낮출 수 있다면, 큰 호재죠. 그를 위해 일론 머스크가가 트위터/X를 이용해 인도 모리 총리에게 선물을 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 물론 이런 이야기조차 일런 머스크 맘대로 뒤집어 버리기도 합니다만...
https://electrek.co/2024/07/04/tesla-not-expected-invest-into-india-soon-musk-ghosts-officials/
지난 2023년 5월에도 튀르키예 대선 직전에 튀르키예 이용자들의 트위터 접속을 차단한 적도 있습니다. 2023년 4월부터 테슬라가 튀르키예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기에도 사업적 고려가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놈의 표현의 자유가 뭔지… 참, 궁금해지죠?
X의 미래는 지켜봐야 합니다
어쨌든 일론 머스크는 (본인이 인정하듯) 인간성 나쁜 사업가고, 정의가 돈을 벌어다 주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의를 무시하는 것은 바보짓입니다만(나쁜 놈이 돈 벌게 해주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런 걸 신경 쓰진 않겠죠. 스스로는 정의롭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분명한 건 X가, 단순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사업적 선물을 주는 용도로만 쓰이는 건 아닐 겁니다. 어쨌든 갚아야 할 돈도 많고(440억 달러 인수 금액 중 130억 달러 정도가 빌린 돈입니다.), 계속 손해를 보며 유지하기엔 트위터/X라는 플랫폼이 너무 큽니다. 오죽하면 최근 일론 머스크가 기행을 벌이는 것도, 트위터 가치를 떨어뜨려 갚을 돈을 줄이려는 행동이란 분석이 있을 정도일까요.
그럼 어떻게 돈을 벌까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좀 정리되면, 금전 거래를 비롯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슈퍼 앱으로 X를 키우려는 시도를 반드시 할 겁니다. 사실 이건 거의 모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꿈꾸고 시도하는 일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고요. 그런데도 위챗 등을 제외하면 거의 실패한 일이라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머스크 성격에 아예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트위터에 도입할 수도 있죠. 트위터 계정과 암호화폐 지갑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거래 가능! 뭐 이런 식으로요. 아무튼 이건 성공만 하면 큰돈을 버는 일이라 언젠가는 반드시 할 겁니다. 부작용도 엄청나겠지만요.
다른 하나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X 프리미엄, 그러니까 파워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을 성공 시키는 겁니다. 트위터 사무실에서 잠자는 사진으로 잘 알려진(...) 에스더 크로포드가 제안했다고 알려졌죠(그녀도 곧 잘렸습니다만).
돈 벌려면 우선 돈을 내라는 구조라서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미디어 생태계는 이쪽으로 넘어왔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제 SNS는 없습니다(?). SNS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기성 미디어나 파워 인플루언서가 생산한 내용입니다. 1 대 1의 친근한 관계가 아니라, 1 대 다수의 일방적 관계. 그러니까 플랫폼에 기반한 스몰 미디어 채널이 잔뜩 활동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SNS입니다. 많은 사람은 수동적인 독자나 시청자로 남아 있죠. 에스더 크로포드는 트위터의 파워 인플루언서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방향은 슬프지만(?) 정확합니다.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만들고 있는 현재 X의 분위기나 방향이 거기에 맞는 가-인데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 떠나고 악성 콘텐츠만 점점 늘어나면, 이용자도 함께 떠나면서 프리미엄 프로그램이고 나발이고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겠죠.
자, 앞으로 X가 어떻게 될까요? 정말 X 같은 서비스가 될지, X 되어 버릴지…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X를 넣어서 뭐 좋은 말을 만들기가 힘들군요. 아 진짜 이런 X 같은…
트위터 서비스를 날려버린 사용자로서 일론 머스크가 개인 확성기 용도로 사용중인 엑스는 그를 추종하거나 엑스를 사용하는 유명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이용할만한 그런 장소로 쓰임새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규모가 전세계급이긴 하지만 사용용도는 커뮤니티 정도 되는 그런 느낌... -ㅅ-;
트위터 이모티콘을 사용하던 시기까지는 그래도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둘러보는 곳이였는데 그런 공간이 사라져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이젠 생성ai를 이용한 댓글들이 들이닥치면서 아주 난장판이긴 합니다. ㅋㅋ 그래도 내가 꼭 필요한 사람만 팔로잉하면, 그냥 그것만 보면서 살 수는(?)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