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크릿폰을 산 이후, 어머니와 가끔 영상통화를 합니다. 한번 가르쳐드렸더니, 문자 메세지보다 재미있으신지, 이젠 영상통화를 원하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실 그럴 것이, 아들놈이 어디가서 또 사고치지 않나-_-; 어디서 뭐하고 다니나-를 알고 싶으신 것이 궁극적인(?) 통화 목적이시니까요(이젠 어머니의 다른 친구분들에게도 영상통화되는 폰 사라고 권하고 다니십니다.).
지난 주에 참석한 한겨레 시민사회포럼에서는, 설문조사지에 인터넷 한겨레에 대한 의견을 굉장히 빽빽히 적고계신 할아버지 한 분도 보았습니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시던데, 인터넷을 이용해 한겨레신문 홈페이지에 접속하신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편견때문입니다. 노년층은 당연히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에 약할 거라는.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좋아하는 서비스가 다를 뿐, 의외로 노년층의 디지털 기기 적응력은 빠릅니다. 안배우시려고 하시는 분들은 어쩔수 없지만, 배우려는 맘이 있으신 분들은 의외로 금방 배우십니다. 특히 문자 메세지 보내기는 많이 좋아하시지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이런 노년층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지난 8월 1일 워싱턴포스트지에는 「노년층도 엄지족이 되길 원한다(Seniors Tap Into Texting)」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At&T에서 후원하는, 휴대폰 사용 워크샵에 참가한 노년층 분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의 나이드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계시는 분들도 ‘복잡한 UI’, ‘어려운 용어’, ‘비싼 요금’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더군요. 반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KT와 SKT의 후원 아래, 한국에서도 비슷한 행사들이 열리고는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행사에서 아쉬운 점은, “대학생들이 기능을 잘 모르는 어르신 들에게 문자 메세기 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이벤트성 행사의 성격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위의 행사에서는 다양한 휴대폰 기능의 습득과 더불어, “응급 상황시에 어떻게 연락을 해야하는지”에 행사의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행사는 ‘공익적 성격’ + ‘휴대폰 사용자의 폭을 넓힘’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면, 미국쪽의 행사는 ‘휴대폰을 이용한 사회안전망 구축’쪽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할까요. 혹시 하는 생각에 조금 더 검색해보니, “지터벅“이라는 노년층 전용 선불폰 프로그램도 출시되어 있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지터벅-폰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노년층이 쓰기 좋은 폰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4시간 대기중인 오퍼레이터가 있어서, 전화를 걸어 궁금증을 해결한다거나, 자신이 제공한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면 전화를 연결시켜줍니다(전화교환수!!). 위의 아랫 사진에 있는 원터치폰-같은 경우는 이 프로그램과 결부되어 있기에 출시될 수 있는 모델이지요.
이렇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노년층의 삶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위급상황에서 연락이 가능하고, 목이 아프신 분들은 문자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손주들의 사진을 저장해놓고 틈날때마다 볼 수도 있고, 가족들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그렇게하기 위해선 우선 배워야 합니다. 이런 배움의 기회를 만드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닐까요.
간단하게는 부모님께 기능을 가르쳐드리는 것부터, 기업 차원에선 노년층의 휴대폰 이용요금을 무료에 가깝게 내려주거나, 다양한 워크샵을 여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정책적인 면에선 앞서 말한대로 휴대폰을 ‘응급구조네트워크’로 이용한다거나, 저소득 노년층에 무료 임대폰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솔직히 돈 안되는 일은 안할려고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기업이나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라이프는 결코 젊은 사람의 것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기 자랑이나, 지식을 뽐내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에서 정말 필요하기에 채용한 것이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배려를 해봐도, 그 방법을 고민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남의 나라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갑작스럽게 떠오른 잡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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