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이라는 옛날 옛적 로맨스 코미디 영화

슈렉이라는 옛날 옛적 로맨스 코미디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을 본 다음, 슈렉 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단 걸 깨달았습니다. 슈렉이라는 단어(?)는 꽤 자주 사용되는 만큼, 봤다고 착각했던 거죠. 마침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기에, 봤습니다. 뭐랄까, 명작 고전 영화 다시 보는 기분으로 봤는데요- 이거, 재밌네요. 히트 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냥 유명해진 게 아니었어요…

* 슈렉(2001)은 현재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티빙에선 대여 1,200원 구매 4,900원, 네이버 시리즈에선 대여 1,200원 구매 5,000원입니다. (2023년 1월 31일 기준)

다들 알다시피, 슈렉은 처음부터 기존 동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 깨며 시작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왕자가 아닌 도깨비(오우거)니까요. 착하고 잘 생기고 능력 있고 성격도 좋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선하진 않고 못생겼고 능력은 … 있고 성격은 꽤 까칠한 괴팍한 동네 아저씨(?)입니다.

이 도깨비가 자기가 사는 습지로 추방당한 동화 주인공들을 집에서 쫓아내려다, 악당 파쿼드 경과 공주를 구해오면 그 습지에서 애들을 모조리 쫓아내 주겠다고 거래하고, 공주를 구하러 갔다 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 와중에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에 등장한 곰 세 마리(와는 다른 곰 세 마리)와 피노키오, 진저브레드 등이 등장해서 반갑습니다.

… 진저브레드, 생각보다 비중 없는 조연이었네요(...).

고정관념은 깨는데, 막상 영화 내용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낡은 표현을 죄다 가져옵니다. 선하지만 실속 없는 주인공 친구라거나, 남자 주인공보다 잘난 여자 주인공이라거나, 둘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서로 오해하게 된다거나, 마지막에 키스로 해피 엔딩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 말이죠. 가만 보니 ‘장화 신은 고양이2’에서도 반복되는 레퍼토리네요.

아무튼 재밌는 건,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을 죄다 빵-하고 부수는 겁니다. 얘기만 들었지, 어떻게 부수는지는 생각 못했는데, 직접 보니 그냥 낄낄낄 하고 웃게 되더라고요. 특히 같이 노래 부르다 새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새 알을 후라이해서 먹는 장면은 대박.

클라이맥스와 엔딩의 반전은 뭐, 지금 생각해도 신선합니다. 이거 제작 당시에도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뭐 이러면서 말렸을 것 같은데(개인적으론 진짜 역대급 반전에 속합니다. 나중에 피오나가 어떤 모습으로 살지 스스로 선택하는 거로 알았어요), 이거 없었으면 슈렉이 슈렉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음, 그런 의미에선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둘 다 성장하는 주인공이란 점에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처음엔 슈렉이나 피오나나 둘 다 호감형이라고 할 수 없는 캐릭터였거든요. 자기는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빠져(그게 사실이었을 겁니다) 세상을 거꾸로 배척했던 슈렉과 말하지 못하는 비밀 때문에 초반부터 ‘대체 왜 저래?’라는 소리가 나왔던 피오나였는데…

하지만 가장 좋았던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슈렉이 피오나를 구출하고 마을로 돌아오면서, 2박 3일 정도 같이 지내잖아요? 그 와중에 친해지고 고백할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게 은근히 둘 다 금사빠 같긴 합니다만(둘 다 워낙 외로운 상황에서 살아서 그렇습니다), 그 친해지는 과정을 연출한 것이 은근히 좋더라고요.

뭐랄까, 처음 봤는데 의외로 취향이나 성격이 잘 맞아서 금방 친해지게 된 커플 같은 느낌. 이런 걸 실사 영화로 만들면 비포 선라이즈가 되겠지만, 어쨌든 말이죠. 하아. 이제 이렇게 연애할 날은 없겠죠. 그 와중에 하늘로 날아간 개구리나 뱀 + 동키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동키와 함께 저도 하늘로 날아간 기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추천. 이제 와 다시 봐도 좋을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아무데서나 막(?)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애들이랑 함께 봐도 나름 재밌을 것 같아요. 아니, 요즘 애들은 이런 걸 오히려 유치하다고 하려나요?

* 그래픽은 솔직히 조금 아쉽긴 합니다. 22년이 지난 애니라는 걸 감안해야겠지요. 그래도 재밌다는 것이 함정.

* 개인적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이거였습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안나와요. 저 정말 안나올줄 몰랐습니다(...). 2편도 봐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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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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