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꽤 좋아했던 스마트 워치가 있습니다. 페블 스마트 워치입니다. 전자 잉크를 사용해 배터리가 오래가고, 수많은 사람이 만든 시계 화면과 앱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업 확장 과정에서 돈이 부족해졌고, 결국 핏빗에 팔렸죠.
그 페블이 부활했습니다. 예전 페블 창업자 에릭 미지코브스키(Eric Migcosvky)가 페블을 인수한 핏빗을 인수한 구글에 요청해, 페블 시계용 OS(PebbleOS)를 오픈 소스로 만들었고, 그걸 바탕으로 새 페블 스마트 워치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2025년 3월 18일, 새 페블 OS 스마트 워치 2종류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가 새로 만든 코어 디바이스(Core Devices)에서 만드는 제품이고요, 이름은 코어 2 듀오와 코어 타임 2입니다. 사실 예전에(2016년) 킥스타터 펀딩 받고도 제대로 배송 못한, 페블 타임 2 제품... 의 진화형이죠.
코어 2 듀오(Core 2 Duo)는 1.26인치, 144x168 픽셀 흑백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색상은 검정 또는 흰색이며,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입니다. 예전 페블 워치 디자인을 닮았고, 터치 스크린은 없는 대신에 4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149달러이며 2025년 7월부터 배송 예정.
코어 타임 2(Core Time 2)는 64가지 색을 표현하는 컬러 1.5인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도는 200x228픽셀이며, 터치스크린입니다. 버튼은 똑같이 4개고,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심박수 모니터 기능도 탑재. 225달러이며, 2025년 12월부터 배송 예정.
두 시계 모두 마이크와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으며, 나중에 챗GPT 같은 AI 기능과 연동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걸음 수와 수면 추적을 지원하고, IPX8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배터리 수명은 최대 30일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전 페블 스마트 워치에서 쓰던 앱들이 다 호환된다는 사실(같은 OS를 쓰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시작부터 기존 페블 앱과 워치 페이스 약 10,000개가 지원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앱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 키트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iOS 및 안드로이드 앱도 다시 나올 거고요.
에릭 미지코브스키는 페블 매각 이후, 페블이 왜 망했는 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스마트 워치를 안 만들 때, 좋은 스마트 워치를 만들려고 시작했는데, 막상 성공 이후에는 그 성공에 심취해 있었다고.
다시 스마트 워치를 만드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진짜로 원하는 스마트 워치가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이번 페블 OS 스마트 워치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중심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 항상 켜져 있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 긴 배터리 수명
- 심플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 실제 버튼
- 해킹 가능(다른 사람이 기술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음)
물론 이 기기는 수만 대나 수십만 대가 팔릴 걸 기대하고 만드는 제품이 아닙니다. 다 큰 어른들의 장난감이며,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함께 가지고 놀 수 있는, 일종의 기술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다시 새 기기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겠죠.
이런 움직임을 무척 환영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제품 제작에 도움을 줬다는, 10년 전 망한(?) 페블 워치 부품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는 공급 업체는 대체 어디일까요....
https://ericmigi.com/blog/introducing-two-new-pebbleos-wat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