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드라이브 소식을 듣고 싶어서 들리는 리드님의 블로그에서, 리드님과 다른 한 분이 이메일로 주고 받은 논쟁을 보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리드님_”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에겐 약이 없다” 를 봐주세요.)
가끔 블로그에서는 남들이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서로 논쟁을 벌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내 말을 못알아듣는다, 그 이야기가 아닌데 오해하고 있다.”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서로 감정까지 상하거나 서로 블로그를 닫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상해 있는 내 감정을 저~멀리 밀어놓고 다시 한번 보면, 내가 뭣하러 싸웠을까- 싶은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대체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많은 (토론이 아닌) 논쟁은 서로간의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사실 블로그에서 논쟁을 싫어하는 이유도, 많은 경우 내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상대방은 아니라고 하니, 말하다 보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되거든요. 위의 링크한 글에 담겨있는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쟁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리드님이 “아날로그 게임 조이스틱”에 관한 글을 쓰셨습니다.
- 그 글의 내용은 닌텐도의 N64가 아날로그 스틱을 처음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고전 게임기들 중 몇몇 기종이 먼저 채택했었다-라는 것입니다.
- 그에 대해 조이스틱은 처음부터 아날로그 였다-라는 반론이 들어옵니다.
- 그리고 리드님이 재반론을 하시고 … (이하 링크글 참조)
…그렇다면 제 결론은?
…두분 다 틀리시지 않았습니다. 🙂
왜냐구요? 당연히, 두분 다 맞는 -_- 말을 하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서로에게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윗 글에서 리드님은 “게임 조이스틱”에 촛점을 맞췄고, 편지를 주신 분은 “조이스틱”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 조이스틱은 게임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컴퓨터 입력장치중 하나였습니다.
- 이때의 조이스틱은 모두 아날로그(전기저항을 이용한) 스틱이 맞습니다.
- 따라서 스페이스워, 핑퐁을 비롯한 60년대말부터 개발된 모든 초기 게임기들이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 그렇지만 현재의 게임기에서 채택되어 있는 것과 같은 용도의 “아날로그 스틱”은 리드님의 의견이 맞습니다.
- (이건 좀 딴 이야기이긴 한데, 그 이전에 나왔던 아타리 vcs에서도 벡트렉스와 비슷한 오토 센터링 기능의 아날로그 조이스틱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해봐서 압니다… 아니면 벡트렉스의 콘트롤러가 N64에 탑재된 것과 마찬가지로 입력감도를 감지하는 조이스틱인건가요?)
예, 조이스틱 자체는 게임기만을 위한 입력 장치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_- 두 분의 가장 큰 의견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게임기용) 아날로그 스틱을 말할 때, 여기(게임기의)서 말하는 아날로그는 흔히 말하는 디지털/아날로그의 아날로그가 아닙니다. 이 두가지의 개념이 서로에게 다르기에 이런 논쟁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블로그에 글을 쓸때 흔히, 그리고 대부분 잊고 있는 사실은 글을 읽고 있는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상식(또는 상황)’의 기반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저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각 지역별 순대를 먹는 방법(순대에는 초장이 나을까요? 소금이 나을까요?”이 서로 틀렸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 비슷한 상식의 기반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특히 개개인에게 있어서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더 그렇습니다(장담컨데 리드님에게 메일을 보낸 분은 전자공학과 출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ㅡ_ㅡ;;).
같은 단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많은 소통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누가 읽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글을 쓴다는 것도 말이 쉽지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 대신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몇가지 장치가 존재합니다. 현실의 대화에서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말을 주고 받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얼굴을 맞댄 대화에서는 ‘몸짓, 눈빛, 그때의 분위기, 목소리’등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메타메세지들이 추가로 붙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블로그 글에서 정말 알기 쉬운 글만을 쓰거나, 아니면 소통을 포기해야 할까요?
…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 이 제 대답입니다. 지나친 것은 좋지 않죠 🙂
다만 두 가지는 항상 조심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 ① 글을 읽을 때,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씌여졌는 지를 감안하려는 노력과
- ② 글을 쓸 때, 특히 정보가 될 수 있는 글은 가급적 많은 이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쉽게 쓰는 것.
물론 그런 것 싹- 무시해 버리고 자기만이 옳다고 박박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런 분들께는 아래의 마지막 규정을 적용하면 됩니다. 이것은 “톨레랑스”를 말할 때 그 관용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 ③ 글을 쓸 때 배경으로 감안하는 것은 우리가 최소한의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며
- ④ 그것조차 무시하고 처음부터 설명하라고 덤벼들거나, 궤변을 늘어놓는 분들은…
과감하게 무시하거나, 아웃 -_-시키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괜히 말려들지 마세요-