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무척 사고 싶었던 컴퓨터가 있습니다. 라즈베리 파이 400(Raspberry Pi 400)입니다. 싱글 보드 컴퓨터인 라즈베리 파이4를 키보드 안에 집어 넣은 제품으로, 예전 8비트 컴퓨터 시절이 떠올라서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정식 출시는 2년 정도 지나서야 이뤄졌고, 그동안 제 관심은 빠르게 식어버렸죠.
그리고 작년엔 라즈베리 파이 5가 나왔습니다. 램도 늘고 속도도 2배 정도 빨라져서, 이걸로는 키보드형 컴퓨터 안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습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1년 좀 지나면 나오는 건가요. 이름도 비슷하게 라즈베리 파이500(Raspberry Pi 500)이고, 생긴 것도 정말 비슷합니다.
예, 딱 봐도 키보드처럼 생겼죠? 안에는 라즈베리5가 들어가 있습니다. 램은 8GB이고 와이파이, 블루투스 5.0, 유선 랜을 지원합니다. 먼저 리뷰를 해 본 사람에 따르면, 성능은 기존 라즈베리 파이4의 2~3배 정도라는 데, 원래 라즈베리 파이5가 4보다 그 정도 빠릅니다.
기존 파이 400과의 차이는 뭘까요? 일단 빨강-흰색 색상이었던 400과 다르게, 위 아래가 모두 하얗습니다. 메모리 용량도 두 배. 입출력 포트 구성도 살짝 바뀌고, 오른쪽 상단에 전원 버튼이 생겼습니다. 열도 더 많이 나서 내부에 알루미늄 방열판을 달았고요. 기본적으로 32GB SD 카드가 포함되지만, 27W USB Type-C 전원 공급 장치나 HDMI 케이블, 마우스, 초보자 가이드 등이 포함된 데스크탑 키트는 따로 사야 합니다.
후면에 달린 포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2 x 마이크로 HDMI(4K/60)
- 2 x USB 3.0 Type-A(5Gbps)
- 1 x USB 2.0 Type-A(480Mbps)
- 1 x USB Type-C 포트(전원용)
- 1 x 기가비트 이더넷
- 1 x SD 카드 리더
- 40핀 GPIO 커넥터
회사는 이 제품을 최소 9년 정도, 2034년 1월까지는 생산할 거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진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가격이네요. 일반 버전은 90달러, 다른 액세서리가 포함된 버전(데스크탑 키트)은 120 달러입니다. 지난 파이 400 버전은 가격을 내려서 60달러부터 팔고요. 이게 뭐가 문제냐 싶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N100 이 들어간 미니 PC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지거든요.
물론 N100 PC는 키보드를 따로 사야 하긴 합니다만. 대부분 윈도우 OS도 포함되어 있고, SD카드가 아니라 훨씬 더 빠른 SSD를 저장장치로 사용하며, 전력 소모도 낮고, 성능은 더 좋습니다.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있어서 골라서 쓸 수도 있고요. 교육용이라면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이긴 하지만, 범용 저가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N100 미니 PC에 압도적으로 밀립니다.
저 같은 일반인 입장에선, 키보드 일체형 컴퓨터란 아이디어는 좋은데, 가성비 따지면 그냥 N100 사겠다- 할 정도의 물건이 되어버린 거죠. 이게 활용도를 생각하면 진짜 압도적으로 밀리는 거라, 묘하게 추천할 수 없는 제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참, 그러고보니 라즈베리 파이 모니터도 함께 출시 했습니다. 소리는 작지만 1.2와트 스테레오 스피커 한 쌍과 스탠드를 내장한, 15.6인치 FHD IPS LCD 모니터입니다. 전원은 5V/3A(15와트) 을 공급하는 USB-C 로 연결 가능합니다. 가격은 100달러.
더 자세한 내용은 라즈베리 파이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아, 그리고 둘 다 한국 정식 수입 여부는 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