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커피를 마십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틀어박혀(…) 살면서 생긴 버릇입니다. 커피 가게에 못 간 걸 이걸로 때웠죠. 혀가 그리 까다롭지 않아서, 이걸로도 충분했습니다. 큰 걸 바라지 않았기에, 샤오미 SCISHARE S1201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 커피 머신을 샀습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예뻐서요.
샀는데, 2년간 조금 고생을 했습니다. 우선 캡슐을 넣으면 바로 캡슐 버리는 통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적당히 레버를 당겨서 맞추고, 캡슐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맛은 뭐, 제 혀는 저렴하니까요. 잘 나오면 됐습니다.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싼 거 샀으니까요.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캡슐을 가립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호환 캡슐 중에 제대로 커피가 안 나오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그냥 캡슐에 살짝 구멍 뚫어주고 썼습니다. 전 저렴하니까요.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싼 거 샀으니까요.
그런데, 딱 사자마자 2년 쯤 지난 지난 6월부터, 얘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시작은 갑자기 커피가 안 나오고, 레버도 열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부터였습니다. 뭐가 잘못되어서 압력이 올라가면 안열린다고 하더라고요. 몇 시간 기다렸다가 레버를 올리니 레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물이 줄줄줄 새기 시작합니다. 파이프가 나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정이 있지, 고쳐 쓸 생각이었습니다만- 찾아보니 생각보다 난이도가 좀 있네요? 그래서 새걸 하나 사야겠다고 찾아보는 데, 어? 이 제품 원본인 네스프레소 에센자 미니 커피머신 C30 가격이 생각보다 쌉니다? 쿠팡 기준 12만원대…;;; 샤오미 가격이 6인가 7만 원대인가 그랬으니, 5만원 아끼고 2년을 고생했네요.
가격 보고 바로 주문한 에센자 C30은, 진짜 샤오미 캡슐 커피 머신을 닮…아니다, 원본이더군요. 정말 비슷한 디자인에, 같은 색상, 같은 크기(…). 캡슐함이 샤오미보다 좀 작은 것이 흠이지만, 뭐 자주 비워주면 되니까요. 어차피 총 용량은 거기서 거기고요. 가장 놀랐던 건, 캡슐을 넣으니까 그냥 걸린다는 것. 이게 당연한 건데, 샤오미 2년 쓰다보니 익숙해져서, 까먹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뭐 비슷합니다. 에스프레소와 룽고 버튼이 있는데, 어차피 에스프레소 먹지는 않고. 샤오미와는 달리 물량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서, 싱거운 거 먹고 싶을 때는 물 타서 먹어줍니다. 받침대 놓는 크기는 딱, 예전에 샀던 맥심 커피잔(…) 사이즈라서, 좋았습니다. 밑에 받침대 빼면 일반 머그 컵도 들어가고요.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전원 꽂은 다음, 뒤로 물 넣고 버튼 눌러주면 끝입니다. 한번은 전원, 한번 더 누르면 에스프레소와 룽고 중에서 선택. 소리는 샤오미보다 크지 않고, 추출 시간도 비슷합니다. 컴퓨터 전원 켜기 전에 캡슐 커피 전원 누르고, 전원 키고 부팅 기다리면 커피가 다 뽑혀 있네요.
… 음, 기준이 좀 이상한가요.
커피 맛은, 커피 맛입니다. 샤오미 머신으로 먹던 거보다 나은 것 같지만, 제 혀는 저렴하거든요. 웰컴 캡슐에 여러 종류 커피가 들어 있는데,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두 달(…두 달이나 걸레로 물 닦으며 버텼습니다.) 고생하면서 먹던 상태라서, 그저 커피가 잘 나와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호환 캡슐도 다 잘 뽑아주고요.
추가로 2만 원 할인 쿠폰도 줘서, 근처 네스프레소 부티크 캡슐(…)에 가서, 커피 네 박스 사서 쟁여 놓고 있습니다. 네 박스 이상 사면 쿠폰 쓸 수 있는데, 대충 4만 원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2만 얼마 나와서, 몇 천 원 주고 네 박스 산 기분입니다. 득템 했네요. 아, 제 저렴한 혀로도 캬라멜 향기가 나는 커피는 맛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 왜 저런 걸 고른 걸까요.
이 제품도 2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고장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산이니, 수리가 가능합니다. 수리비가 비쌀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버릴 일은 없겠죠. 괜히 싸게 산다고 직구 했다가, 마음 고생만 한 기분입니다. 고장 나도 고칠 수 없는 건, 버릴 각오(…대부분 이러신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국산 정품 사는 게 낫다고,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