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이동식 에어컨 사놓고 안쓴다기에, 달라고 해서 집에 가져와 설치했습니다. 루컴즈 제품이네요. 한때 창문형 에어컨 대안으로 각광 받았다가, 지금은 인기가 좀 사그러든 제품이죠. 이유야 당연히 소음(…). 장점은 이동이 가능하다는 건데, 사실 에어컨을 움직이면서 쓰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에어컨 본연의 기능은 잘 작동합니다. 에어컨 비슷한 것이 아니라, 진짜 에어컨이네요. 그만큼 전기도 많이 먹고요. 틀어 놓으면 시원합니다. 단점은 역시 누구나 지적하는 소음. 이거 시간 지나면 소음이 줄어든다는 말 믿지 마세요. ㅋㅋㅋ. 뭐랄까. 에어컨 실외기를 방 안에 집어 넣은 느낌.
… 동생이 사 놓고 안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다행히 못 버틸 정도는 아니고, 헤드폰 끼고 있으면 잘 안 들리기도 합니다. 소음과 더위 중에 하나 택하라면 전 죽어도(?) 소음을 택하겠습니다. 다만 좀 틀어 놓고 시원해지면 끄는데요. 그땐 진짜 갑자기 세상이 평화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꺼지는 것도 뚝-하고 꺼져서, 더 그러네요.
중고니까 여러 부품이 다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걸 잘 챙겨오면 제 동생이 아니죠. 창문 설치킷은 크기가 작아서 못 씁니다. 제 방 창문이 아주 크고 햇빛이 왕창 들어오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만원 짜리 스티로폼 주문해서 틈새를 맞춰줬습니다. 스티로폼과 창문 사이에 약간 뜨는 건, 문풍지를 붙여서 해결했고요.
다만 밑에 공기 나가는 구멍 뚫는 건 실패했습니다. 뚫고 나니 배수 호스를 연결할 자리를 까먹었더라고요. 억지로 부셔서(?) 대충 끼워 넣으니, 공간이 좀 남아서 비닐로 막아뒀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우드락을 사서 메꿀 계획입니다. 아무튼, 숙원 사업을 하나 해결했습니다. 이사할 때는 겨울이라 몰랐는데, 여름 되니 너무 따뜻한 방이라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전기료만 거실 에어컨보다 적게 나와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