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갤럭시S10 5G 512GB 모델입니다. 2019년 7월에 장만한 제품이죠. 줌 기능을 비롯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불편하지도 않아서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적당한 무게, 크고 선명한 화면, 대용량 저장공간, 괜찮은 카메라 기능, LTE로만 썼더니 여전히 잘 버텨주는 배터리까지- 사실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얼마전 잠실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 14 플러스를 만졌을 때, 딱 갤럭시s 10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거의 주목 받지 못하는 모델이지만, 만졌을 때 느낌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와 이거 정말, 두 가지만 빼면 참 좋구나-하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어떤 점이 그럴까요? 일단 가볍습니다. 실제론 203g이나 되니 가벼운 폰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만졌을 때 느낌이 그랬습니다. 어? 이거 왜 가벼워? 하고요. 정확하게는 6.7인치나 되는 화면 크기에 비해 가벼운, 덩치에 비해 가벼운 거겠지요.
아무튼 느낌이 그렇습니다. 큰데 가벼우니, 폰보다는 작은 태블릿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화면도 좋고요. 화면이 유리에 딱 붙어 있는 느낌이 좋습니다. 크고 가벼운 데 배터리도 오래 갑니다. 아이폰 14 시리즈 중에 가장 배터리가 오래 가는 제품일 겁니다.
다 좋은데… 이쯤에서, 애플 정책에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카메라 때문이죠. 아이폰 14 플러스는 광각 메인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를 달고 있습니다. 보통 많이 쓰는 건 메인 카메라 + 망원 카메라 조합일텐데요. 광각은 파노라마 기능 등으로 어떻게 커버되지만, 망원은 대책 없거든요.
그래서 전에 아이폰 7 플러스에 듀얼 카메라를 넣을 때도, 메인+ 줌 조합으로 간 걸겁니다. 근데 아이폰 11부터 듀얼 카메라를 붙여주면서, 메인+광각 카메라 조합으로 넣었네요. 으하하. 줌 필요하면 돈 더내고 프로 모델 쓰라는 거죠. 아이폰 안 써서 신경 안썼는데, 진짜 치사하게 갈라치기를 해버렸군요.
덕분에 세컨폰으로 쓰고 있는 아이폰xs는 여행용 보조 스마트폰으로 잘 썼지만, 아이폰 14 플러스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망원 카메라가 없으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요. 길고양이 사진이라던가 그런 거요. 축제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도 마찬가지.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 하나 살까-하는 생각이 들텐데. 130만원이 넘죠. 이 돈이면 일본 여행 가서 구글 픽셀7 프로 하나 사오는 게 남는 장사겠네요. 그냥 픽셀7 사면 여행비도 충당할 수 있을듯(농담).
… 망원 카메라도 없으면서 130만원대? 아휴. 농담도 심해라.
결국 이 폰은 살 필요가 없는 폰이 됐습니다. 맘에 드는데 살 필요가 없는 폰은 오랜만이네요. 다른 분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이 가격이면 그냥 좀 더 보태 아이폰14 프로 사고 말죠. 이 문제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지만, 뭐 요즘 아이폰 14 프로 재고도 안보이니, 상관 없으려나요.
아쉽지만 큰 화면 + iOS 조합이 필요하면, 그냥 아이패드 미니를 추가 구입하는 게 낫습니다. 이 제품도 인기는 떨어지지만 나름 잘 나왔습니다. 진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이 사양에 망원 카메라만 붙여서 나왔다면 진짜 살까말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거란 거죠.
하긴, 애플도 그걸 알기에 치사하게 망원 카메라로 급나누기 한거겠죠. 아 그럼 아이폰 프로 무게를 좀 낮추던지… 뭐 내년에는 더 좋은 제품 나오길 기대합니다. 전 당분간 갤럭시 계속 쓰렵니다. 정말 만으로 3년이 지났는데, 바꾸고 싶다는 맘이 생기는 제품이 안나오네요.
지금까지 아이폰 14 플러스 살까 말까 하루 정도 고민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