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Internet Explorer is dead, long live the Chrome!
이 글은 지난 2022년, MS가 만든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드디어 사라진 때 쓴 글입니다. 진짜, 프로그램 하나 없어진다고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을까요. 너무 기쁜 나머지, 다른 프로그램 망했을 때도 이렇게 기뻐했나- 돌아보며 망해서 좋았던 프로그램을 추려봤습니다.
완전 지원 종료. 하,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정말 쓰지도 않던 브라우저 소프트웨어 하나 사라진다고, 기분이 좋아진 건 처음입니다. 보통은 아쉬워야 할 텐데요. 그만큼 IE가 가진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단 거죠. 제 인생의 몇백 시간을 낭비하게 해준 장본인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이런 궁금증이 차오릅니다. 혹시, IE만큼이나 나쁜 다른 프로그램은 없을까요? 혹시 부당하게(?) IE만 욕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거 검색하는 건 제가 전문 아니겠습니까. 돈 되는 건 몰라도 돈 안 되는 거, 망하는 거에는 엄청나게 관심이 많으니까요.
그런 진심을 담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망해서 좋은 소프트웨어 세 가지입니다.
아, 물론 모든 SW는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졌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저, 나빴을 뿐이죠. 여러 가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1995~2022)
당연히 막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올려야 합니다.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인터넷 웹 브라우저라서, 아니면 그냥저냥 예전에 잘 썼던 웹 브라우저라서, 어쩌면 ‘왜 다들 그렇게 이를 갈면서 싫어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분들에겐 테크 레이더의 캐리 마셜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6에 대해 내린 평을 살포시 먼저 보여드릴게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가득한 수영장을 상상해봐. 그게 인터넷이야.
이제 거기에 거대한 똥이 둥둥 떠다닌다고 상상해봐. 그게 인터넷 익스플로러6야.
Imagine a pristine swimming pool with crystal clear water. That's the internet.
Now imagine an enormous poo floating past. That's IE6.
그렇습니다. IE는 똥이었습니다. 세계를 정복한 똥이었죠. 1995년에 태어나 2004년에는 웹 브라우저 시장의 95%를 차지하기도 했으니까요. 사실 수많은 사람이 처음 월드 와이드 웹(WWW)을 항해할 수 있게 해준 소프트웨어입니다.
어쩌다 세계를 정복했을까요? MS가 윈도우에 끼워 팔았기 때문입니다. 윈도우만 설치하면 딱- 이미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거죠. 윈도우가 세계를 정복했던 시절, 그 호랑이의 어깨에 걸터앉아 세상을 호령하던 여우가 IE였습니다.
왜 똥이었냐고요? 우선 부당 경쟁으로 인해 경쟁 프로그램들이 모두 힘을 잃었습니다. IE를 끼워팔기 전에는 넷스케이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죠. 그래놓곤 브라우저 시장을 죄다 장악하니, 새로운 IE는 새로운 OS에서만 사용 가능! 그 전엔 업데이트 없음! 이란 희대의 허튼짓을 하고 맙니다.
업데이트가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IT는 성장하는 기술입니다. 계속 다듬고 보안 패치를 하고 새로운 표준을 적용해줘야 합니다. 그걸 안 하고 내버려 둔 겁니다. 혹시 IE6 같은 구버전이 안정적인 프로그램이었던 건 아닐까요? 절대 아니죠. 예, 제가 가장 빡(...)쳤던 부분이 여기입니다.
웹 서핑을 하다가 심심하면 꺼집니다. 자료 검색을 하다가 브라우저가 뻗으면 얼마나 열 받는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속도요? 당연히 느렸죠. 그런데 사실 IE를 쓸 때는 잘 몰랐습니다. 원래 그런 줄 알았죠. 컴퓨터 성능에도 큰 부담을 줬습니다. 그런데 다른 걸 쓰고 싶어도 못 씁니다.
유독 대한민국 웹사이트는 IE에 최적화된 곳이 많아서, IE를 안 쓰면 쓸 수 없는 웹페이지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인터넷 뱅킹은 물론이고 온라인 게임이나 전자 상거래도 못 했죠.
심지어 블로그 글 작성기가 초기엔 다 액티브X라서, 블로그도 못 썼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블로그에 글 쓰다, IE가 꺼지는 바람에 쓰던 글 다 날려 먹는 건 예사였고요. 제 귀에는 지금도 제 비명이 들립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웹 표준도 제대로 안 쓰는 바람에 웹사이트 하나 제작할 때마다 브라우저별로 잘 보이나 다 따로 확인해줘야 하는 건 제가 착하니까 넘어가기로 합시다. 보안도 취약해서 미 최고 사이버 보안 기관인 CERT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쓰지 말란 경고를 공식적으로 울렸을 정도입니다. 결국 이런 삽질 때문에 점점 점유율이 하락해, 지금은 사라지게 된 거지만요.
간단히 말하자면, 처음엔 무료+끼워팔기라는 이점으로 사랑받았으나, 오만해진 MS가 자사 이익에 맞도록 멋대로 휘두르면서 똥으로 추락한 프로그램입니다. 나중에 점점 좋아지긴 했지만, 그땐 이미 이용자의 마음이나 사용 습관이 완전히 떠난 뒤였죠. 이용자가 아니라 이익을 제품 개발의 핵심에 놓으면,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소프트웨어라도 처참하게 무너진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IE가 차지했던 95%는 누가 가져갔을까요? IE 생존시(...) 2위 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였습니다. 하지만 승자는 파이어폭스가 아닙니다. 다들 아시는 크롬입니다. 출시는 늦었지만 빠른 속도, 빠른 업데이트, 다양한 부가 기능을 자랑하며, 비록 지금은 램 많이 먹는 프로그램 대명사가 됐지만, 부단히도 노력해서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 윈도me(2000~2006)
사실 MS가 만든 많은 프로그램 중에 대놓고 똥이라고 불리는 건 많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쪽에서 얼마나 많은 똥을 쌌는지와 비교하면 거의 없을 정도죠(MS 하드웨어 흑역사는 나중에 써보겠습니다). 다만 소비자 PC용 OS의 지배자나 마찬가지라, 한번 문제가 생기면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아서 트라우마가 진하게 남을 뿐입니다.
윈도Me가 딱 그렇습니다. 윈도 비스타도 욕을 많이 먹었지만, 애당초 프로그램이 너무 무거워서, 쓰지 않고 윈도XP로 다운 그레이드 시켜준 기억이 더 많습니다. 윈도우8, 윈도우10은 그래도 최적화만 잘 시키면 안정적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윈도우RT는 그냥 사람들이 다 안 썼습니다. ARM 용 윈도우의 미래는 솔직히 어둡습니다.
하지만 윈도Me는 다르죠. 수없이 많은 사람이 쓰던 윈도95와 윈도98 후계자였습니다. MS에서 가정용 OS로 열심히 밀기도 했죠. 하지만 그 결과는…. 안 그래도 블루스크린이 많이 뜨던 윈도95, 98보다 더한 망작. 말 그대로 버그 덩어리.
거기에 더해 성능도 안 좋아서, 쓰다가 치를 떨며 다운 그레이드 하게 만든 첫 OS. 오죽하면 별명이 Windows Mistake Edition이었을까요. 결국 1년 뒤에 나온 윈도XP(2001~2014)에 순식간에 밀려났습니다. MS OS 역사상 1년 만에 안 판 프로그램은 윈도 Me 하나만 있을 거예요.
2. 서든어택2 (2016)
망한 게임은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큰 기대 속에 출시됐다가 똥이란 평가를 받으며 망한 대작도 한둘이 아니죠.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선 양산형 게임이 태어나고, 소리소문없이 죽어가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서든어택2는 좀 특별합니다. 2005년 출시 이후 10년간 한국 FPS 게임 분야 1위를 차지했던 서든어택 후속작으로, 개발기간 4년에 개발비 30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놓고선 출시 두 달 만에 서비스 종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예, 실은 설마 이런 게 일어나겠어? 싶은 일이 다 일어났습니다. 오버워치 같은 강력한 경쟁작이 있었고, 시작도 전에 직원이 올린 글이 어그로를 끌면서 문제가 됐고, 게임성과 관계없는 지나친 노출이 화근이 됐습니다. 막상 나온 게임은 어떤가요? 그래픽은 후졌고, 캐릭터 움직임은 이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컴퓨터 성능은 하염없이 잡아먹었죠.
그렇다고 게임이 재밌냐고 하기엔, 전작과 다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장 가관이었던 것은 랜덤박스. 게임에 사실상 필수적인 장비들을 가챠, 그것도 기간 한정으로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현질 좋아하는 한국 게임이라지만, 게임을 하려면 끝없이 현질을 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겁니다. 아니 세상에 총질 게임하면서 부활할 때, 부활 시간 단축하는 걸 돈 주고 사야 하는 게임이 어딨냐고요. ㅋㅋㅋ
예, 돈은 들였지만 재미가 없어서, 게임 완성도가 떨어져서 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서버 종료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출시 당시에는 욕을 먹어도, 지속적으로 고쳐가면서 제작비 회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니까요. 아마 게임 외적인 것까지 겹쳐서 서둘러 끝낸 것 같은데…. 뭐, 속내는 당사자만이 알겠지요. 아무튼 한국 게임사에서 보기 드문, 숱한 악재를 남기고 바로 망한 게임입니다.
솔직히 망할 만해서 망하기는 했는데, 나중에 기회 닿으면 왜 망한 건지 한 번 더 깊게 조사해 보고 싶은 사례입니다. 한국 게임사에서 이렇게 망한 게임 보기도 쉽지 않거든요. 반면 같은 시기 출시된 오버워치는, 서든어택2를 정리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국내 FPS 순위 1위였던 서든어택, 전체 1위였던 리그오브레전드마저 제치며 출시 3주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요.
+ 다이카타나(2000)
아주 오래전, 제 친구가 “넌 이 게임 좋아할 것 같다” 건네준 게임이 있습니다. 이름은 다이카타나. 개발자는 둠(Doom)으로 당시 굉장히 유명했던 존 로메로. 당장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가, 깨달았습니다. 게임을 하는 나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하고요.
지루한 도입부를 강제로 보다가 겨우 게임을 시작하나 싶었더니, 모기와 개구리에게 맞아 죽었습니다. 당시 제작비 3,000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알려진 이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 가장 큰 실패작 중 하나입니다.
그냥 망한 게임 중 하나로 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따로 적는 이유는, 존 로메로가 게임 개발 당시 보여준 거~하게 거만했던 모습 때문입니다. 진짜 끝내주는 게임을 만들 거라고 5년간 온갖 설레발은 다 쳐놓고, 나온 게 걸작은 커녕 똥이었거든요. 당연히 회사도 망했습니다.
+ 샤이닝니키(2020)
못 만든 게임만 망하는 건 아닙니다. 21세기에도, 게임 바깥 문제로 서비스를 접은 게임은 꽤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온라인 게임은, 게임만큼이나 그 게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런 면에서 가장 특이하게 망한 게임은, 중국 페이퍼게임즈에서 만든 옷 갈아입히기(?) 게임 샤이닝니키입니다. 옷 갈아입는 게임에서 한복 이벤트를 실시해놓고, 중국인들이 왜 한푸를 한복이라고 하냐고 항의하자, 한복 의상을 없애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3. 리얼 플레이어(1995~)
마지막은 아직 살아는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리얼 네트웍스에서 만든 리얼 플레이어란 제품이죠. 요즘도 컴퓨터 새로 사면, 동영상 플레이어 하나쯤은 다들 까시잖아요? 리얼 플레이어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던 90년대 후반~2001년 정도까지, 윈도우를 설치하면 반드시 까는 필수 제품이었죠.
인터넷 웹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이나 음악이, 대부분 리얼 플레이어에 기반해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이게 없으면 확장자가 Ra나 Rm인 파일을 재생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BBC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라디오는 리얼 플레이어가 있어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리얼네트웍스는 사실상 콘텐츠 스트리밍 산업을 시작한 회사입니다. 주된 수익 모델은 스트리밍 미디어 솔루션 판매였고, 선점자의 이점을 활용해 초기에는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처럼 보였습니다. 리얼 오디오 포맷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싶다면 리얼 네트웍스의 솔루션을 써야만 했으니까요.
문제는 솔루션 가격이 비쌌고,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MS에서 윈도우 서버에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기 시작했고,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보조금을 주며 MS 미디어 서버 사용을 장려했습니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는 윈도우에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었죠. 스트리밍 시장은 어도비 플래시와 나중엔 HTML5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이 때문에 MS에 반독점 소송을 걸어서 승리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리얼 플레이어 자체도 쓸데없는 기능이 붙으면서 덩치가 커져서, 나중에 기피 프로그램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여기서 리얼 네트웍스는 못된 선택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용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에 출시한 리얼 주크박스입니다. 음악 파일 재생 및 관리, CD 리핑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평범한 것 같지만, 실제론 막장이었습니다. 허가 없이 리얼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바탕 화면과 시작 메뉴, IE에 숱한 광고를 깔았습니다.
저작권을 보호한다면서 램 상주 프로그램을 2개나 집어넣고, 자사 제품에 대한 알림을 보냈습니다. 가장 심한 것은 이 제품을 설치하고 음악을 들으면, 이용자가 무슨 음악을 듣는지를 몰래 모니터링 했다는 겁니다. 그걸 들킨 다음에도 계속 비슷한 짓을 했고요.
결국 이 제품은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맙니다. 필수 프로그램에서 절대 깔면 안 되는 프로그램 목록에 들어갔죠. 닷컴 버블이 깨지면서 스트리밍 산업 자체가 공중에 붕 떠버렸고, 회사는 솔루션 사업을 포기하게 됩니다. 아직 리얼네트웍스는 살아있지만, 아는 사람이 적죠. 리얼 플레이어를 쓰는 사람도 없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리얼 플레이어가 이용자를 괴롭히던 방법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필요 없는 프로그램을 같이 깔려고 한다거나, 이용자 생각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깔 거나, 어베스트 백신처럼 이용자 개인 정보를 모아 판매하기도 하고, 노턴360처럼 암호화폐 채굴 기능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유감스럽게도 MS는 별 이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중간에 떠버렸으니까요. 대신 2001년, 애플이 아이팟을 선보입니다. 이 신박한 MP3 플레이어 등장에, 세상은 당분간 음악 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시기로 접어들게 됐죠.
영상은 어땠을까요? 졸라맨과 엽기 토끼를 기억하십니까? 예, 어도비 플래시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유행했습니다. 2005년에는 플래시를 이용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태어났죠. 이때만 놓고 보면 승자는 어도비 플래시였습니다.
그리고 없어지면 좋을 프로그램들
망한 게임만큼이나 망한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대부분 이용자가 적기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위에 적은 프로그램 3개는,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제품이라 골랐습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셋 다 제품 개발 중심에 이용자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이 놓여있죠. 어떻게 회사 이익을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있냐고요? 사람은 물건을 살 때 물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도 봅니다. 파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물건이 좋아도 안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 한때 인기를 얻었어도, 망할 수밖에요.
아직 안 망했지만, 제발 망하면 좋겠다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정보와 광고입니다. 역시 이용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니 이용자를 ‘상품’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죠.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PC를 가리지 않고, 제조사에서 직접 대놓고 개인 정보를 빨아가고, 광고를 보여주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것도 이름 모를 어떤 나쁜 회사가 아니라, MS가 윈도 11에, 삼성이 갤럭시 스토어에 대놓고 광고를 해댑니다.
스마트폰에 쿠팡 같은 쇼핑 앱을 안 까는 이유도, 쇼핑 앱에서 가져가는 개인 정보가 많아서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어떨까요? 쇼핑 앱보다 더 많이 가져갑니다. 지금 폰에 깔린 무료 앱에선, 다- 개인 정보를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앱을 깔 때 약관을 읽는 희귀한 사람인데요. 약관을 읽어보면, 뭐든 깔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이럴 땐 정말 아이폰(...)을 쓰고 싶어지죠. 그럼 애플은 안 가져가나요? 가져갑니다(...). 다른 회사보다 덜 가져가고, 더 확인하기 좋게 해줄 뿐이죠.
그런데 또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고 회사가 있고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제 친구고 가족이고, 또는 제 회사입니다. 이럴 땐 정말 기분이 묘해집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 갇힌 기분이랄까요. 악행은 선행보다 끈질긴 법이라, IT 산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악행은 꿋꿋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