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라고 썼는데, 30년이 넘었네요. 빽 투 더 퓨처 파트3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나온 게 1990년이니, 33년이 지나서 보게 됐습니다. 파트 1과 파트2는 어린 시절 비디오로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는데, 왜 파트 3는 안 본 건지.
사실 이유야 뻔합니다. 이건 제가 좋아하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서부 시대 이야기잖아요? 저는 옛날이야기 안 좋아하거든요. 빽 투 더 퓨처 파트3의 배경은 1885년. 우리로 따지면 고종 22년, 조선 시대 말기쯤 이야기입니다. 뭔가 딱히 끌리는 것이 없던 거겠죠.
좋아하는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영상 플랫폼이 넷플릭스고, 차순위가 유튜브인데, 이 두 군데에서 빽 투 더 퓨처 파트3만 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파트1과 파트2는 있는데 파트3만 없네요.
그래도 작년 버킷 리스트 100에 들어있는 작품이라, 보긴 봐야겠다-하고 검색하니, 네이버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침 폐지 줍기(?) 등을 하면서 적립한 포인트가 네이버 페이에 좀 쌓여 있네요. 그래서 바로 결제, 봤습니다.
… 하, 왜 이걸 33년이 지나서 봤을까요.
너무 늦게 봐서 아쉽고, 너무 늦게 봐서 다행입니다. 아니 어쩌면, 빽 투 더 퓨처 파트3는 지금 봐야 더 좋습니다. 아주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여서 그렇습니다. 작위적인 설정이 눈에 띄긴 하지만, 당시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왜 지금 봐야 더 좋을까요? 아마 1990년 당시에는, 지금 보이는 장점이 너무 뻔한 거라서 장점으로 여겨지지도 않았을 거기 때문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각본에 꽉 짜인 각 장면. 직접 몸을 던져 찍은 액션신.
예를 들어 마티(마이클 J 폭스 분)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분)가 휘발유가 없어서 못 달리는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이안을 88마일로 달리게 하려고, 기차로 미는 장면이 있습니다. 요즘이라면 당연히 CG를 썼겠지만, 파트3에선 기차가 차를 밀고 달립니다(...).
줄에 묶인 사람을 말로 끌고 다니는 장면, 당연히 직접 촬영했습니다. 주연 배우들이 말 타고 달리는 건 당연하고, 교수형 당할 뻔한 장면도 직접 촬영하다가 줄이 미끄러져서, 마티가 잠시 기절하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음, 기차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장면도 있는데, 이건 모형을 썼을 거라 추정합니다. 설마 진짜 기차를 계곡으로 던져 버리진 않았겠죠. 영화 촬영 때 쓴 기차도 꽤 오래 전시품으로 남아 있었고요(지금은 산불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기차역 촬영지 자체가(...)).
다른 하나는 파트3가 파트1/2와 이야기 결이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파트3는 1/2와는 달리, 마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모험 액션 활극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디로 출연하지만, 조연에 불과했던 브라운 박사가,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끝에는, 마티와 브라운 박사 둘 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마티는 쉽게 흥분해서 사고 치는 청소년을 벗어나고, 브라운 박사는 과학에만 미쳐있던 괴짜에서 벗어나 사랑을 알게 되죠.
이런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재밌는 SF 시간 여행물로 시작했다가,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한 이야기로 갔다가, 그 짧은 시간(세 영화 안에서 진행된 시간은 며칠 되지 않습니다) 안에 서로 성장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진짜 어떤 것을 찾는 이야기로 훈훈하게 마무리된 게 말이죠.
인생은 후반전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최고의 승자(?) 에미트 브라운 박사가 주인공이죠. 괴팍한 과학자로만 알려졌다가 65세의 나이에 시간 여행을 실현했습니다.
그 후 미래로 가서 회춘 수술을 받고, 과거로 찾아가 사랑을 찾아 정착해 두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그다음 시간을 여행하는 기차를 만들어 시간 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 이분 3편 마지막에서 추정 나이 70~75세 정도인데요.
하하하. 당신은 정말 ‘네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어!’라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한편 그때 봤으면 좋았겠다- 싶은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도 재밌기는 하지만, 1편과 2편을 봐야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1편과 2편을 봤던 어린 제가 3편까지 이어서 봤다면, 우아앙-하면서 그래 내 미래는 지금부터 내가 쓰는 거야! 하는 건전한 생각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 뭘 알아야, 인생 2회차라도 해야 제대로 쓰지! 하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아무튼 정말 재밌게, 낄낄거리며 잘 봤습니다. 빽 투 더 퓨처 시리즈를 한 편이라도 보신 분에겐 강력하게 추천. 아니라면 1, 2편을 먼저 보고 오세요. 사실 2, 3편을 안 봐도, 1편은 반드시 봐둘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1955년의 진공관으로 1985년의 반도체를 대체하는 건, 정말 무리 같은데요. 그게 정말 가능하다면, 브라운 박사는 천재가 맞습니다. 틀림없이 이 시대에도 원하는 인재였을 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